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오지은 기자] 흥 충만한 수녀님들이 왔다. 뉴욕 브로드웨이를 흥으로 가득 메운 뮤지컬 ‘시스터액트’가 싱가포르, 필리핀, 중국, 일본에 이어 한국에 상륙했다.
'시스터액트'는 사고뭉치 무명 가수 들로리스가 전 남자친구 커티스의 살인 장면을 목격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로써 목숨을 위협받게 된 들로리스는 학창시절 그를 짝사랑했던 경찰 에디의 도움으로 수녀원에 숨어들고, 최악의 상태였던 합창단을 소울 찬양으로 무장시킨다.
뮤지컬 ‘시스터액트’는 지난 1992년 개봉한 동명의 영화를 새롭게 그린 것이다. 영화에서 들로리스 역을 맡은 배우 우피 골드버그가 오리지널 프로듀서로 나서며 화제를 모았다.

2006년 초연 이후 한국에서 처음 공연되는 ‘시스터액트’다. 그리고 그 중심엔 들로리스 역의 데네 힐이 서 있다.
데네 힐은 스웨그 넘치는 그만의 소울과 풍부한 가창력을 뽐내며 영화 ‘시스터액트’ 속 우피 골드버그와 100% 싱크로율을 자랑했다. 데네 힐의 매력적인 보이스와 춤은 배우뿐 아니라 관객까지 유혹하며 더욱 풍부한 극을 완성한다.

여러 인종이 섞인 배우들 가운데 유일한 동양인이자 한국인인 김소향의 활약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시스터액트’ 최초의 동양인 배우인 김소향은 막내 견습 수녀 메리 로버트 역을 맡았다.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공연장을 가득 메울 정도로 파워풀한 고음을 내지른 김소향은 '어떻게 그가 동양인 최초로 이 역을 맡을 수 있었는지'를 유감없이 증명해낸다. 특히 혼자 무대에 올라 ‘살아본 적 없는 삶’을 부를 땐 모두를 집중하게 하는 가창력과 진정성 있는 연기로 박수와 환호성을 자아낸다.
이번 내한 공연은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뿐 아니라 화려한 무대 연출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브로드웨이란 이런 것이다!’라고 말하듯 형형색색으로 반짝이는 네온 사인을 뒤로 스팽글, 반짝이 등으로 이용해 눈부시게 빛났던 의상까지 어느 것 하나 무난하지 않았다.

이 화려함은 브로드웨이 천재들의 노력으로 탄생한 것이다. ‘시스터액트’의 의상을 맡은 레즈 브로덜스튼(Lez Brotherston)은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 속의 미녀’에서 무대 세트, 의상 디자인을 맡아 토니 어워즈 등의 수상 경력을 갖고 있는 인물로 ‘천재 디자이너’라 불린다.
이런 그가 ‘심플의 끝’ 수녀복의 파격 변신을 꾀했다. 레즈 브로덜스튼은 블랙 앤 화이트로 밋밋한 수녀복 위에 비비드한 컬러와 소재를 더해 화려하게 완성했다.
‘시스터액트’는 그 자체로도 눈과 귀를 즐겁게 했으나, 자막도 흥 유발에 한 몫했다. 미국식 유머나 은어가 많은 작품의 특성상 의미가 관객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 재미가 반감될 수 있다.
그러나 ‘시스터액트’는 다르다. ‘이거 실화냐?’ ‘겨땀 에디’ ‘예수 덕후’ 등의 1020대가 실제로 사용하는 은어를 자막에 적용해 관객들로 하여금 폭소를 유발했다.
끝까지 흥겨움을 잃지 않는다. 커튼콜 앙코르에 이르면 앉아서 열심히 환호를 보내던 관객 모두가 일어나 배우들과 함께 호흡하기 시작한다. 흥에 겨운 배우들은 객석까지 내려와 몸을 흔들기도, 관객들은 절로 들썩이는 어깨로 앙코르 무대를 즐긴다.
신나는 연말 뮤지컬을 찾는다면 ‘시스터액트’에 도전해보자.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내년 1월 21일까지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사진=EMK뮤지컬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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