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7호실' 신하균 "촬영 없으면 백수, 항상 마지막이라 생각"
[Z인터뷰] '7호실' 신하균 "촬영 없으면 백수, 항상 마지막이라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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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웃고 있지만 참으로 씁쓸하다. 영화 ‘7호실’의 이야기다. ‘7호실’은 예전의 부귀영화를 잃어버린 압구정 로데오 상권을 배경으로 DVD방 사장 ‘두식’(신하균 분)과 DVD방 아르바이트(도경수 분)의 이야기를 그린다.

‘7호실’은 블랙코미디를 표방한 만큼 현실을 철저히 투영하고 풍자한다. 장사가 안 되는 DVD방을 팔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두식의 모습은 삶의 현실에서 바둥대는 우리의 모습과 닮았다. 그래서 웃음 뒤의 쓴맛을 지울 수 없다.

‘두식’으로 관객에게 씁쓸한 공감을 안긴 배우 신하균과 제니스뉴스가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수많은 필모그래피를 자랑하는 신하균에게도 “현실을 대놓고 이야기하는 작품은 처음”이라 할 정도로 신선한 작업이었다. 영화 ‘7호실’에 관해 신하균과 나눈 여러 이야기들을 이 자리에 전한다.

부천국제영화제에서 영화가 처음 공개된 후 꽤 오래 개봉을 기다렸다.
관객들이 어떻게 보실지 너무 궁금했던 시간이었다. 워낙 우리가 재미있게 찍기도 했고, 그리고 ‘7호실’이 장르로 묶기가 힘든 영화였다. 이야기도, 유머 코드도 독특했다. 그래서 더 관객의 반응이 궁금했던 것 같다.

오랜만에 명필름과 함께 했는데.
20대 때 하고, 40대에 하는 거니, 한 20년쯤 된 것 같다. 명필름이 제작한다는 건 확실히 믿음을 주는 부분이다. 섬세한 제작 환경도 좋았고, 아주 효율적으로 시간을 쓰며 촬영했다.

신하균이 본 ‘두식’의 매력은?
두식은 뭐랄까, 아직 덜 큰 아이 같다. 감정의 간극이 참 큰 캐릭터다. 원래 그런 사람은 아닌 거 같은데, 상황에 맞물려 그렇게 된다. 그 재미가 있었다. 무엇보다 제가 안 해본 캐릭터였다. DVD방 사장도 직업적으로 처음이었다. 무엇보다 영화를 통해 현실을 대놓고 이야기하는 작품도 처음이다.

사실 ‘7호실’을 보고 가장 걱정되는 건 그 현실이었다. 실제 압구정 로데오 상권이 어려운데, 이걸 대놓고 이야기하고, 촬영도 그곳에서 했다.
확실히 특정 지역을 언급하는 건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하지만 압구정이 예전 같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지나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어 촬영이 수월했다. 제가 젊을 때만 해도 압구정은 정말 화려했다. 우리 영화는 그 안의 자영업자의 현실을 보여주는 거다. 그리고 블랙코미디다. 그 독특한 유머 코드와 현실의 조화가 좋은 것 같다.

우리나라의 톱 배우 중 한 명으로서, 두식만큼 절박한 상황을 경험해 보지는 않았을 텐데.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누구나 마찬가지다. 연기하는 사람으로서 항상 줄타기를 하는 기분이다. 배우는 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쉬는 기간에 고민하고 새로운 걸 찾으며 발전한다고 하지만, 촬영이 없으면 정말 말 그대로 백수다. 그래서 이야기가 재미있고 캐릭터가 좋으면 큰 망설임 없이 작품에 임하는 것 같다. 그리고 항상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제가 보여줄 수 있는 최대한의 능력치를 보여주려 한다. 이번 ‘7호실’에서도 그랬다.

예전 시대 DVD방을 참 잘 구현해냈다.
세트가 맞다. 미술팀이 굉장히 잘 한 거 같다. 시나리오를 보고 나서 어떻게 만들어질지 정말 궁금했었다. 제 생각보다는 화려하게 만들어진 것 같다. 대학교 때 가봤던 비디오방은 확실히 음침하고 허름했던 기억이라 더 그런 것 같다.

도경수와 함께 호흡을 맞췄다. 무려 EXO의 DO다.
하하. 사실 잘 몰랐다. 제가 먼저 출연이 결정 나고, 이후에 경수가 캐스팅됐는데, 주변의 소문이 참 좋았다. “성실하고, 연기 잘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작품도 미리 찾아보기도 했다. 그런데 워낙 말이 없는 친구다. 그런 게 저와 참 닮았다. 술을 마실 때도 서로 대화는 많이 안 하고, 술을 많이 마시는 스타일이다. 하하.

도경수 씨가 언론시사에서 “꼭 다시 만나고 싶은 선배님”이라고 했는데.
그렇게 생각해주면 저야 고맙다. 저도 이번에 좋은 후배를 만난 것 같아 정말 반갑다. 경수는 지금도 잘하지만, 미래가 더 기대되는 배우다. 특히 눈이 가지고 있는 힘이 정말 좋다.

이번에 애드리브도 많았다고 들었다.
전 사실 애드리브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7호실’은 그게 필요했던 영화였다. 혼자 말하는 건 거의 다 애드리브였다. 예를 들면 커피콩을 쏟으면서 하는 대사들이라던가, 경수에게 “마약 하면 기분이 어때?”라고 묻는 것도 다 애드리브였다.

‘두식’이는 하느님과 부처님을 시작으로 여러 미신을 다 믿는데, 혹시 믿는 미신이라던가, 징크스 같은 게 있을까?
전 꿈을 많이 꾸는 편이다. 그것을 두고 해몽 같은 걸 해본다.

좋은 꿈은 못 꿨나 보다. 로또에 당첨되지 않은 걸 보면.
하하. 맞다. 돼지꿈은 못 꾼 거 같다. 개인적으로 좋았던 꿈을 기억해보자면 바다가 나오는 꿈이다. 탁 트인 바다에 햇살이 쏟아지는, 그런 꿈을 꿨을 때 좋았던 느낌이 있다.

두식이처럼 사업을 해볼 생각은 없을까? 연예인 중에서도 사업적 능력이 출중한 분들이 많은데.
사업적인 건 별로 생각해보지 않는다. 에너지를 다른데 쏟기가 힘든 것 같다. 작업이 끝나면 그저쉬고 싶다.

쉴 땐 무엇을 하는지? 별다른 취미가 있을까?
장난감 좋아한다. 사실 키덜트 시장이 어마어마하다. 레고 모으는 것도 좋아하고, 확실히 영화 인물들의 피규어가 많다. 조커는 거의 다 모은 것 같다. 고전에 나오는 영화 인물들도 많고. 정말 다 아끼는 거라 하나만 딱 꼽아 말하기 어려울 정도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권구현 기자
권구현 기자

kvanz@zenit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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