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스뉴스=최민지 기자] 한지상(33)의 이름 앞에는 ‘뮤지컬 배우’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이미 뮤지컬계에서는 스타이며 그의 공연을 보기 위해 일본 팬들도 한국을 찾을 정도다. 그런 그가 무대를 깨고 브라운관으로 진출했다. 얼마 전 방송된 KBS2 ‘불후의 명곡 전설의 노래하다’(이하 ‘불후’)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현재 온에어 중인 MBC ‘장미빛 연인들’(김사경 극본, 윤재문 연출)에서는 색다른 캐릭터로 변신을 꾀했다. 그의 변신은 도대체 어디까지일까.
한지상은 ‘장미빛 연인들’에서 정시내(이미숙)의 큰 아들이자 박차돌(이장우)의 형 박강태 역으로 출연중이다. 구불구불 거리는 헤어스타일에 턱과 인중에서 자라고 있는 수염은 그동안 그가 보여준 젠틀한 남자의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 팬들조차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파격적인 변신이다. 한지상은 오히려 그런 모습이 재미있단다. 무대 위 모습과는 또 다른 자신을 발견한 한지상, 그렇게 그는 시청자들에게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배우이고 싶다.
◆ “‘불후’ 우승, 분에 넘치게 큰 점수 받아”
한지상을 만나 ‘불후’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첫 출연 당시 ‘카스바의 연인’을 불러 429점이라는 기록을 세웠던 그. 두 번째 출연에서는 ‘애인’을 불러 431점을 획득, 우승을 거머쥐었다. 단 2회만의 우승이라니 놀라운 기록이 아닌가. 한지상은 ‘불후’에서 뮤지컬로 갈고 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오롯이 자신을 내놓은 무대, 한지상만 할 수 있었던 무대로 눈과 귀를 제대로 사로잡았다.
“정말 얼떨결에 우승을 하게 됐어요. 첫 출연 때보다 2점이 올랐죠. 그런데 약간 감이 왔어요. 아무래도 분위기라는 게 있으니까요. 하하. 농담이고요. 분에 넘치게 큰 점수를 받았어요. 기대를 안했거든요. 1승 정도만 하면 감사하겠다 싶었는데. 신동엽 선배님이 순서를 잘 뽑아주신 덕분이 아닐까 싶어요. 이 자리를 빌려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어요. 제 운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브라운관이 낯선 한지상은 시청자들에게 무엇인가를 말하고 싶었다.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고 싶었다. ‘나 이런 뮤지컬을 한다’는 목소리를 내는 것이 목적이었다. 가창력뿐만 아니라 노래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뮤지컬 배우의 특기,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선택했다. 기승전결이 있는 드라마, 한지상은 관객들의 마음을 그렇게 ‘톡톡’ 건드렸다.
“두 번의 무대가 분위기가 다 달라요. 캐릭터를 약간 다르게 잡았죠. 부담이 안됐다면 거짓말이에요. 정말 직전까지 고민을 했어요. 한번으로 그치지 않고 또 불러주셨기 때문에 더욱 그런 마음이 들었던 것 같아요. 경연 당일에도 계속 바꿨어요. 어떤 게 더 맞는 디자인일까, 무대 구성에 대해서도 생각을 했죠. 정형화 된 무대가 아니라 순간적인 감정들을 내뱉었어요. 그런데도 관객들이 저를 포용해주더라고요.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르다’는 걸 인정해주셨죠. 배우의 끊임없는 숙제가 설득력이잖아요. 그 반응에 정말 감사했어요.”
◆ “‘장미빛 연인들’ 잘 해내는 것이 목표”
무대 위에서 많은 이들을 사로잡았던 한지상은 브라운관과 스크린으로 자신의 범위를 확장시키고 있다. ‘지금껏 왜 안 나타났냐’라는 말에 웃어 보인다. “사실 의지대로 안 되는 거예요”라는 솔직한 답변이 돌아왔다. 어떤 작품이든 오디션을 거쳐야 했고, 오디션을 보기 위해서는 먼저 기회가 주어져야만 했다. “뮤지컬도 정글이었다. 10년 전부터 무대에 섰지만 사람들이 알지 못했다”고 말한다. 자신이 인기를 얻게 된 건 약 2년 밖에 되지 않았다고. 그래서 새로움을 접하는 그의 자세는 달랐다. 또 다시 무언가를 해내겠다는 그의 마음은 단단했다.
“무대에 오르기 전, 10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아요. 드라마 연기는 이제 시작이니까요. 또 다시 정글을 개척해야 될 신인으로 돌아 온 거예요. 초심을 흠뻑 느끼고 있어요. 일단은 ‘장미빛 연인들’부터 잘 해내보려고요. 하나의 미션 수행 같아요. 저는 소위 말하는 ‘한 방’이 없었어요. 10년 전부터 하나씩 밟아 여기까지 왔죠. 또 전 10년이 걸릴 거예요. 시간이 걸려도 좋아요. 또 다른 10년을 내다보려고요. 저만 잘하면 될 것 같아요. (웃음)”
한지상은 본업 외에도 참 바쁘게 살아가고 있었다. 자신의 인생을 즐기는 모습이 꽤 유쾌했다. 연기를 언급할 때와는 사뭇 달랐다. 다른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온다고나 할까. 작품 이야기에서 보여줬던 것과는 또 다른 눈빛이 생겨났다. 현재 한지상은 김무열 윤석원 정기공연을 준비 중이다. 지난 2006년 결성된 반상회는 소극장 공연을 하는 극단으로 홍보, 제작까지 모두 해결한다. 패대기라는 이종 격투기 소모임도 있다. 뮤지컬 배우 김도신을 주축으로 김진수 박건형 등 20여 명의 배우가 뭉쳤다. 꽤 흥미롭다.
“패대기는 나름의 엄격한 룰을 가지고 진행 중이에요. 기본적인 체력증진이 목표죠. 크로스 핏을 비롯해 기본 운동을 1시간 가량 하고 링으로 넘어가요. 뮤지컬 ‘완득이’ 때문에 격투기를 조금 배웠었어요. (웃음) 요즘은 2시간 정도 운동을 하는데 죽을 것 같아요. 사점을 찍고 온다고 하죠? 매번 찍어요. 하하. 남을 격하는 운동같지만 사실은 나를 격하는 거예요. 일종의 정신 수양인데 참 매력적이에요.”
좀 더 괜찮은 자신을 위해 노력하는, 좀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부단히 무엇인가를 해내는 한지상. 그가 브라운관에서 활개 치는 그 순간이 기다려진다.
사진=서예진 기자 syj@zenit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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