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변진희 기자] 봉태규가 ‘리턴’의 최고 수혜자가 됐다. 드라마는 주연배우가 교체되는 난항을 겪으면서도 16.7%(닐슨코리아 기준)로 인기리에 마무리 됐고, 봉태규는 오랜 기간 대중의 기억 속에 박혀 있던 코믹 캐릭터를 지우고 완벽한 악역으로 변신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제니스뉴스와 봉태규가 23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신한류플러스 프리미엄라운즈에서 SBS 드라마 ‘리턴’ 종영 인터뷰로 만났다.
인터뷰 시작에 앞서 봉태규는 “미니시리즈를 너무 오랜만에 해서, 하고 이렇게 인터뷰를 하는 게 처음이다. 누군가 제 이야기를 들어주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는 게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자리에 모인 취재진들에 인사를 건넸다.
봉태규는 ‘리턴’에서 사립유치원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27개 재단을 소유한 사학 재벌가 김학범을 연기했다. 김학범은 속없이 헤헤거리다가도, 돌연 폭력적으로 돌변해 딴사람이 되는 인물이다. 의문의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편할 날이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며 김학범의 ‘똘기’는 더욱 심각해진다. 봉태규는 김학범이라는 인물을 만나게 된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드라마국에서 작품이 들어간다고 하면, 각 회사의 프로필이 잔뜩 쌓인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높이 쌓인 프로필들 맨 위에, 제 프로필이 삐딱하게 놓여져 있었대요. 그걸 감독님이 보시곤 ‘봉태규가 있었지’라고 생각했대요. 촬영 감독님이 대본을 줘보자고 제안했고, 감독님도 학범이는 완전 다른 느낌의 사람이 해야 재밌을 거라 생각했대요.
처음에는 과연 잘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있었어요. 그래서 제안을 거절하기도 했었죠. 그리고 대본이 조금 바뀌고, 감독님을 만났는데 그때 제게 엄청난 신뢰를 주셨어요. 그냥 제가 마음껏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하시더라고요.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미팅 자리에 모든 스태프분들이 와주셨어요. 당연하게 생각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굉장히 저를 존중해준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감독님께서 참여하는 스태프분들을 다 소개시켜주시더라고요. 악역에 대한 부담감은 있었지만, 누군가를 대할 때 이렇게 존중해주는 분과 함께라면 믿고 해도 되겠구나란 생각을 했었어요”

김학범은 봉태규를 만나 보다 입체적인 캐릭터로 완성됐다. 김학범이 황태자 4인방 중에서도 단연 돋보일 수 있었던 것은, 분명 완전히 악역이지만 기존의 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캐릭터라는 점이었다. 봉태규는 특별한 캐릭터를 완성시키기 위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학범이는 모두의 예상을 깨는 행동을 했어요. 악역에는 어느 정도 패턴이 있잖아요. 학범이는 그걸 절묘하게 비켜간 것 같아요. 저 혼자만의 힘으로 된 것은 아니고, 감독님과 호흡이 잘 맞았어요. 연미정(한은정 분) 시체를 묻을 때, 학범이가 시체를 보면서 대사를 하잖아요. ‘누나는 내 첫사랑이었어’라고요. 그 대사도 감독님과 이야기를 통해 나온 거예요. 사실 말이 안되잖아요. 시체 앞에서 그런 대사를 할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을 거예요. 감독님과 제가 대본을 보면서 조금은 다른 발상을 하려고 노력했어요. 덕분에 시청자분들이 봤을 때, 더욱 사이코처럼 보였을 것 같아요”
김학범의 지나친 폭력성 또한 강한 인상을 남겼다. 마치 해리성 인격 장애처럼 김학범의 맥락 없는 행동들이 보는 이들을 소름 돋게 만들었다.
