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현장] ‘프론티어 트릴로지’, 2면 무대로 그려낸 서부시대 드라마(종합)

2017-09-13     임유리 기자

[제니스뉴스=임유리 기자] ‘트릴로지’ 연작의 마지막 작품인 연극 ‘프론티어 트릴로지’가 또다른 매력으로 관객을 찾아왔다. 

연극 ‘프론티어 트릴로지’의 프레스콜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건동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김은영 연출을 비롯해 배우 최수형, 박인배, 김동원, 박은석, 문태유, 김우혁, 임강희, 전성민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제스로 컴튼 프로덕션의 대표작인 ‘트릴로지’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연극 ‘프론티어 트릴로지’는 2015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연일 매진을 기록하며 초연된 작품이다. ‘벙커 트릴로지’, ‘카포네 트릴로지’와 마찬가지로 ‘프론티어 트릴로지’ 역시 세 가지 에피소드가 독립된 형식의 공연으로 진행된다. 

호텔방을 무대로 했던 ‘카포네 트릴로지’, 전쟁 속 벙커를 배경으로 했던 ‘벙커 트릴로지’에 이어 ‘프론티어 트릴로지’는 150년 전 황량한 서부시대를 담은 작은 성당을 2면 무대로 실감 나게 구현했다. 

연극 ‘사이레니아’에서 4면 무대를 구성하며 밀도감 있고 감각적인 공간을 보여준 김은영 연출은 이번 작품에 대해 “‘사이레니아’는 4면 무대를 써서 조명을 치는 게 가장 힘들었다. 어디서 조명을 걸어도 관객이 더 잘 보이 게 되는 지점이 있었다. 관객은 좋아했지만 배우는 어디서든 관객이 코앞에서 본다는 것 때문에 많이 힘들어했다. (하지만) 그 밀폐감이 줬던 장점들이 등대라는 고간과 잘 맞았던 것 같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김은영 연출은 “‘프론티어’ 같은 경우는 성당이고, 2면을 쓰다 보니까 무대의 길이가 길어졌다. 공간을 어떻게 이용할까 라는 고민이 가장 컸다. ‘벙커’, ‘카포네’와 다르게 가운데 객석 통로를 뚫어서 적극적으로 쓰려고 했다”고 타 시리즈와의 차이점을 밝혔다. 

지난 시리즈에 출연했던 배우 문태유와 임강희도 2면 무대의 고충을 토로했다. 

문태유는 “‘벙커 트릴로지’는 3면 무대였다. 3면 무대는 나름 돌출 무대 같은 동선을 썼다. 그걸 경험했기 때문에 (이번 작품이) 더 쉬울 줄 알았는데 나는 3면보다 2면이 더 힘든 것 같다. 연기를 하거나 동선을 만들때 좀 더 신경쓸 게 많아지고 다른 어려움을 많이 느꼈다.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고 어려움을 전했다. 

임강희는 “‘카포네 트릴로지’는 공간이 똑같았다. 확실하게 방이라는 콘셉트가 있었고, 방이었기 때문에 움직이는 것에 있어서 자유로웠다. 여기는 에피소드에 따라서 공간이 계속 달라지니까 연출님도 어려웠을 거고 배우들도 계속 생각해야 했다”고 무대의 차이점에 대해 밝혔다. 

‘프론티어 트릴로지’는 기존 ‘트릴로지’ 시리즈와 같이 세 가지 에피소드마다 극과 극을 오가며 배우들의 캐릭터가 변한다. 하지만 배우 최수형, 박인배는 세 에피소드에 공통으로 등장하는 마을 성당의 신부 ‘마노아’ 역을 맡았다. 

이에 박인배는 “세 에피소드가 몇 년 간격으로 벌어지는 일이다. 다른 에피소드들은 다른 인물로 바뀌니까 상관없는데 우리는 미묘하게나마 시간의 흐름을 표현해야 한다는 약간 무거운 임무를 갖고 있다. 그게 관객에게 전달이 될진 모르겠는데 조금씩 늙어가고 있다. 노화의 섬세함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최수형은 "모든 에피소드가 성당에서 이뤄지는 이야기다. 사실 우리도 이 성당을 지키는 신부는 맞지만 정식 수업을 받은 신부는 아니다. 대사 중에 이 계곡 주민들을 15년 동안 돌봤다는 얘기가 있다. 그래서 그 말에 중점을 두고 시간의 흐름과 점점 신부처럼 변해가는 모습을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고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 설명했다. 

제스로 컴튼이 직접 대본을 쓴 이 작품은 서부시대를 배경으로 성경의 이야기에 기반을 두고 있다. 서부시대가 배경이다 보니 우리나라 관객에겐 낯설 수도 있는 상황. 이에 대해 배우 전성민은 “미국 서부시대에 처음으로 철도가 건설되고 자본주의가 시작되면서 누군가의 희생으로 인해 우리가 이익, 혜택을 받고 있단 생각을 하게 해주는 대사가 있다”라고, 임강희는 “정통 드라마다. 서부시대에 있었던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다”라고 작품에 대해 설명했다. 

김은영 연출은 “서부시대란 장르를 국내 관객이 잘 모르고, 나도 서부극에 대한 흥미가 크지 않았다. 과연 관객이 이걸 어떻게 바라볼까 생각했다. 살아가는 삶에 대한 드라마로 풀기 위해 원작이 갖고 있는 힘에 더 집중했다. 총싸움이나 이런 것이 아닌, 그 안에서 그들이 지키고 싶었던 게 무엇이고, 그러기 위해 어떤 선택을 했고, 어떻게 책임졌는지에 대한 드라마에 관객이 더 집중해서 봐줬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피로 물든 달’, ‘시계는 정오를 친다’, ‘방울뱀의 키스’의 세 가지 에피소드로 구성된 연극 ‘프론티어 트릴로지’는 150년 전 황량한 서부시대를 배경으로 환경에 맞서 생존하는 보편적인 인간의 삶을 다루고 있다. 오는 11월 19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사진=아이엠컬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