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아버지가 이상해’ 이준, "주말극으로 팬클럽 두 배, 할머니 인기도 UP"

2017-09-11     경지유 기자

[제니스뉴스=경지유 기자] 몇 해 전 어느 패션 브랜드 행사장에 나타났던 이준은 연신 90도 인사를 하는 연예인이었다. 누가 봐도 참 바른 청년이란 이미지였다. 그 이후 이준은 인기를 얻었고, 배우로서 입지도 더 탄탄하게 다졌다. 하지만 KBS2 ‘아버지가 이상해’ 종영 인터뷰 현장에서 다시 만난 이준의 인사 각도는 여전했다. 한결같은 90도 인사, 아직도 이준은 참 바른 청년이었다. 

이준은 최근 군대 문제까지 말끔히 해결하면서 ‘호감 개념돌’이라는 애칭까지 추가했다. 지난 8월 초, 자신의 SNS에 현역 군대 영장을 업로드하면서 생긴 별명이다. ‘호감 개념돌’이라는 별명에 대해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묻자 “후회 없는 삶을 산 것 같다”고 웃으며 대답했다.

최고 시청률 36.5%를 기록한 ‘아버지가 이상해’를 통해 첫 주말극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배우 이준을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소속사 프레인 TPC에서 만났다. 이준과의 유쾌했던 인터뷰를 이 자리에 전한다.

Q, 호흡이 긴 주말극을 이제 막 끝냈다. 비중도 미니시리즈 주인공 수준으로 많았는데?
비중은 처음부터 알고 시작했어요. 그래도 마음 한편에는 주말극이고 등장인물도 많으니 분량을 나눠가지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그렇지 않더라고요(웃음). 촬영이 거의 매일 있었고, 다른 촬영장처럼 밤낮이 바뀐 생활은 비슷했어요. 그래도 많은 분들이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고 말씀해주셔서 뿌듯하고 감사해요.

Q. 영화 ‘배우는 배우다’, ‘럭키’에 이어 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에서도 연예인 역할을 맡았다. 유난히 연예인 역할이 많은데, 연예인 중에서도 연예인스럽나 보다.
하하. 아니에요. 우연의 일치고 전혀 그렇지 않아요. 사실 저도 의외예요. 제가 전혀 그런 스타일이 아니거든요(웃음). 따지고 보면, 직업 설정만 같고 정작 배우를 연기한 건 ‘배우는 배우다’밖에 없어요. ‘배우는 배우다’만 연기에 미쳐있는 역할이었고, ‘럭키’는 배우이긴 하지만 연기에 의욕이 없는 친구, 이번 ‘아버지가 이상해’에서도 아이돌 출신의 안하무인 발연기 배우였어요.

Q. 맞다. 이번 드라마에서 발연기가 인상적이었다.
발연기가 처음에는 쉬울 줄 알았어요. 못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게 발연기더라고요. 톤과 감정을 이리저리 조절해봐도 발연기가 아니고, 그냥 이상한 연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고민이 많던 찰나에 김해숙 선배님이 제 발연기를 재밌게 봤다고 해주시더라고요. 그 뒤로 조금 용기를 얻었어요. 그래도 아직 발연기는 잘 모르겠어요. 엄청 어려웠어요.

Q. ‘아버지가 이상해’는 어떤 작품이었나?
‘아버지가 이상해’는 한 신 한 신이 모두 중요한 작품이었어요. 지나가는 장면이라고 생각한 것도 나중에 모두 연결고리가 되더라고요. 그래서 모든 신에 최선을 다했어요. 그리고 안중희가 워낙 감정 기복이 심한 캐릭터여서 그걸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게 중요했어요.

초반엔 목소리도 가볍게 날아다니는 톤으로 연기했고, 의상도 독특했고요. 클립이 20개 이상 달려있는 옷도 있었고, 또 신발엔 거울도 붙어있었거든요. 그러다가 중반 이후부터는 목소리도 저음이 됐고, 또 안경을 쓰면서 어른스럽게 캐릭터가 변했어요. 유쾌한 드라마지만, 유쾌하게만 표현할 수 없는 캐릭터였고 이 부분에 집중했어요.

Q. 주말드라마라 팬층이 두터워졌겠다.
제가 별로 돌아다니는 성격도 아니고, 크게 체감할 일이 없어서 몰랐는데요. 최근에 외할머니가 놀러 오셨어요. “네 덕분에 동네에서 인기가 좋아졌다”라고 말씀하셔서, '정말 인지도가 넓어졌구나'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미영이와 관계가 시작된 이후에 개인 팬클럽 수가 두 배 가까이 증가했어요. 제가 오래 활동해서 팬 얼굴을 거의 다 알거든요. 종방연이나 수원 아빠 분식 촬영장에 가끔 팬들이 오는데, 처음 본 분이 “팬카페 회원인데요”라고 오시더라고요. 데뷔 초창기에나 느낄 수 있던 아이돌 기분을 요즘 느끼고 있어요.

Q. 가족극이라 대선배들이 많았다. 어렵지 않았나.
걱정을 많이 했고, 무섭기도 했는데 모두 편하게 대해주셨어요. 특히 김영철 선배님은 첫 대본 리딩 날부터 제 팬이라고, 제가 나온 작품은 다 봤다고 하시더라고요. 너무 놀랐고, 감사했어요.

