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오지은 기자] 지난 2000년 드라마 ‘신귀공자’로 데뷔한 박병은은 이후 ‘로드 넘버원’ ‘우는 남자’ ‘암살’ ‘원라인’ 등에 출연하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쌓아왔다. 데뷔 17년 동안 약 50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한 박병은은 그간 대중에게 ‘악역 전문 배우’ 중 한 명으로 얼굴을 각인시켰다.
이런 그가 최근 tvN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를 통해 ‘로코킹’에 도전했다. 이 작품에서 박병은은 ‘결혼 말고 연애’라는 소개팅 앱을 개발한 회사의 CEO 마상구 역을 맡았다. 마상구는 마초남이지만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순정남이 돼버리는 인물이다. 마상구를 통해 박병은은 이전의 이미지와는 완전히 다른 코믹하고 자유로운 매력을 발산했다.
그래서일까.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제니스뉴스와 만난 박병은은 “이런 연기는 처음이라서요. 하하”라며 호탕하게 웃으며 어색함을 풀어나갔다. 극중 마상구처럼 실제로 진지하면서 유머러스한 박병은. 그와 나눈 유쾌한 이야기를 지금 바로 공개한다.
Q.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어떤 작품이었나.
재미있게 촬영한 작품이다. 현장에서도 스태프, 감독님 누구 하나 큰 소리 안 내고 즐겁게 촬영해 너무 좋다. 또 시청자분들이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다. ‘이 작품 잘했다’ 생각이 든다.
Q. 작품을 마무리하며 아쉬웠던 점은 없나?
너무 즐겁게 촬영해서 아쉬운 것은 없었다. 마음에 켕긴 게 없다. 하하. 자유롭게 카메라 앞에서 연기했고 그거 하나만 챙겨도 큰 수확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작품 하면서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자유롭게 연기했던 것 같다.

Q. 애드리브가 많았을 것 같다.
맞다.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네’라며 노래를 불렀던 장면도 그냥 ‘마상구 벤치에 앉아있다’고 써 있었는데, 때 마침 낙엽이 떨어졌다. 그래서 말 안 하고 몰래 손에 낙엽을 들고 있다가 이솜 씨에게 뿌렸다. 처음엔 스태프들 반응이 너무 안 좋을 것 같아서 두려웠다. 그런데 애드리브를 치고 나니까 스태프 쪽에서 누가 ‘풉’했다. 반응이 좋아서 다행이다. 하하.
Q. 마상구와 실제로 성격이 비슷한 편인가?
맞다. 마상구는 즐거운 분위기를 좋아하고 사람들과 다툼 없이 살려 하고 공감하려 하는 인물이다. 그런 점이 실제 내 모습과 비슷하다. 그리고 마상구는 질퍽대지 않아서 좋다. ‘푸드덕’ 되는 느낌? 약간 귀엽고 밝은 푸드덕 되는 느낌이 너무 좋다.
Q. 현장 분위기 메이커였을 것 같다.
보통 내가 분위기 메이커였다. 캐릭터가 코믹적인 요소가 있어 일부러 그런 것도 있었지만, 6명의 주요 배우 중에 내가 나이가 가장 많다 보니 먼저 분위기를 이끌었던 것 같다. 하하. 또 이번 작품은 호흡이 좋아야 잘 나올 수 있는 장르기 때문에 내가 일부러 더 장난치기도 했다.
Q. 이솜과 커플 호흡은 어땠나.
지금까지 이솜 씨를 본 적이 없어 아무 정보가 없었다. 키도 크고 훤칠해서 성격이 시원시원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은근 수줍음을 많이 탔다. 하하. 언제 한 번은 제작진하고 배우들이 회식하는 자리에서 이솜 씨랑 술을 마신 적 있다.
이솜 씨는 원래 술을 안 먹는데 저한테 “소주 한 잔 주세요”라며 같이 술 한 잔 했다. 그때 ‘커플의 문’이 열린 것 같다. 이솜 씨가 캐릭터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보였고, 나도 그걸 본 순간 ‘커플로 드라마를 잘 끌어갈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Q. 우수지처럼 연애 전 계약서를 들이미는 여자는 어떤가?
