[뮤-직썰] ‘알약 세 봉지’로 시작한 우원재의 이야기

2017-09-11     변진희 기자

[제니스뉴스=변진희 기자] 알약 세 봉지로 자신의 삶을 설명하겠다던 우원재가 힙합신에서 무서운 신예로 등극하며 새로운 삶을 맞이하고 있다.

우원재는 최근 종영한 Mnet ‘쇼미더머니 시즌6(이하 '쇼미6')’로 본격적인 랩을 시작했다. 어떤 소속사도 힙합 크루에도 속하지 않은 우원재는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가 1차 예선에서 내뱉은 랩으로 단 번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죽도록 원하고 이젠 죽음을 원해. 난 알약 세 봉지. 자 설명해. 내 지금의 삶”(1차 예선)

“그럴 때 있잖아. 내가 주인공이 되는 기분. 그런데 있잖아. 그게 하필 또 비극인 거지. 우리 엄마 말했잖아. 행복 딴 거 없다. 아 엄마, 지옥도 딴 거 없습니다”(2차 예선)

현재 힙합신에서 소위 얘기하는 스웨그를 드러내는 가사와는 거리가 멀었다. 우원재는 돈, 명예, 여자를 노래하지 않았고 누군가를 디스하며 자신을 높이려 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우원재는 오랜 기간 공황장애와 우울증을 겪으며 경험했던 심리상태를 우울하고 음침한 가사들로 풀어냈다. 이를 단순히 호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원재만의 감각적이고 재치 있는 표현을 더했고, 묵직한 래핑으로 듣는 이들을 강하게 이끌었다.

예상과 달리 디스전 또한 강세를 보였던 그다. 초등학교 6학년의 어린 나이인 조우찬을 디스하기란 쉽지 않았을 터, 이에 우원재는 “우찬아 걱정마 울어도 돼. 사실 산타는 없거든”이라는 단 두마디로 디스를 마쳤다. 육두문자나 비방하는 가사가 아닌 어린 조우찬을 디스하기에 딱 적합한 가사였기에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미션을 거듭할수록 우원재는 성장했고 자신감 또한 얻고 있었다. 마지막 파이널 미션에서 선보인 ‘무브(MOVE)’는 그간 우원재가 보여주지 않았던 스타일의 곡으로 또 한 번 새로운 매력을 느끼게 했다. “딱 4개월 전만 해도 날 개차반 취급하던 네가 내가 허릴 굽히듯. 방송은 참 무서운 거지 랩 좀 하니 한여름에 털 비니가 팔리듯. 욕심은 끝이 없는 거지 불구덩이 면하자던 나 우승을 탐하듯”이란 가사는 우원재표 스웨그가 돋보였다.

우원재가 음원차트를 휩쓴 것은 어찌 보면 예견된 결과다. 지난 4일 발표한 ‘시차’는 각종 음원사이트 차트 1위를 휩쓸었다. 장기 흥행을 이끌던 윤종신과 인기 아이돌 엑소, 워너원과 맞붙어 얻은 수확이다.

‘시차’는 우원재가 ‘쇼미6’의 마지막 경연으로 준비한 곡이었다. TOP3에 올라 ‘시차’를 준비했으나 아쉽게 탈락해 무대를 보여주지 못했다. 무대를 보지 못한 아쉬움에 팬들은 음원 공개를 촉구했고, 음원 유출사고가 발생하면서 발표일을 앞당기게 됐다.

우원재는 같은 공간 속 ‘시차’를 둔 나날을 보내며 지나온 자신의 이야기를 특유의 담백한 화법으로 풀어냈다. 여기에 힙합신에서 핫한 AOMG 로꼬, 그레이의 참여로 트렌디를 더했다.

이제 우원재에게 남은 과제는 자신에게 모인 대중의 관심을 어떻게 해소시켜 주냐는 것이다. 아직까지 향후 거취를 정하지 않은 그가 누구와 손을 잡고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Mnet ‘쇼미더머니 시즌6’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