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이혜린 기자] ‘내조의 여왕’, ‘넝쿨째 굴러온 당신’ 등 여러 작품으로 시청률 여신으로 자리매김했던 김남주다. 하지만 잠시 우리 곁을 떠나있던 6년이라는 시간은 JTBC 드라마 '미스티'를 통해 복귀를 선언한 여왕에게 걱정어린 시선을 드리우기 충분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김남주에게 6년이라는 공백은 무의미했다. 김남주는 세간의 염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고혜란'(김남주 분)이라는 인생 캐릭터를 완성했다. "역시 김남주"라는 찬사를 듣기에 충분했던 연기. 거기엔 “얼마 전에 산 팔찌도 김남주가 아니라 고혜란으로 맞췄어요”라는 말처럼 김남주가 아닌 '고혜란'으로 살아간 시간이 녹아났기 때문일 터다.
김남주가 JTBC 드라마 ‘미스티’에서 연기한 '고혜란'은 대한민국 최고의 앵커다. 또한 성공을 위해 앞으로 달려나가는 야망있는 캐릭터다. 하지만 전 연인이자 프로골퍼 '케빈 리'(고준 분)를 살인한 용의자로 몰리게 된다. 이후 드라마는 누명을 벗으려는 '고혜란'의 고군분투를 긴장감 넘치게 펼쳐나간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카페에서 제니스뉴스와 김남주가 tvN 드라마 ‘미스티’ 종영 인터뷰로 만났다. 실제로 마주한 김남주는 고혜란처럼 자신의 생각을 확실히 전하는 스타일이었지만, 그의 입담은 재치있었고 털털하다는 반전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김남주는 현장을 벗어난 가정에서는 누구보다 따뜻한 엄마였고, 아내였다. 이야기를 하면서도 가족에 대한 애정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더 멋져보였던 김남주와 나눴던 이야기를 이 자리에 전한다.
Q. 5개월 동안 고혜란으로 지낸 시간을 마무리했어요.
아직도 냉정해지거나 심각한 상황이 오면 저도 모르게 고혜란의 톤이 나와요(웃음). 촬영을 하면서 7kg 감량했는데, 김승우 씨와 "끝나고 한식 먹자"는 약속을 지켰더니 2kg이 돌아왔어요.
Q.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 이후 6년 만에 복귀예요.
‘미스티’ 대본이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이 작품으로 복귀했을 때 ‘창피하지 않겠다’ 싶을 만큼 자신감이 있을 정도였어요. 처음에 대본을 봤을 때 기본 이상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읽어보니까 기대 이상이더라고요(웃음). 많은 작품들이 초반에 모든 걸 쏟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은 끝까지 강렬해서 작가님의 힘을 믿게 됐어요. 철저한 대본이었죠. 미드 같은 느낌도 있었고, 한국 드라마의 발전을 보는 느낌이었어요.
Q. 복귀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마음에 드는 작품을 하고 싶었지만 전작들과 비슷했어요. 더 이상 표현할 수 있는 부분도 없었고요. 그리고 “그전 캐릭터와 비슷하지 않냐”는 공격적인 질문을 받은 적도 있어요. 한 번만 더 했다가는 욕도 먹었겠지만 스스로 재미도 못 느꼈고, 다 비슷해 보였어요. 무슨 여왕이라는 캐릭터가 많았어요. 이제 그만 여왕이고 싶어요(웃음).
Q. 열린 결말이 아쉽지는 않았어요?
끝까지 센 결말이었어요. 장르물에 적합한 마무리인 것 같아요. 마지막 회에서 범인이었던 지진희 씨가 자살의 택하는 것처럼 나와요. 처음에 대본을 읽을 때 '터널에서 큰소리가 난다'고 해서 저는 ‘사고가 난다’는 의미로 해석했어요. 그런데 방송을 보니까 자살을 하는 느낌이었어요. 감독님과 작가님도 그런 느낌이라고 하시더라고요. 불의의 사고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마음 아팠어요.

Q. 작품에 대해서 얼마나 만족해요?
정말 만족해요. 고혜란은 성공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아요. 저도 못하는 부분이었기 때문에 연기하면서 통쾌했어요. 작품을 너무 잘 썼다고 생각해요. 그런 부분이 우리가 고혜란에게 열광했던 점이고요.
Q. 고혜란이 김남주에게 ‘인생 캐릭터'라고 해요.
고혜란은 인생 최고의 캐릭터예요. 다시 만날 수 없는 너무 멋진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아줌마, 엄마 캐릭터가 아닌 커리어 우먼으로 인정받아서 더 최고인 것 같아요. 그래서 얼마 전에 산 팔찌도 김남주가 아니라 고혜란으로 맞췄어요. 사인도 고혜란으로 하고 있고요(웃음). 대중 분들의 최고의 찬사도 "본명이 뭐였더라?"예요.
Q. 김남주이기 때문에 주인공으로 활동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미스티’로 이룬 가장 큰 수확이죠. 아줌마의 모습을 모여줬던 ‘내조의 여왕’이 끝난지 9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는데, '미스티'를 통해 거꾸로 여성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었어요. 아이들에게도 기억에 남겨줄 수 있는 작품으로 복귀에 성공해서 기분이 좋아요.
