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신인의 등장은 늘 즐겁다. 영화 ‘악질경찰’의 전소니 역시 수 많은 관객들을 즐겁게 할 당찬 새 얼굴이다. 지난 2014년 단편 영화 ‘사진’으로 데뷔한 전소니는 최근 박보검과 송혜교 주연으로 화제가 됐던 tvN 드라마에서 박보검의 동창으로 출연하며 대중들에게 얼굴도장을 찍었다. 그리고 이제 ‘악질경찰’로 관객과 마주하고 있다.
사실 ‘악질경찰’의 ‘미나’는 신인이 선뜻 맡기엔 어려운 역할이다. 한 작품의 주연이라는 물리적인 요소 때문만은 아니다. ‘악질경찰’은 범죄 드라마 형식을 띤 작품이지만 이면엔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품고 있는 영화다. 하여 책임감이 막중했을 터, 그렇기에 신인 전소니는 항상 진중하고 조심스럽게 작품과 마주했다.
영화에 대한 평은 보는 이마다 다르게 갈리고 있지만, 전소니의 호연엔 다들 박수를 보내고 있다. 짧은 똑단발에 불량끼 가득한 여고생을 연기한 전소니. "출연 배우 중에 어린 나이라 10대를 만들어 내기 편했겠다"는 말에 손사레를 치며 "저도 요즘 10대 몰라요"라고 답한다. 알고보면 전소니는 1991년생, 늦게 시작했지만 연기를 향해 걸어가는 행보는 그 누구보다 진지했던 전소니다. 캐릭터 만큼 당차고 알고 보면 속내도 깊었던 전소니와의 대화를 이 자리에 풀어본다.
첫 주연작이다. 영화를 본 소감부터 말해본다면?
언론시사회날 처음 봤다. 시사 전에 선배들이 여러 조언을 해줬다. 특히 “영화를 처음 보면 부족한 것만 보인다, 당연한 거다”라고 하셨다. 그런데 전 영화만 보였다. 아무 것도 모를 때라 그런 것 같다. 대신 두 번째 보니까 연기의 제 아쉬운 지점들이 많이 보였다.
시사 및 개봉 이후 세월호 관련해서 여러 의견과 평이 나오고 있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배운 것 중 하나다. 그동안 제가 했던 독립 영화들은 많은 분들이 보시는 영화가 아니었다. 그래서 많은 의견들이 나오지 않았다. 이번에야 영화를 본 후 사람들의 의견은 한 가지로 나올 수는 없다는 걸 알았다.

세월호를 소재로 삼았다는 것은 분명 작품을 선택할 때 부담이 됐을 지점이다.
고민은 했다. 결정에도 시간이 걸렸다. 진심으로 생각을 많이 하고, 고민을 많이 하면서 참여했다. 저 뿐만이 아니었다. 감독님, 선배님, 스태프들 다들 굉장히 신중했다. 자신의 일을 할 때도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굉장히 귀를 기울였다. 미처 신경 쓰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 지점에서 여러 노력들을 했다.
상업 영화의 주연이라는 것도 작품 선택 부담의 한 요인일텐데.
이 작품에 대해 고민이 많다 보니, 그런 부분인 전혀 신경 못 썼다. ‘상업 영화의 주연이 됐다, 아 부담된다’라는 생각은 전혀 못하고, 그저 ‘열심히 해야지, 폐 끼치지 말아야지’라며 임했다. 그런데 이제서야 실감이 난다. 인터뷰라는 것도 해보고, 무대 인사도 다닌다. ‘처음인데 굉장히 큰 역할을 했구나’ 싶다. 정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겸손이다. 함께 했던 선배들의 칭찬이 자자하다.
그것도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선배님들이 소통하는 방식이나 연기하는 방식에 제가 마찰이 없었던 것 같다. 덕분에 선배님들께 좋은 인상으로 남았던 것 같다. 굉장히 편하게 대해주셨다.
이선균-박해준과 함께 했는데 많은 조언을 받았을까?
이선균 선배와는 함께 찍는 신이 많았다. 제가 욕심이 앞서고, 생각도 많다 보니, 오히려 제가 해야 할 것을 미처 생각 못할 때가 많았다. 그때마다 선균 선배가 상기시켜주셨다. 가르쳐준다는 느낌이 아니라, 제가 생각해볼 지점을 던져 주신다. 덕분에 도움을 많이 받았다.
박해준 선배님도 너무 좋았다. 제가 특히 ‘미씽: 사라진 여자‘에서의 선배님 연기를 너무 좋아했다. 어떤 배우일지 너무 궁금했는데,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런데 해준 선배님은 현장에서 유쾌하고 밝으셨다. 굉장히 해맑으시다. 지금까지 해왔던 캐릭터와 너무 괴리가 있어서 놀랐다.
영화계 대표 주당, 소주 대통령 이선균 씨와 함께 했으니, 재미있는 후일담도 있을 것 같은데.
그 부분은 잘 모르겠다. ‘악질경찰’ 팀은 제가 술을 안 마셔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다만 정말 오래 구경할 수 있었다. 하하.

