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th 아카데미] 모두가 웃은, 이제야 웃었던, 앞으로 웃었으면(종합)
[90th 아카데미] 모두가 웃은, 이제야 웃었던, 앞으로 웃었으면(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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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누구에게 평등한 제 90회 아카데미 시상식이었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이 작품상과 감독상을 비롯 4관왕을 차지했다. 연기파 배우 게리 올드만은 생애 첫 아카데미 주연상을 차지했다.

제 90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4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렸다. 

★ 모두가 웃은 시상식, 친절한 아카데미

이날 시상식에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이 작품상과 감독상, 미술상, 음악상을 차지했다. 이로써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셰이프 오브 워터’는 제 74회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제 75회 골든글로브 감독상 등 유명 영화제의 주요 부문을 석권했다.

당초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던 마틴 맥도나 감독의 ‘쓰리 빌보드’는 프랜시스 맥도먼드가 여우주연상을, 샘 록웰이 남우조연상을 받으며 2관왕을 거머쥐었다.

이에 대해 평단은 “아카데미가 누군가의 독식이 아닌, 평화롭게 상을 나눠가졌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러한 평가는 ‘겟 아웃’의 조던 필 감독이 각본상을 가져갔다는 것에서 더 힘을 보탰다. 흑인 감독과 흑인 주연이 활약한 영화의 수상이라는 점에서 그간 인종 차별 논란에 시달렸던 아카데미의 꼼수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외에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덩케르크’가 음향효과, 음향편집, 편집상의 3관왕을, 드니 빌뇌브 감독의’블레이드 러너 2049’가 촬영상과 시각효과상을 차지했다. 할리우드의 명장들의 작품들이 아카데미 시상식을 나눠가진 모양새다. 다만 이러한 분위기 속에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더 포스트’가 빈손으로 돌아간 것은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다.

★ 이제야 웃었던 게리 올드만, ‘레오의 저주’는 이제 그만

이날 시상식에서 게리 올드만은 데뷔 36년 만에 아카데미에서 무관의 설움을 풀었다. 게리 올드만은 ‘다키스트 아워’를 통해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다키스트 아워’는 남우주연상 외에 ‘분장상’까지 차지했다. 사실 게리 올드만의 남우주연상 수상은 아카데미에 앞서 진행됐던 골든글로브, 미국배우조합상에서의 수상으로 일찌감치 예견 됐던 일이다. 

영화계에서 연기파 배우로 군림해 온 게리 올드만은 1982년 ‘회상’(Remembrance)로 데뷔했다. 하지만 아카데미와는 유독 연을 맺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게리 올드만의 본명은 레오나르드 게리 올드만. 이로써 그는 2년 전 제 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전 5기에 성공했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함께 아카데미에 내려오던 레오의 저주를 풀었다.

게리 올드만은 수상 무대에 올라 “20년이 지나서 이 상을 받게 됐다. 하지만 기다릴 가치가 충분히 있었다”는 소감으로 벅찬 감정을 대신했다.

★ 이제는 웃었으면, 반 트럼프와 미투

작품상을 수상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셰이프 오브 워터’는 냉전 시대를 배경으로 미국의 무기 연구 시설의 어인을 사랑한 한 언어 장애 여인의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 개봉 당시 종을 초월한 사랑을 통해 현재 세계 곳곳에서 시름하고 있는 인종 차별에 대한 저항 메시지로 평가 받았다. 3일 전 AP 통신과 NORC 공공문제연구소의 공동 여론조사 결과 57%의 미국인들이 “트럼프 대통령은 인종주의자”라고 답한 것에 빗대어 볼 때 반 트럼프적인 영화라고 봐도 무방한 작품이다.

이러한 색채는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수상 소감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나는 이민자”라며, “멕시코의 영화를 좋아하던 아이가 이 자리에 선 것이 영광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영화는 모래 위의 경계선을 지우는 일이기에 멋진 것”이라는 말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했다.

인종 문제를 넘어 ‘미투’의 의지도 강력했다. 이날 시상식을 진행한 지미 카멜은 미투 운동 시작의 원흉 하비 와인스틴을 직접 언급하며 “우리는 그를 축출했다”고 말했다. 또한 ‘셰이프 오브 워터’를 가리켜 “남성들에게 질린 여성들이 물고기를 사랑하기 시작한 해”라고 풍자했다.

또한 많은 여배우들이 ‘타임즈 업’ 핀을 착장하고 시상식에 참여했으며, 여우주연상을 차지한 프랜시스 맥도먼드는 여성 영화인들을 자리에서 일으켜 응원했다. 나아가 애니메이션 ‘코코’의 ‘리멤버 미’로 주제가상을 수상하러 무대에 오른 크리스틴 앤더슨 로페즈는 “문화적 다양성을 넘어 성비도 50대 50”이라는 말로 아카데미 주제가상 후보군을 치켜세우며 “다른 부문도 이렇게 다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이하 수상자 명단

작품상='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감독상=기예르모 델 토로(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남우주연상=게리 올드만(다키스트 아워)
여우주연상=프란시스 맥도맨드(쓰리 빌보드)
남우조연상=샘 록웰(쓰리 빌보드)
여우조연상=앨리슨 제니(아이, 토냐)
각본상='겟 아웃'(감독 조던 필레)
각색상=제임스 아이보리(‘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외국어영화상='판타스틱 우먼'(세바스찬 렐리오 감독)
촬영상='블레이드 러너 2049'
미술상='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의상상='팬텀 스레드'
편집상='덩케르크'
시각효과상='블레이드 러너 2049'
분장상='다키스트 아워'
주제가상=‘'코코' - '리멤버 미'(Remember Me)
음악상='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음향효과상='덩케르크'
음향편집상='덩케르크'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UPI코리아

권구현 기자
권구현 기자

kvanz@zenit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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