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변진희 기자] “10집이니까 10점 만점에 10점을 줄래요”
지난 1997년 데뷔한 밴드 자우림(JAURIM)은 올해 데뷔 21년 차 밴드다. 자우림만이 선보일 수 있는 음악을 꾸준히 선보이며 밴드의 색깔을 확실히 보여준 이들은 정규 10집 ‘자우림’으로 대중과 만난다. 그 어떤 수식어도 없이 팀 이름 그대로를 사용한 앨범 명에서 자우림의 자신감이 느껴진다.
제니스뉴스와 자우림이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정규 10집 ‘자우림’ 발매 기념 인터뷰로 만났다.
이번 앨범은 지난 2013년 9집 ‘굿바이 그리프(Goodbye, grief)’ 이후 5년 만에 선보이는 정규앨범이다. 수록곡 하나하나가 자우림만이 할 수 있는 음악이라는 생각에 앨범 명을 ‘자우림’으로 선정했다. 지난 세월 동안 음악들을 집대성한 결과물을 담은 앨범에 대한 자우림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10점이었다.
“주위에서 ‘10집을 내셨네요. 감회가 남다르겠어요’라고 하면서 비행기를 태우시는데요. 사실 그런 느낌까진 아니고요. 의미 있는 앨범에 걸맞게 좋은 앨범을 만들 수 있게 돼서 다행이라 생각해요”(김진만)
“처음에 저희가 뭔지도 모르고 막 만들었던 음악이 지금 들어보면 재밌는 접근이었더라고요. 그러다 4집부터는 밴드만이 할 수 있는 날것의 사운드를 만들어보자고 했어요. 그렇게 8집까지 쭉 일을 하다가 9집에서 완성형으로 납득이 됐죠. 그렇다면 다음 앨범은 어떻게 할지 고민했어요. 9집부터는 조금 다른 방향, 더 정제된 앨범을 만들고 싶었죠. 다시 장치를 많이 넣기 시작한 앨범을 만들어 보자고 생각한 게 10집으로 완성됐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앨범 작업을 계속 한다면 10집을 토대로 조금 더 면밀하고 계산된 사운드를 만들 것 같아요”(김윤아)
앞서 김윤아는 솔로 앨범 발매 기념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자신이 영감을 얻는 계기를 SNS로 꼽았다. 이번 자우림 앨범을 준비하면서도 마찬가지였다. 세상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를 음악으로 표현하고 싶었던 자우림은 SNS를 통해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보며 노래를 만들었다.
“데뷔 때부터 저희가 곡을 만들기 시작한 게 뉴스를 보고 나서가 많았어요. 제 이야기면서, 친구들의 이야기고,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죠. 뉴스를 보면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느낄 수 있고, 요즘은 SNS가 있잖아요. 저처럼 곡의 소재를 찾는 사람에게 날것 그대로 열린 시대가 너무 좋은 거죠. 음악이 세상을 개혁하고 바꿀 수 있다고 믿진 않지만, 음악이 세상을 비출 수는 있다고 생각해요”(김윤아)
자우림은 앨범을 총 10트랙으로 구성했다. 이선규는 “작년부터 곡을 만들면서 쉬엄쉬엄 작업했다. 지난 3월부터 스튜디오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앨범에는 희망에 대한 노래가 있는가 하면, 회한의 정서가 짙게 담긴 곡도 있다. 또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그 외에도 사랑과 이별을 노래하기도 하고, 절망과 분노의 감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세상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앨범에 고스란히 담긴 것이다.

“저희는 밝음과 어두움의 스펙트럼이 넓은 팀인 것 같아요. 저희가 소재로 하는 게 사람과 세상이니까요. 세상에 한 사람만 존재하는 게 아니잖아요. ‘오늘의 나’와 ‘내일의 나’도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김윤아)
1번 트랙인 ‘광견시대(狂犬時代)’를 시작으로, 티저 영상으로 공개돼 큰 화제를 모았던 3번 트랙 ‘슬리핑 뷰티(Sleeping Beauty)’는 비밀스럽고 어두우면서도 관능적인 곡으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외에도 자우림을 대표하는 사운드를 가진 4번 트랙 ‘있지’, 어쿠스틱한 편성의 사랑 노래인 ‘기브 미 원 리즌(Give me one reason)’, 사회에 대한 냉철한 시각이 담겨있는 ‘싸이코 해븐(Psycho heaven)’, ‘아더 원스 아이(Other one’s eye)’ 등이 담겼다. 멤버들은 각자 애정하는 수록곡을 꼽았다.
