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기의 농싸롱] NBA 스타의 아무 말 대잔치 ① 케빈 듀란트
[이승기의 농싸롱] NBA 스타의 아무 말 대잔치 ① 케빈 듀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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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이승기 NBA 해설위원] 아베 총리는 “독도는 일본 땅”이라며 말 같지도 않은 이야기를 즐겨 한다. 최근 논란이 된 성범죄자들은 “딸 같아서”라고 해명했다가 사회적 지탄을 받기도 했다. 말타기를 좋아하는 누군가는 “능력 없으면 너네 부모를 원망하라”고 막말한 바 있다. 위에 언급한 정도로 심하진 않지만, NBA 스타들도 구설수 오르기라면 남부럽지 않다. 팬들로부터 논란을 일으켰던 NBA 선수들의 ‘아무 말 대잔치’를 짚어봤다.

케빈 듀란트, “농구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논란을 낳았던 2016년 여름을 기억하는가. NBA 팬들이라면 아마 2016년 7월 5일(이하 한국시간)을 절대 잊지 못할 것 같다.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의 슈퍼스타 케빈 듀란트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행을 선언한 날이기 때문이다.

2015-16시즌 종료 후, 듀란트는 FA 자격을 획득했다. 최대어의 행보에 모든 이목이 집중된 상황. 듀란트는 『플레이어 트리뷴』 기고문을 통해 본인의 결정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7월 5일, 드디어 “나의 다음 챕터"라는 글이 올라왔다. 그 안에는 “골든스테이트로 이적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팬들은 듀란트의 선택에 어마어마한 실망감을 느꼈다. 왜 하필 골든스테이트였을까? 골든스테이트는 2016 플레이오프 서부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오클라호마시티 썬더를 4승 3패로 무너뜨린 팀이었다. 듀란트는 자신들을 탈락시킨 팀에 스스로 찾아간 셈이었다. 이건 오클라호마시티 팬들에게는 배신 그 자체였다.

게다가 골든스테이트가 평범한 팀이 아니었다. 2014-15시즌 챔피언이었고, 2015-16시즌에는 73승 9패를 기록, NBA 역대 한 시즌 최다승 신기록까지 세운 팀이다. 역사상 최고의 팀 중 하나로 평가 받는 팀에, 하필 오클라호마시티를 탈락시킨 팀에 투항하고 합류한 셈이었다. 많은 전문가, 관계자, 팬들로부터 엄청난 비판을 피할 수 없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워리어스 입단 인터뷰장에 들어선 듀란트는 “나에게는 농구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이적을 결심한 이유를 설명했다. 아직 전성기를 구가 중인 만 27세(당시 기준) 농구선수의 입에서 나왔다고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였다.

이어 “앞으로 하루하루 즐기며 농구하고 싶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워리어스 행을 결심하게 된 진짜 이유였다. 오클라호마시티에서 힘들게 우승에 도전하느니, 최고의 팀 골든스테이트에서 행복하게 우승하고 싶다는 뉘앙스가 깔려 있었다. 이러한 정황을 보면, 듀란트는 그간 심적으로 엄청난 압박을 받았던 것 같았다.

하지만 이는 레지 밀러나 찰스 바클리와 같은 ‘올드스쿨’ 레전드들의 심기를 건드렸다. 레지 밀러는 “듀란트가 싸구려 반지에 왕국을 버렸다”고 비판했고, 바클리 또한 “듀란트는 너무 날로 먹으려 한다”며 손가락질했다. 폴 피어스 역시 “이건 래리 버드가 매직 존슨에게 간 격이다. 하여간 요즘 것들은…”이라며 혀를 끌끌 찼다.

잠시 시계를 2010년 7월로 돌려보자. 르브론 제임스가 마이애미 히트로 이적했던 그때에도 엄청난 후폭풍이 일었다. 당시 듀란트는 SNS에 “모두가 레이커스나 히트에 가고 싶어한다 이거지? 이런 사람들에 대항하여 싸우자!” 라는 글을 올리며 르브론을 비롯한 슈퍼스타들의 이합집산 행태를 비판한 바 있다. 하지만 정확히 6년이 흐른 뒤, 케빈 듀란트는 본인이 비판했던 ‘그런’ 사람이 되고 말았다.

 

사진=나이키

이승기 NBA 해설위원
이승기 NBA 해설위원

press@zenith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