미나는 보여지는 이미지와 달리 내면은 착하고 여린 학생이다. 캐릭터를 만들어 갈 때 주의했던 지점이 있을까?
미나가 이른바 ‘불량 청소년’이라는 호칭으로 특정되는 인물로 비춰질까 걱정했다. 미나는 일탈이나 반항을 즐기는 아이가 아니다. 자신의 필요에 의해서 어쩔 수 없이 반항하게 된 지점이 크다. 미성년이지만 자신을 보호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자기 자신을 위해 센 척을 할 수밖에 없었을 아이다.
미나를 만드는 과정에서 본인의 의견이 들어가는 부분이 많았을 것 같다. 이를테면 “감독님, 요즘 10대들은 안 그래요!”하는 부분이다.
하하. 그러기엔 저도 10대를 잘 모른다. 하지만 감독님께서 제 의견을 많이 물어보셨다. 그럴 때 “제가 미나라면 이러지 않을 거 같아요”라며 이야기를 했었다. 간단한 뉘앙스 차이도 제안 드리면 깊게 고민해주셨다. 덕분에 미나를 멀게 느끼지 않았던 것 같다.
똑단발도 참 잘 어울렸다.
감독님께서 처음 잡으신 스타일은 더 거친 느낌이었다. 그 머리를 해봤는데 뭐랄까? 너무 인위적인 느낌이었다. 왠지 미나는 머리 관리를 할 필요가 없는 친구였을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깔끔한 스타일을 말씀 드렸고, 그 제안대로 하게 됐다.
미나의 퇴장이 꽤 충격적이었다.
고민이 많았던 신이다. 보는 분들에게도 충격일 거 같다. 저도 꼭 이래야 할까 싶었다. 감독님도 많이 장고하셨다. ‘미나’라는 인물의 삶의 배경을 납득시킬 수 있는 이유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옥상에서 세상의 민낯을 대면했을 때, 그 충격이 어디까지 인지를 보여줘야 했다고 본다.
이정범 감독은 ‘아저씨’라는 대표작도 있고, 무엇보다 스타일리시한 액션이 장기인 감독이다. 그런 감독과 함께 하면서 액션신에 대한 욕심도 생기지 않았을까?
미처 거기까지 생각을 못했다. 스타일리시한 액션신은 아니었지만, 그저 배우고 해볼 수 있었다는 게 재미있고 신기했다. 액션신이라긴 애매한 게 제가 찍은 신엔 합이 없었다. 날것의 느낌을 살리는 지점이라 더 어렵긴 했다.

드라마 ‘남자친구’에 이어 이번 ‘악질경찰’까지, 인지도 상승을 느낄 수 있을까?
실감하지 못한다. 아직 많이 못 알아보신다. 그리 많이 보여지지 않았으니까 당연한 거 같다. 친구들만 신기해 한다. 버스에 사진 붙어 있으면 재미있어 한다. 엄마와 엄마 친구들이 작품을 본다 하니 그건 참 좋은 거 같다.
그래도 무대인사도 다니고, 이렇게 홍보에도 참여한다.
신기하고 낯설다. 제가 영화를 처음 촬영할 때 낯설긴 했고, 마음도 떨렸지만, 목소리는 떨리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굉장히 떨고 있다. 잘 하고 싶다. 설레고 신기할 줄 알았는데 그럴 겨를이 없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있는 중이다.
신인 배우들에겐 통과의례 같은 질문이다. 왜 배우가 됐을까?
‘언젠가 인터뷰를 하면 물어보겠지?’라고 생각했던 질문이다. 전 허구를 보면서 위안을 얻었던 것 같다. 현실로 겪고 본 것보다 더 영향을 주는 거 같았다. 막연하게 ‘허구의 세상을 만드는 일을 하고 싶다’ ‘어떤 영향으로 기억으로 남는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기억은 나이를 먹지 않는다. 그 기억 속에서 바래지 않을 존재로 남고 싶다.
허구라고 하기엔 ‘남자친구’에서는 정말 현실 연기를 보여줬다.
직장인은 제겐 허구이자 환상이다. 그래서 더 하고 싶었다.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간접체험을 할 수는 있어도, 실제 직장생활을 디테일하게 들을 수는 없다. ‘남자친구’를 찍을 때 가장 어색했던 건 사원증을 찍고 들어가는 거였다. 전 지하철에서 교통카드 찍듯 하면 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띡”하고 찍은 후에 들어가는 타이밍이 있었다. 하하.
‘악질경찰’은 앞으로 전소니의 배우 인생에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사람들이 남을 거 같다. 감독님부터 스태프들까지, 제게 이런 협업은 처음이었다. 촬영할 때 ‘내가 빨리 OK를 받아야 끝이 날텐데, 빨리 다음 스태프에 넘길 수 있는 게 도리일텐데’ 싶었다. 하지만 그게 부담의 감정이 아닌 의지로 제가 다가온다는 걸 실감했다. 모두가 같은 목적을 가지고 협업 한다는 게 벅찰 때가 있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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