김해숙 선배님도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을 그대로 연기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셨어요. 선배님들 시선으로 봤을 때 제가 얼마나 부족해 보였겠어요. 그래도 제가 생각한 감정이 맞다고 믿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끝까지 편하게 잘 찍을 수 있었어요.

Q. 이번 작품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가족 드라마다 보니 ‘절대 튀려고 하지 말자’라는 생각으로 작품을 시작했어요. 극 초반에는 “싸가지 없다” “저 캐릭터에 공감이 안 간다”’고 욕을 많이 먹었어요. 그래도 제가 분석한 안중희 캐릭터대로 밀고 나갔어요. 분명히 대본에 쓰인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믿었거든요. '재밌게 연기하려 하지 말고, 멋있게 보이려고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연기하자'라고 생각했어요. 중반부 이후엔 모두에게 공감 받을 수 있는 캐릭터가 돼서 기뻐요.

Q. 군 입대 전 마지막 작품인가.
네, 입대 전 마지막 작품으로 계획하고 이번 작품을 선택했어요. 지금이 많지도 적지도 않은 나이지만, 군대를 다녀오면 나이가 더 많아지니까요. 조금이라도 어릴 때 주말극을 도전해 보고 싶었어요. 단막극부터 50부작, 미니시리즈까지 방송사 별로 골고루 경험해 보고 싶었어요. 이제 JTBC만 빼고 다 경험해 봤어요(웃음).

Q. 배우라는 직업의 감이 좀 생긴 것 같나?
아니요, 저는 감이 더 떨어진 것 같아요. 잡생각이 많아질수록 점점 연기를 못 하는 것 같아요. 마음은 ‘전작 보다 조금만 잘 해 보자’라고 생각하는데, 끝나고 나면 많이 아쉬워요. 연기는 하면 할수록 해야 할 숙제가 더욱 늘어나는 것 같고, 스트레스가 커지는 것 같아요. 오히려 아무것도 모를 때 촬영했던 첫 작품 영화 ‘닌자 어쌔신’ 연기가 가장 좋았던 것 같아요.

Q. 알면 알수록 어려운 게 연기라고 하더라.
맞아요. 그리고 사실 제가 카메라 울렁증이 있어요. 앵글이 가까이 다가오면 점점 두렵고, 잘 되던 게 카메라가 가까이 오면 올수록 안 되고, 틀려요. 그리고 제가 시선에 대한 두려움이 있거든요. 연기할 때 제 스태프들은 나가있으라고 해요(웃음). 가수할 때도 울렁증이 있긴 했는데, 무대는 오히려 카메라가 멀리 있어서 덜 떨리더라고요.

Q. 울렁증도 심한데, 그럼 왜 배우가 됐나?
하하. 어렸을 때부터 매력적인 직업이라고 생각해서 장래희망이었어요. 그래도 저의 소심한 면을 조금씩 깨어 가는게 재밌기도 해요. ‘럭키’ 촬영 당시에는 ‘카메라는 기계에 불과하다’고 최면을 걸면서 연기했어요. 그런데도 극복은 안되더라고요. 그냥 안고 가려고요(웃음).

Q. 연예인 열애설이 터질 때마다 강제 소환되고 있다.
‘동물의 왕국’이요? 예능에서 웃기려고 한 말인데, 이렇게까지 파장이 오래갈 줄 몰랐어요. 좋은 말은 아니니까, 더 이상 소환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Q. 그럼 연애는 하나?
물론 연애는 하죠. 그런데 길게는 못 만나더라고요. 제가 중학교 때는 밥도 두 그릇씩 먹고, 연애도 엄청 열심히 했는데, 성인이 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식욕과 함께 감정을 잃었어요. 스트레스가 많아지면서 연애를 해도 하는 건지, 깊게 못 만나고 길게도 못 만나요.

Q.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나.
술, 담배는 안 하고, 커피도 안 마셔요. 피규어를 열심히 모았는데, 너무 많아져서 이것도 접었어요. 어릴 때는 예능 보는 걸 좋아했는데, 이제는 뉴스 보는 걸 좋아해요. 그리고 ‘그것이 알고 싶다’도 좋아해요. 이건 팩트잖아요. 그래서 더 좋아요.

Q. 뭐든 열심히 하는 스타일인 것 같다.
드라마, 예능, 가수 모두 잘 한다는 소리는 못 듣더라도 못 한다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아요. 예능 가서 웃기면 PD님들이 너무 좋아하세요. 그 모습을 보면 저도 뿌듯하고요. 영화 ‘서울역’ 더빙에 참여했는데 감독님이 계속 잘한다고 해주시고 행복해하시는 게 얼굴에 보이더라고요. 그런 모습을 보면 더 잘 하고 싶고 열심히 하고 싶어요. 리액션 없는 현장은 흥이 안 나요. 잘 한다고 하면 더 잘 하는 스타일인 것 같아요.

Q. 10월 군 입대를 앞뒀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제가 오뚝이 부대로 입대해요. 군 제대 후 오뚜기 CF 찍고 싶어요(웃음).

 

사진=프레인TP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