“’슬리핑 뷰티’가 좋아요. 예전부터 자우림이 음원을 내면, 주변에서 ‘자우림 아니면 이런 거 못하겠다’는 이야기를 종종 하셨어요. 그냥 하는 말이겠거니 했는데 점점 느끼게 되더라고요.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우리만 할 수 있는 음악이 있는데 ‘슬리핑 뷰티’가 그런 음악의 결정체인 것 같아요”(이선규)
“저는 ‘아는 아이’요. 1곡만 꼽긴 어려운데요. ‘아는 아이’의 경우 새로운 사운드에 대해 고민하면서 만들어진 곡이에요. 자우림은 ‘우리는 밴드니까 다른 소스는 절대 쓰지 않을 거야’라고 하는 팀은 아니었거든요. 프로그래밍된 소스도 좋아하고, 다른 장르와의 조합도 즐겨 했어요. 그런 작업이 ‘아는 아이’에 이뤄진 느낌이에요”(김윤아)
“저는 ‘있지’라는 노래인데요. 처음에 집에서 스케치만 한 데모를 들었어요. ‘휴’라고 하는 부분을 듣고 가슴이 푹 내려 앉는 느낌이 들었어요. 가사도 꼭 들어 봐주시길 바라요. 들었던 분들이 30대 여성분들이 좋아하실 것 같다고 그러더라고요”(김진만)
트랙 구성의 이유에 대해 김진만은 “1번, 2번을 듣다 보면 끝까지 어떤 곡이 있을지 궁금해서 안 듣고 못 버틸 것이다”라고 자신했다. 특히 1번 트랙인 ‘광견시대’는 강자가 약자에게 행하는 폭력에 대한 고찰과 사이키델릭한 사운드가 어우러진 곡으로, 앨범의 시작부터 강렬한 느낌을 선사한다.
“사회에서 아이들은 ‘다른 건 네가 알아서 하고, 공부만 열심히 해’라는 식으로 교육을 받아요. 도덕성은 묻질 않죠. 사회인이 되면 조직에서 얼마나 이윤을 창출하는가로 사람을 판단해요. 어떤 방식을 쓰던 괜찮은 것처럼요. 물론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지만, 이런 세상에서 살고 있어요. 그런 일들을 노래에 담아봤어요. 20대, 30대 청년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고민하는지 살펴봤어요. 분노에 짓눌려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고, 그런 내용을 가사에 담았어요”(김윤아)
“저희가 앨범을 만드는 이유는 다 만들고 보면 하나의 이야기가 앨범 속에 있기 때문이에요. 그게 앨범을 만드는 재미거든요. 저희끼리는 한 곡에서 그 다음 곡으로 넘어가는 텀에 대한 것도 신경 써서 작업해요. 요즘은 1곡만 듣는다곤 하지만, 저희는 1곡만 들으면 서운하죠”(이선규)
자우림은 새 앨범 발매와 더불어 KBS2 ‘뮤직뱅크’ 출연, 단독 콘서트 개최 등으로 활발한 활동을 예고했다. 콘서트는 이번 신곡, 앞서 JTBC ‘비긴어게인2’에서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었던 곡들 위주로 꾸려 선사할 예정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렇게 ‘열일’한 자우림이 대중에게 얻고 싶은 평가가 무엇일지 물었다.
“팬분들의 피드백 중에 좋아하는 말이 있어요. ‘음악을 듣는 동안 나를 잊어버릴 수 있었다’라는 거예요. 이번 앨범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저희 노래를 들으면서 현실을 잠깐 잊고 도망갈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아요”(김윤아)
사진=인터파크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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