진짜 좋아하고 사랑한다면 오케이다. 계약 조건도 좋더라. 하하. 전 실제로 잘 안 싸우고 고집을 꺾어가며 연애하지 않는다. 웬만하면 이야기하면서 풀어가려 하는 편이다. 그런 것들이 마상구를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됐다. 어떤 사람은 제게 “우수지 같은 여자 괜찮아?”라고 묻지만, 저는 그런 우수지가 꼬였다고 보지 않고 연민과 안쓰럽게 느껴졌다.
Q. 이민기랑 친구로 나왔다. 호흡은 어땠나.
민기랑은 ‘연애의 온도’ ‘몬스터’를 같이 했다. 그 인연으로 평소에 연락도 자주 한다. 저는 민기랑 친구라고 했을 땐 부담이 없었는데, 민기가 부담이 있었던 것 같다. 하하. 제가 이번 드라마에서 민기가 다니는 회사 대표로 나오는 데 민기한테 쩔쩔맨다.
다들 나에게 “왜 직원한테 쩔쩔매?”라며 물었고 나도 궁금했다. 그러다가 작가님하고 이야기해보니 원래 어플 회사에선 수석이 프로그램 개발하고 아이디어를 내놓기 때문에, 수석이 나가면 회사 문을 닫아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대표가 갑이 아닌 을이란 것을 알게 됐다. 이걸 들으니까 연기하는 데 도움이 돼서 더욱 잘 할 수 있었다.
Q. 이민기 복귀에 부담은 없었나.
걔가 원래 내성적이어서 그런 이야기는 안 한다. 그런데 아마 마음속에 그런 부담감이 있었을 것 같다. 저로서도 부담이 있었을 수 있겠으나, 민기의 말투와 외향 등 모든 게 대중적으로 특이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에 확신이 들어 응원했다. 형으로서, 동료로서 용기를 북돋으려 노력했다.

Q. 인기를 실감하나?
드라마가 끝나고 쉬는 날은 무조건 ‘안시성’ 촬영을 가야 해서 인기 체감할 시간이 없다. 하하. 그런데 숙소 들어갔는데 카운터에 계신 분이 저 보고 “드라마 잘 보고 있어요”라고 하셔서 그때 좀 느꼈던 것 같다.
아! 그리고 얼마 전에 휴게소에서 잠깐 쉬고 있는데 나이 지긋한 할머니께서 저한테 “마 대표님?”라며 알아봐 주셔서 놀랬다. 너무 좋았다. 하하.
Q. 영화 ‘안시성’ 촬영 중인데, 예고 해달라.
1월 말까지 촬영할 것 같다. 지금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 그게 문제다. 오픈 세트라 눈이 많이 와버리면 곤란하다. 매일 분장하고 수염 붙이고 쪽 진 머리 가발을 쓰는데 거울 볼 때마다 매우 신기하고 멋있어 보인다.
갑옷은 무게가 한 20kg 정도 하는 데 몇 번 입다 보면 척추가 붓는 느낌이다. 어깨, 허리 할 것 없이 너무 아프다. 그래도 모니터 보면 너무 멋있으니까 볼 때마다 “멋있네?”한다.
Q. 다음 생은 무엇을 하고 싶나?
메이저리그까지 진출한 야구 선수가 되고 싶다. ‘안시성’을 촬영하면서 쉬는 시간마다 주혁이가 농구를 본다. 주혁이는 원래 농구를 했었고, 그래서인지 볼 때마다 “소름 돋는다”고 말한다. 저도 마찬가지다. 야구를 볼 때마다 울 것 같고 소름이 돋는다. 이렇게 남자들은 스포츠에 알 수 없는 뭔가를 느끼곤 한다. 그래서 다음 생엔 꼭 야구를 하고 싶다.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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