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리뷰] '창간호', 낭만을 향한 블랙 코미디부터 눈물 드라마까지
[Z리뷰] '창간호', 낭만을 향한 블랙 코미디부터 눈물 드라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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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단편 영화 다섯 편이 하나로 묶였다. 전주국제영화제를 비롯 미장센단편영화제 등 여러 영화제에서 활약한 작품들이 ‘낭만’을 외치며 관객과 마주한다. 이름하여 ‘창간호’. 시작을 알리는 제목이기에 더욱 의미를 더한다.

<대리 드라이버>

직장인 두 명이 접대 미팅 후 대리 기사를 불러 집에 가는 에피소드를 담았다. 아내와의 약속을 앞에 두고, 상사와 함께 대리를 불러 집에 가고 있는 짜증나는 상황. 여기에 대리 기사가 상사의 고등학교 선배를 자처하며, 차 안 풍경이 묘하게 흘러간다. 

학연과 지연을 강조하는 옛 문화 – 라 부르고, 여전히 존재하는 – 에 대해 삐딱하게 바라보던 영화는, 어느 순간 ‘그 또한 하나의 낭만이지 않을까?’라는 물음표를 남긴다. 학연-지연으로 생겨나는 여러 병폐에 물든 대한민국에선 그저 실소로 이어질 뿐이라 씁쓸하다.

대중에게 익숙한 조달환 덕분에 단편 영화에 대해 낯 설은 관객도 쉽게 몰입할 수 있다. 더불어 대리 운전사를 연기한 배우는 영화 ‘성혜의 나라’로 2018년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한 정형석 감독이라는 게 체크 포인트다.

<이혼합시다>

하수민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조민재가 남편 ‘상민’을, 김재화가 이혼을 요구하는 ‘혜수’를, 서동갑이 혜수의 내연남 ‘민성’을 연기했다. ‘혜수’는 저녁식사 도중 뜬금없이 이혼을 요구하고, ‘상민’은 그 이유를 궁금해 한다. 이유는 대학 동기와의 바람. 그러자 상민은 바람난 이유를 따져 묻는다.

‘심해어’를 보고 싶다는 꿈을 설파하는 ‘혜수’와 그것에 동조하는 ‘민성’, 그걸 이해하지 못하는 ‘상민’의 상황에 묘하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뚝섬에 잠수함을 정박해 놨다”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도, 우리에겐 하나의 낭만이 된다.

밑도 끝도 없이 몰아치는 이혼 요구에 감정과 대사가 더해져 작품에 속도를 더한다. 배우에게 주어진 롤이 명확한 가운데, 각자의 표정연기가 훌륭하다.

<양가성의 법칙>

이별한 두 남녀가 겪는 감정의 너울을 양가성의 법칙 아래 그려낸다. 권태기에서 이별로, 그리고 그이후 겪게 되는 일상들이 현실적으로 펼쳐진다.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봤고, 고민해봤을 이야기다.

정인희 감독의 연출과 함께 백수장이 남자친구 형구를, 이영진이 여자친구 지영을, JTBC 드라마 ‘청춘시대’로 익숙한 지일주가 지영의 새로운 남자 ‘유한’을 연기한다. 이영진과 지일주의 연기도 훌륭하지만, 백수장의 지질한 연기가 작품의 백미다.

<미안해>

‘양가성의 법칙’에서 ‘유한’을 연기한 지일주가 이번엔 메가폰을 잡았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셋방 살이 중인 ‘현준’과 ‘현진’ 형제의 애환을 그린다.

시청률 고공행진 중인 JTBC ‘SKY캐슬’의 ‘황우주’, SF9 찬희의 모습을 볼 수 있어 반갑다. 하지만 작품의 진정한 주인공은 두 명의 아역이다. ‘현진’을 연기한 윤성우는 너무나도 처연하게 슬픈 현실을 연기한다. 서장현 역시 얄미운 주인집 아들 ‘정국’을 훌륭히 소화했다. 오랜만에 될 성 부른 떡잎을 만났다.

<삼선의원>

앞서 ‘대리 드라이버’를 연출한 백승환 감독의 작품이다. 4선과 당대표를 바라보는 삼선의원(백승환 분)과 보좌관(이병수 분), 전략관(이지현 분)의 언쟁을 그린다. 

‘삼선의원’은 영화로 접근하기 보다는 한편의 연극을 본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별다른 연출의 묘 없이, 무대 같은 공간에서 배우들의 대사와 동선으로 작품을 표현했다. 

영화 ‘창간호’는 15세 관람가로 러닝타임은 118분이다. 오는 17일 개봉한다.


사진=트리플픽쳐스
 

권구현 기자
권구현 기자

kvanz@zenit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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