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나라를 잃었던 국민들이 '모국'을 되찾은 날, '무한도전'은 '모정'을 전했다.
15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은 광복 70주년 '배달의 무도' 특집으로 진행됐다. 그간 국가 정책이나 사회 분위기를 예능 속에 담아오며 공익을 도모하는데 익숙했던 '무한도전'이기에 이번 광복 70주년 특집 방송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무한도전'이 선택한 것은 우리 민족의 정서인 '정'과 '그리움'이었다. 외국에 나가면 '애국자'가 된다고 했다. 먼 곳에서 고국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나라 잃고 독립을 염원했던 선조들의 마음과 맞닿아 있었다.
그들의 마음을 달래주기 위해 '무한도전'은 '정'을 배달했다. '한국인은 밥심'이라며 그들에게 고국의 음식을 전달했다. '배달의 무도' 바구니에는 벌써 한국을 떠난 지 30년이 된 아들에게 만둣국을 해주고 싶은 어머니의 정과 어린 시절 해외 입양으로 떠나 보낸 후 다시 만난 동생을 생각하는 언니의 애틋함이 담겼다. 또한 칠레 최남단에 있을 남편과 아들을 생각하는 마음과 남극에 있는 세종기지연구원들을 위한 음식들도 바구니에 담았다.
정을 담는 과정부터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렸다. 89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아들이 좋아할 만두를 빚고 김치를 담갔다. 삐뚤빼뚤 손 편지를 통해 "몸은 힘들었지만 이 음식을 맛있게 먹어줄 아들을 생각하니 마음은 행복했다"고 말씀하시니 이를 받아 든 아들의 눈엔 눈물이 가득 차 올랐다.
대한민국이 힘들었던 시절, 해외 입양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았던 그 당시에 동생을 떠나 보낸 언니의 사정도 뭉클했다. 주한미군이 되어 모국과 부모 형제를 다시 찾았던 동생을 위해 엄마와 함께 음식을 만들었다. 특히 둘째를 임신했지만 산 바라지도 받지 못한 동생에 대한 미안함이 고스란히 담겼다.
한인 식당이 없어 고국의 음식을 그리워할 남편과 가족을 위해 닭강정을 만들었다. 작지만 손이 많이 갈 밑반찬들이 그 마음을 느끼게 했다. 지구에서 가장 추운 곳에 있을 아빠에게 자신이 그린 그림을 건네달라는 다섯 살 아이의 눈망울은 초롱초롱하게 빛났다.
한국 음식이라는 것만으로도 반가울 터인데, 어머니의 나라에서 온 어머니의 음식을 받아 들었다. 아들은 입 안에 가득 퍼지는 어머니의 향기를 천천히 음미하며 입가에 미소를 띄웠고, 오랜만에 느꼈을 그 맛에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나아가 가슴에 퍼지는 어머니의 마음에 연신 눈물을 훔쳤다.
'무한도전'이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배달한 것은 단순히 밥이 아니었다. 오래 동안 밟지 못했던 모국과 뼈에 사무치게 그리워했던 정이 담겨 있었다. 70년 전 선조들도 그랬다. 힘이 약해 나라를 빼앗겼고 오랜 시간 핍박 받았다. 이 땅 위에 살고 있었지만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위에 살지 못했다. 인고의 세월 끝에 맞이했던 광복과 "대한독립만세"의 외침은 나라를 되찾은 기쁨과 눈물, 웃음이 한데 섞인 환호였다.
그렇게 '무한도전'은 우리가 당연하다 느끼고 있었던 나라의 소중함과 가족의 따뜻함을 시청자들에게 안겼다. 대한민국 땅을 밟고 싶어도 각자의 사정에 의해 그러하지 못하는 사람들, 그로 인해 꿈에도 그렸을 고국과 가족을 선물 받은 사람들의 감정에 공감하며 함께 웃고 눈물을 흘렸다. '무한도전'의 광복 70주년 특집이 더욱 소중했던 이유다.
사진=MBC '무한도전' 방송 화면 캡처
저작권자 © 제니스글로벌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