하지만 복귀하기 전까지 늘 엄마로 있다가 사장도 무서워하지 않는 대한민국 신뢰 1위 뉴스 앵커 역할을 표현하기 어려웠어요. 저와 정반대인 캐릭터를 만들어야 해서 몇 달은 걸렸죠. 저를 도시적인 이미지라고 하지만 푼수기도 있거든요. 그래서 촬영장에서 고혜란의 모습을 생각하면서 말도 많이 안 하고, 음악을 들으면서 기를 모으기도 했어요(웃음).
Q. 고혜란과 정반대하고 했지만 닮은 부분도 있을 것 같아요.
저도 선택과 집중이라는 말을 좋아해요. 아닌 것에는 연연하지 않고요. 아닌 건 아니잖아요(웃음). 그래서 ‘옳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끝까지 밀어붙여요. 제가 선택한 작품도 최선을 다해야 하고요. 적당히 타협도 하지만 자기 고집이 없었다면 이 자리까지 못 왔을 거예요.
Q. 완벽한 앵커 캐릭터를 위해 외적으로도 노력했겠어요.
완벽한 여자를 표현해야 해서 부담스러웠어요. 대본에도 ‘오랜 운동으로 건강한 혜란’으로 적혀 있었죠(웃음). 초반에 엘리베이터 신에서 대중들이 고혜란의 실물에 대해 반응하는 장면도 있었고요. 자신 없었는데 최선을 다해서 표현하려고 했어요.
그래서 안 먹고 운동했어요. 나트륨을 피하고, 닭 가슴살 먹으면서 운동했어요. 탄탄하고 스키니한 스타일을 위해서 태닝도 했고요. 의상 같은 경우에는 신에 맞게 결정했어요. 뉴스에서는 커리어 우먼처럼 보이는 슈트를 입고, 남편과 키스신이 있을 때는 여성스러운 의상을 선택했어요. 파워 숄더 입고 키스신을 연출하면 웃기잖아요(웃음).

Q. 남편 김승우 씨가 같은 배우로서 힘이 됐을 것 같아요.
남편이 정말 힘이 됐어요. ‘미스티’를 적극적으로 추천했고, 잘하기를 원해서 작품에만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줬어요. 캐릭터 분석부터 설정, 리딩까지 함께해서 남편이 강태욱이 되기도, 서은주가 되기도 했어요(웃음). 그리고 같은 연기자다 보니까 캐릭터를 떠날 때의 공허함을 알잖아요. 작가와 동료 배우들을 불러서 회식도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신경 써줬어요. 그래서 아직까지도 쓸쓸함을 못 느끼고 있고요.
Q. 1회부터 3회까지 19세 시청가 등급이었어요. 수위가 높았는데, 혹시 김승우 씨도 함께 시청했을까요?
김승우 씨가 저랑 같이 보지 않았기 때문에 안 본 줄 알았어요(웃음). 드라마 초반에 대해 많이 물어보시지만 김승우 씨는 ‘미스티’ 고혜란의 왕팬이에요. 전에도 김승우 씨가 대본 자체도 먼저 봤고, 작품을 배우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Q. 김승우 씨는 김남주 씨에게 어떤 사람인가요?
친구이자 정신적 지주예요. 김승우 씨가 없으면 모든 걸 해낼 수 없을 거예요. 결혼한 지 13년이 지났어요. 결혼 중간에는 남편이 ‘아들 같다’고도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달라지더라고요. 매일 친구처럼 아이들이 자면 술 한 잔 하기도 해요.
김승우 씨도 수다를 좋아하거든요. 점점 닮아가더라고요. 주변에서는 “술을 왜 남편이랑 먹냐”고 이상하다고 해요. 친구들에게 “밥 먹을까?”라고 하면 “언니, 결국 형부가 데리러 올 거잖아”라고 하기도 하고요(웃음).
Q. 다음엔 어떤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에요?
뭐든 하고 싶어요. 빨리 인사드렸으면 좋겠어요. 딸이 시어머니 역할을 맡기 전에 빨리하라고 하기도 했어요(웃음). 그래도 "친엄마보다 시어머니 역할이 크다"고 예리하게 말해주더라고요.
Q. 고혜란은 정의 사회 구현을 목표로 했어요. 지금 김남주의 지향점은?
아이들을 사회의 인재로 키운 뒤에 김승우 씨와 와인 마시는 게 꿈이에요. 나중에 나이 먹어서 잘 나가는 것보다 자식이 잘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받아쓰기 100점 맞으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어요. 제가 받은 상 10개보다 아이의 상장 1개가 더 기뻐요.
그리고 김승우 씨 휴대폰에는 항상 ‘2040년을 기다립니다’라고 적혀 있어요. 2040년은 대략적으로 생각했을 때 아이들이 결혼하고 독립하는 해예요. 온전히 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시간이죠.
사진=더퀸에이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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