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배우 류승룡이 돌아왔다. '명량' '7번방의 선물' '광해, 왕이 된 남자'까지, 천만 영화라 불리우는 작품에 이름을 올리며 흥행 공식이라고 불렸던 류승룡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류승룡은 3년 만에 돌아왔다. 공백은 있었지만 아쉬워할 건 없다. 작품을 쉰 것도 아니고, 단지 개봉이 밀렸을 뿐. 하여 2018년은 류승룡에게 바쁜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 시작은 바로 영화 '염력'이다.
류승룡은 초능력자가 되어 돌아왔다. 할리우드 마블 스튜디오의 숱한 히어로들과 다른 게 있다면 서민형이라는 것. 물론 '스파이더맨' 같이 그쪽 세계에도 서민형 히어로도 있겠으나, 류승룡의 석헌은 진정한 서민형 아재 히어로다. 염력을 통해 지구를 구하는 것도, 세상을 바꾸는 것도 아니다. 다만 오래 전 헤어졌던 딸에게 가지고 있던 마음의 부채를 해결하고자 한다.
그렇게 돌아온 류승룡과 제니스뉴스가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공백기 동안 묵직해진 것 같다. 예전엔 더 밝았던 분위기였는데"라고 인사를 전하자, "노쇠해서 그렇다. 내일 모레면 50이다"라며 미소 지었다. 그렇게 류승룡은 3년 만의 관객과의 만남에 설렘을 비추고 있었다.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관객을 만났다. 소감은?
설렌다. 연상호 감독님스러운 영화가 잘 나온 것 같다. 감독님이 현실적인 메시지와 판타지를 잘 녹여냈다. 여러가지 볼 거리도 있고, 가족애도 있고, 통쾌한 카타르시스도 있다. 우리나라 최초 아재 히어로 영화라 부르고 싶다. 판타지를 잘 녹여내서. 간극이 클 수 있는데 한 원으로 잘 그려냈다. 만족스럽다.
공백 동안 그간 영화계 홍보 프로모션 형태가 많이 바뀌었는데, 적응은 잘 되는지?
라운드 인터뷰가 처음이다. 사진을 안 찍고 제공하는 것도 처음이고, 네이버 브이앱 인터뷰도 처음 해봤다. 준비하던 작품들이 개봉이 연기가 됐지만, 나 자신의 연기는 계속 하고 있었다. 이제 '염력'에 이어 '7년의 밤'까지 개봉이 정해졌으니 관객과 계속 마주할 것 같다.

'염력'의 캐스팅 과정이 궁금하다.
시나리오 받기 전에 구두로 이미 작품을 하기로 약속했다. 사실 그런 경우가 처음이었다. 전 시나리오를 꼼꼼히 보고 신중하게 결정하는 편인데, 그땐 명쾌하게 승낙을 했던 것 같다.
이유는? 역시 연상호 감독이라?
‘서울역’을 통해서 진즉 감독님을 알고 있었다. 작업을 할 때 모든 사람들을 아우르고 충족 시키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연상호 감독님은 프로페셔널 하고, 효율적이고, 인간적이고, 재미있다. 또한 진중함과 유쾌함이 있다. 진지할 땐 진지하시고, 재미있어야 할 땐 재미있다. 나아가 사려도 깊고 배려도 깊다.
‘부산행’으로 칸에 가기 직전에 감독님이 구두로 시놉시스를 전달 주셨다. “약수터에 운석이 떨어졌는데, 그 약숫물을 마신 사람이 초능력이 생겨서 어려운 사람을 구해주는 이야기”라고 했다. 그땐 “약숫물로 초능력을 얻는 다는 게 말이 되냐”고 했는데, 진짜로 그런 내용의 사나리오를 주셨다.
‘염력’엔 뚜렷한 빌런 보다는 이 사회가 범죄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대척점에 무엇을 세울까’에 대해 고민이 많다. 흔히 말하는 마블 스타일의 ‘빌런’은 없다. 대신 안타고니스트는 존재한다. 홍상무나 민사장 같은 역할이다. 물론 부가 됐든, 권력이 됐든 그것을 가졌다는 이유로 악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그것을 악용하고, 부당하게 남에게 피해를 줄 때 그것은 악이 된다. 그런 악에 평범한 사람이 맞서 싸워 이길 때의 카타르시스를 주고 싶었다. 그래서 보편적인 소재를 찾아봤다.
여러모로 용산 참사를 떠올리게 하는데.
앞서 말한 이유로 재개발이라는 소재를 선택한 것 같은데, 실제 사건을 딱 집어서 영화 속에 넣은 것은 아니라고 알고 있다.

