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스뉴스=이혜린 기자] 여성들의 이상형이 두 가지로 나뉜다면 훤칠한 꽃미남과 듬직한 상남자가 아닐까?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서 꽃미남 캐릭터가 배우 박서준이었다면, 상남자 캐릭터는 단연 강홍석이었다.
강홍석은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부회장 수행비서 '양철'(강홍석 분)으로 분해 묵묵하면서도 귀여운 반전 이미지를 드러내 신스틸러로 등극했다. 또한 부회장 부속실 '봉세라'(황보라 분) 과장과의 '뽕신', '콜라 프러포즈' 등 톡톡 튀는 코믹한 로맨스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완벽하게 사로잡았다.
뉴페이스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강홍석은 올해로 10년 차 배우다. 이제 막 안방극장에 발을 내디딘 그는 지난 2008년 영화 '영화는 영화다'를 시작으로, 진정한 데뷔작이라던 뮤지컬 '스트릿 라이프', '킹키부츠', '데스노트', '나폴레옹' 등의 무대 공연을 통해 연기 경력을 탄탄히 다져왔다. 이어 드라마 '시카고 타자기'로 안방극장에 데뷔를 알리며, '맨홀-이상한 나라의 필', '김비서가 왜 그럴까'를 만났다.
강홍석과 제니스뉴스가 지난 27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씨제스 사옥에서 만났다. 이번 작품이 인생작이며,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고 함박웃음을 짓던 그다. 거침없는 상남자 같은 어투 속에 푸근하고 편안한 분위기가 자리 잡고 있던 매력적인 강홍석의 이야기를 이 자리에 전한다.
Q. 올해로 데뷔 10년 차다.
데뷔는 영화 '영화는 영화다'로 했지만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데뷔작은 뮤지컬 '스트릿 라이프'다. 공연을 한지는 5~6년 정도가 됐고, 최근에도 무대에 올랐다. 평소 도전하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공연과 함께 드라마, 영화 쪽에서도 연기해보고 싶었고 지금 회사를 만났다.
공연하는 모습을 기억해주시는 팬들도 있다. 카페에 게재되는 인생 캐릭터로 '킹키부츠'의 '롤라', '데스노트'의 '류크'가 있는데 이제는 '양 비서'(강홍석 분)도 올라온다. "하루 종일 본다"고 하신다. 정말 고마우신 분들이다. 골수 팬분들이 많아서 결혼하면 제가 축가를 부르러 가기도 했다.
Q. 무대 공연과 드라마 각각의 매력을 꼽는다면.
무대 공연은 내가 하는 연기를 볼 수 없지만, 드라마는 내가 하는 연기를 확인할 수 있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좋고 나쁘다는 게 아니다. 각자의 매력이 너무 달라서 놓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승우 형(조승우 분), 유준상 선배 등 선배님들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Q.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서 '지금 이 순간'으로 파워풀한 매력을 드러냈다.
감독님께서 처음 저를 캐스팅하면서 "네가 뮤지컬 배우고, 노래가 장점인 부분을 극 중에 넣고 싶다"고 하셨다. 그래서 '복면가왕'처럼 오징어 가면을 쓰고 노래하는 신이 탄생하게 됐다.
사실 '지금 이 순간'을 부를지 고민을 많이 했다. '와이키키 브라더스'에서 열창한 적이 있어 겹칠 것 같았다. 그래서 4~5일 동안 고민했다. 그런데 주로 무대에서 사람을 죽이는 캐릭터를 하다 보니까 알고 있던 세레나데가 없었고, 많은 고민 끝에 결국 '지금 이 순간'을 선택했다(웃음).
Q. 동료 배우들의 반응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지금까지 한 작품 중에 제일 잘 한 것 같다. 연락도 많이 온다. 새벽에 뽕신이 나오는 부분을 재방송으로 보고 있는데, 정원영 씨에게 전화가 와서 "너무 웃기고, 잘 어울린다"고 힘을 실어줬다. 지현우 형도 응원해줬다. 그리고 친구들도 정말 좋아한다. 주변에 자랑을 그렇게 한다. 직장 탕비실에서 여성분들이 "어제 '김비서가 왜 그럴까' 봤냐"는 이야기가 나오면 '양 비서'가 친구라고 사진을 보여준다고 했다(웃음).
Q. 조언해준 선배가 있다면.
드라마에 처음 데뷔했을 때 고창석 형에게 찾아갔다. 이종혁 선배가 술을 드시는 자리에서 '릴렉스가 되야 한다'며,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셨다. 오만석 형은 '맨홀-이상한 나라의 필'을 촬영할 때 "'양구길'(강홍석 분)과 잘 어울린다"며, "드라마를 계속했으면 좋겠다"고 하시기도 했다.
Q. 올여름휴가 계획은?
스케줄이 겹쳐서 이번 휴가는 가기 어려울 것 같다. 포상 휴가도 못 간다. 하루라도 빼보려고 했는데 마음처럼 되지 않아 너무 아쉽다. 같이 고생했으니 소주나 한잔하면 좋을 텐데 그걸 못하니까 미안하기도 한다.
Q. 차기작이 결정됐다고 들었다.
'걸캅스'라는 영화다. 저는 타투숍을 운영하는 악역을 맡았다. 정말 나쁜 사람이다. '양철'과는 정반대 정도가 아니라 아예 다르다.
Q. 나쁜 역할을 맡아도 그 캐릭터에 애정을 실어야 하지 않은가.
맞다. 이번 작품에서 저와 함께 위하준, 주우재, 김도완이 함께 악역을 맡았다. 몇 번 만나서 술을 마시며, "우리가 정말 나쁜 사람 돼보자. 통쾌하게 끝장나는 걸 만들어보자"고 기합을 넣었다. 양아치가 돼보려고 한다.
Q. 로코에 다시 도전해볼 생각도 있는지.
저와 잘 맞는 캐릭터가 들어온다면 로맨스는 두렵지 않다. 오디션도 열심히 볼 생각이다. 이번 작품을 하며 저도 놀란 부분이 많다.
Q. 로코 이외에 관심 있는 장르가 있다면?
서민적인 캐릭터를 좋아한다. 의사 같은 전문적인 역할 말고, 호프집 사장님 같은 소소한 캐릭터가 좋다. 외모랑도 어울리는 것 같다. 드라마로 치면 주말극을 좋아한다. 일상 속에서 있을 법한 요소들이 좋다.
뮤지컬에서 사람을 죽이는 역할도 해봤으니까 이제는 백수 아들이나 지질한 캐릭터 해보고 싶다. 덩치는 큰 데 속이 좁은 캐릭터도 좋다. 여자친구랑 헤어지고 선물했던 곰인형 가지고 오라고 하거나 여자친구의 친구들과 만난 자리에서 안주만 눈치 없이 먹고 그냥 나가는 역할도 재미있을 것 같다.
Q. 배우로서 앞으로의 목표는?
한해 뮤지컬, 영화, 드라마 각각 한편씩 하는 걸 꿈꿨는데 올해 이뤘다. 앞으로 친근한 배우가 되고 싶다. 어렸을 때 상훈이 형(정상훈 분)과 작품을 했는데, 형은 전 국민이 아는 배우가 됐다. 그런데 상훈이 형은 그때도 지금도 친근하다. 그렇게 친근한 배우가 되고 싶다. 어딜 가도 낄 수 있고, 헤쳐나갈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게 꿈이다.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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