“김학범은 싸움을 잘해서가 아니라, 한번도 그런 폭력을 당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무서움을 모르고 하는 행동들을 했어요. 누구한테 조금의 폭력도 당해본 적이 없는 친구라 하는 행동들이 거침 없었죠. 그 행동이 얼마나 무서운 줄 모르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연기할 때도 폭력적인 행동은 오히려 편하게 하려고 했어요. 그런 모습들이 더 시청자분들께 와닿지 않았나 싶어요”
사실상 봉태규는 ‘리턴’ 이전에 대중에게 코믹한 이미지로 각인돼 있었다. 봉태규는 다수의 작품에서 유쾌하거나 밝은 캐릭터들을 주로 선보여 왔기 때문. 그래서 봉태규는 기존의 이미지를 깨고 싶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김학범은 그동안 제가 보여주지 않았던 캐릭터였기 때문에 더 신선했을 거예요. 사실 제가 기존에 가졌던 코믹한 캐릭터 때문에 되게 힘들었거든요. 다른 역할을 하고 싶은데 그 이미지에 갇혀 있고, 그래서 캐스팅을 하는 분들도 다른 이미지를 상상하기 힘들잖아요. 학범이를 연기할 때, 오히려 그 이미지가 의외성으로 작용한 것 같아요. 사람들이 제가 이런 연기를 할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더 크게 와닿은 거죠. 약간 아이러니한 것 같기도 해요. 벗어나고 싶었던 이미지가, 학범이를 연기할 때는 긍정적으로 작용했거든요”
일명 '악벤저스'라 불리는 황태자 4인방 사이에서 흐르는 묘한 긴장감은 ‘리턴’을 보는 묘미 중 하나였다. 네 사람은 이번 작품에서 첫 만남임에도 불구하고 좋은 호흡을 자랑했다.
“준희(윤종훈 분)도 똑같이 나쁜 놈이에요. 그동안 쌓였던 것들을 터트리지 못하고 있다가, 마지막에 터져버렸죠. 태석(신성록 분)이의 결론은 태석이에게 가장 잔인한 방법인 것 같아요. 법이 정해준 절차를 밟아서 죄값을 치르는 거죠. 또한 인호는 자신이 가장 지키고 싶었던 전부인 가정을 잃게 됐고요. 각자의 상황에 맞게 잘 나온 것 같아요. 학범이의 경우는 죽을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학범이는 다들 순수하다고 그랬어요(웃음). 준희는 나쁜 사람인데 착한 척을 한다고 했었고, 태석이는 나쁘기보다는 무서운 사람이라고 했죠. 저희 4명이 촬영하면서 서로 의지를 많이 했고, 시청률이 잘 나왔을 때 4명이 제일 기뻐했어요. 작품이 끝날 즈음에는 서로 다음 작품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요. 앞으로의 행보에 대한 조언도 해주는 사이가 됐어요”

코믹한 이미지를 넘었다. 악역도 훌륭하게 소화할 수 있는 배우로 인정 받은 봉태규다. 다음엔 봉태규가 또 어떤 이미지 변신을 하게 될까. 다시 코믹한 캐릭터일지, 혹은 보다 더 악한 캐릭터를 선보일지 궁금하다.
“이 역할을 맡기까지 10년 정도가 걸린 것 같아요. 그런데 기존의 캐릭터가 무너지는 것은 2주더라고요. 방송이 2주차에 접어들고, 사람들이 학범이에 대한 좋은 이야기를 해주는 걸 보면서 느꼈어요. 내가 어떤 역할을 할 때 충실하게 연기를 하면 되고, 미리 짐작으로 한계를 두지 않아야겠다고요. 봉태규가 다른 역할도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용기가 생겼어요. 또 같은 악역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고, 전혀 다른 인물이어도 괜찮아요.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된 게 ‘리턴’을 통해 제가 얻게 된 가장 큰 선물인 것 같아요”
봉태규는 KBS2 예능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통해 시청자들과 다시 만난다. 아들과 함께 하는 관찰형 예능으로 ‘리턴’에서와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더불어 봉태규는 이전에 해왔던 팟캐스트 시즌2와 또 다른 작품으로 만날 것을 예고했다.
“제가 팟캐스트를 하고 있었어요. 드라마 촬영하느라 바빠서 시즌1을 끝냈어요. 곧 시즌2를 시작할 것 같아요. 사실 배우는 선택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잖아요. 그런 입장에서 직접 콘텐츠를 생산한다는 게 힘든 일이거든요. 팟캐스트는 그런 상황에서 제가 처음으로 능동적으로 움직여서 콘텐츠를 만들어본 거였어요. 다시 시즌2를 론칭해서 자리를 잡게 하는 게 다음 목표고요. 이번 작품을 통해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셨기 때문에, 좋은 작품이 있다면 망설이지 않고 하려고 해요.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어요”
사진=iM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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