본인이 본 신석헌은 어떤 인물일까?
석헌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아저씨다. 평범하고 철없고 무책임한 아빠다. 사회적으로 볼 땐 자신의 소리를 숨기고, 불의를 외면하며, 그저 사회에 순응하고 사는 인물이다. 하지만 석헌은 영화 속에서 아빠로서, 그리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신을 점차 찾아나가며 성장해간다.
이기적인 것 같은데, 착한 인물이다. 초능력이 생겼는데, 뭔가 엄청난 곳에 그 힘을 쓰진 않는다.
석헌의 삶을 반영하는 것 같다. 정말 못된 애들이 이 능력이 생긴다면 나쁜 곳에 그 힘을 썼을 거다. 그런데 석헌은 생계형 초능력자다. 염력을 얻자마자 나이트클럽에 가서 재떨이부터 들어올린다. 어쩌면 부채의식일 수도 있다. 돈 때문에 가족과 헤어졌던 석헌이다. 이제 아빠 노릇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 그렇게 석헌에겐 아빠가 되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일 수도 있다.
연상호 감독의 전작 ‘부산행’ 때도 그랬는데, 이번에도 인물에 대한 전사 혹은 사연을 과감하게 생략했다.
맞다. 감독님만의 과감한 템포가 있다. ‘부산행’ 때도 좀비가 초장부터 나와버린다. ‘염력’에서도 석헌과 루미가 안 보고 지낸 세월이 10년이다. 분명 그 안엔 여러 사연이 있었을텐데, 과감하게 생략한다. 설명이 많은 영화보다는 ‘염력’의 템포가 좋았던 것 같다.

연상호 감독은 애니메이터 출신이다. 다른 감독님과 다른 특징이 있다면?
정말 적절한 조화가 연상호 감독님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감독님의 애니메이션을 보면 오히려 실사 같다. 현실과 그에 대한 메시지가 명확하게 들어가 있다. 하지만 또 영화를 보면 애니메이션 같은 연출이 느껴진다. 이를테면 만화 같은 리액션들이 등장한다. 그 양쪽을 아우르는 매력이 분명 있다.
아! 애니메이터이기 때문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콘티가 정말 세밀하다. 콘티를 완성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그대로 찍은다. 촬영 중에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면 콘티 쪽 부터 다시 시작한다. 일종의 완벽주의다.
콘티대로만 가야한다면 닫혀 있는 현장인걸까?
꼭 콘티대로 가야하는 건 아니다. 일종의 에피타이저다. 웜업이라고 할 수 있다. 덕분에 배우들이 편하게 찍을 수 있다. 고마운 지점이다.
초능력을 쓸 때 보여준 코믹한 표정과 동작이 많이 화제가 됐다.
사실 석헌에겐 영화적으로 코믹적인 할애가 별로 없다. 오히려 다른 캐릭터는 상황이 웃겨주는 신들이 많았다. 하지만 석헌이는 아니었다. 유일하게 돋보일 수 있는 신이었던 것 같다. 그것도 제 능력으로 웃겨야 하는 신이었다. 무릎부터 혀까지 사용하는 굴욕적인 장면이 연출 됐는데, '활'이나 '표적' 같은 영화보다 더 힘들었다.
정말 탈진해버렸다. 감독님이 웃느라고 컷을 안 해서 그렇다. 그래서 더 힘들었다. 하지만 최선을 다했다. 물론 쑥쓰럽긴한데, 그런 오버스러운 표정 연기는 '내 영화인생에 두 번 다시 있을까'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심은경 씨와 여러 번 작품을 함께 했으니 친분이 남다를 것 같다.
오랜 시간 적지 않은 작품에서 만났다. 삼촌과 조카 사이다. 이번에도 작품 외적으로도 두런두런 이야기를 많이 눴다. 연기 이야기는 물론이고, 장래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들었다. 정말 편하게 던지고 편하게 받는 대화들이었다.
박정민 씨는 어땠을까?
박정민 씨 역할이 배우들이 하기 어려워하는 역할이다. 고유명사를 써야하고. 설명을 해야한다. 그리고 임팩트를 주는 신이 없어서 더 어렵다. 제가 특히 그런 걸 어려워하는 배우인데, 그는 능수능란하게 해냈다. '보통 내공이 아니구나'라는 걸 느꼈다.
계속 연기는 하고 있었으나, 개봉이 밀리면서 시간적 여유가 있었을 터다. 특별히 한 일이 있다면?
제가 자연을 좋아한다. 제주도에 있는 둘레길이라는 곳은 다 돌아본 것 같다. 한국기행도 제가 자청해서 가기도 했다. 혼자 돌아다니면서 저에게 좋은 것들을 많이 만났다. 특히 전 어르신들을 만나는 게 너무 재미있다. 그분들이 던져주는 말씀들은 그 어떤 책 보다도 좋은 것 같다. 제가 자주 가는 곳이 오색약수터다. 시나리오를 봐야할 때 그곳에 간다. 코스도 좋고 온천도 좋다. 그러고 보니 '염력'처럼 오색 약수도 물 색깔이 특이하다. 물론 가족들과도 시간을 많이 보냈다.
아이들, 이제 많이 컸겠다.
아들들이 다 컸다. 제가 딸이 없다보니 살가운 걸 느끼진 못하는데, 아들들이 진지하게 톡을 보내오면 울컥한다. 큰 애는 중학생이 되서 요즘 교복을 맞추고 있고, 작은 애는 이제 초등학교 4학년 올라간다.
아이들도 이번 영화를 볼텐데.
영화에서의 저를 볼 땐 좋아할 것 같은데, 다시 현실에서 저를 보면 실망할 것 같다. 날라다니는 아빠는 아니니까. 하하.
만약 초능력을 가진다면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날아다니고 싶다. 아 그리고, 얼마 전엔 미세먼지가 너무 많아서 제가 날려버리고 싶었다. 덕분에 청정하늘이 된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엔 추위를 날려버리고 싶다.
사진=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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