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사바하' 박정민 ① "종교 있는 사람 부러워, 난 믿음 부족"
[Z인터뷰] '사바하' 박정민 ① "종교 있는 사람 부러워, 난 믿음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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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사바하'의 배우 박정민 (사진=CJ엔터테인먼트)
▲ 영화 '사바하'의 배우 박정민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박정민은 늘 치열하다. 영화 '파수꾼'으로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늘 쉽게 연기하지 않았다. ‘동주’의 송몽규를 이해하기 위해 그의 묘역을 찾았으며, ‘그것만이 내세상’에선 더 좋은 신을 만들기 위해 밤낮으로 피아노를 쳐댔다. 자기 안에 고민도 어찌나 많은지, 오죽하면 그 수많은 생각들을 모아 책으로까지 써낸 박정민이다.

어쩌면 그래서 ‘사바하’의 나한을 더 이해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나한은 결국 살인자다. 하지만 그의 삶은 언제나 치열했다. 비록 자신의 의지가 없이 상황에 맞춰 살아갔겠지만, 그 삶은 정말 하루하루가 치열했고, 늘 지옥 같은 하루를 보냈다. 그렇기에 살인자인 나한에겐 이유 모를 연민이 피어난다. 그만큼 박정민이 나한이라는 캐릭터를 오롯하게 살려냈기 때문이다.

‘검은 사제들’의 장재현 감독의 신작 ‘사바하’로 돌아온 배우 박정민과 제니스뉴스가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매 작품마다 많은 사전준비를 했었지만, 이번만큼은 직접 체험해 볼 일이 없었다는 박정민. “작품 때문에 종교를 가질 수는 없잖아요”라며 웃는 그와 나눈 이야기를 이 자리에 전한다.

‘사바하’를 본 소감부터 듣자.
재미있게 봤다. 1년 전에 찍은 거라 그런지 내용을 잊어버린 게 있나 보다. 굉장히 몰입해서 봤다. 보통 내 연기만 보는데 이번엔 영화가 보였다 가슴도 많이 졸였고, 결국 ‘괜찮은 영화를 만드는데 어느 정도 일조했구나’라는 마음에 기분이 좋았다.

어떤 영화는 캐릭터가 남는 영화가 있다. 하지만 ‘사바하’는 이야기와 세계관이 주인공인 영화다. 그것이 활약하고, 제가 튀어 보이지 않은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배우들이 다 자기 몫을 다 해낸 거 같다. 잘 묻어갔다는 생각도 든다.

‘동주’ 때는 간도에 다녀왔고, ‘타짜3’를 준비하면서는 마카오에 다녀왔다. 하지만 ‘사바하’로는 따로 무언가를 할 수 없었을 거 같다.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심지어 전 종교도 없다. 불교적인 색채가 조금 강해서 ‘불교 서적을 추천 받아볼까’ 했는데, 감독님이 말렸다. 어차피 감독님이 만든 세계관이어서 감독님에게 물어보는 게 제일 빠르고 정확한 방법이었다. 

▲ 영화 '사바하'의 배우 박정민 (사진=CJ엔터테인먼트)
▲ 영화 '사바하'의 배우 박정민 (사진=CJ엔터테인먼트)

언론시사회 때 장재현 감독이 눈물을 보여서 화제가 됐다.
감독님이 울 때 짠했다. 처음엔 웃겨는데, 짠해졌다. 정말 아기처럼 우셨다. 열심히 만드셨다. 피를 토하고, 뼈를 깎으며, 한 프레임 프레임 만드신 거다. 전 그걸 지켜봤으니까…, 정말 그런 디테일한 고민을 하는 분이다.

다들 놀랐다. ‘검은 사제들’의 감독이 그리 여릴 줄이야.
전 감독님을 처음 만났을 때 깜짝 놀랐다. ‘이 사람이 검은 사제들을 만들었다고?’라며 정말 너무 놀랐다. 지금은 제가 정말 좋아하고, 존경하는 감독님이다. 정말 똑똑하다. 그리고 영화밖에 모른다. 본인이 관심 있어하는 세계가 확실하다. 집에 가면 ‘악마는 무엇인가’ ‘악의 기원’ ‘밀교란 무엇인가’ 같은 책 밖에 없다. 오컬트 오타쿠 같은 느낌이다. 이야기만 듣고 있어도 재미있다. 1시간 55분은 혼자 이야기 하신다.

확실히 ‘검은 사제들’ 때부터 장재현 감독의 세계관은 남달랐다. ‘사바하’ 역시 시나리오에서부터 뭔가 ‘장재현표!’라고 쓰여있던가?
시나리오엔 불교적인 용어도 많고, 기독교적 세계도 깔려 있었다. 분석을 할 때 어려워서 물음표가 많았다. 그래서 감독님과 1시간 정도 대화를 했는데, 밀교의 세계관, 역사 등을 설명해주셨다. 신기한 건 그 설명들이 다 영화에 녹아있다. 알고 보면 더 신기할 디테일한 의미가 많다. 처음 볼 땐 이야기를 따라가지만, 두 번째 볼 땐 대사의 관계들이 더 명확해졌다. 회차가 계속될수록 마니아적 요소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재미가 있는 영화다. 저 역시 아직도 감독님에게 들으면서 신기한 것들이 있다.

종교가 없었다는 게 오히려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는 바탕이 됐을 것 같다.
예전엔 열심히 다녔다. 그러다 중학교 때 ‘사바하’의 박목사와 비슷한 고민을 하다 교회를 안 나가게 됐다. 지금도 비슷한 고민을 한다. 

고민이라면 ‘신은 과연 있는가?’라는 질문일까?
어쨌든 지금의 전 종교는 없다. 하지만 신은 있다고 생각한다. 예전엔 신이나 종교에 빠져 생각해본 적도 있었다. 이 세상엔 부조리한 일이 벌어진다. 종교가 있는 사람도 죄를 저지른다. 제 주변에도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이 있고, 그러다 회개를 한단다. 솔직히 신은 있겠으나, 인간사에 얼마나 개입하는지는 모르겠다. ‘인간이라는 존재를 알고 있을까?’라고도 생각된다. 하지만 종교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부럽다. 전 믿음이 부족하다. 

▲ 영화 '사바하' 스틸 (사진=CJ엔터테인먼트)
▲ 영화 '사바하' 스틸 (사진=CJ엔터테인먼트)

외모엔 기존과 다른 준비를 했다. 노란 머리로 탈색을 했는데.
사실 꼭 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탈색을 했을 때 장점은 있었다. 박목사의 톤이 굉장히 어둡고 단조롭다. 그런데 저까지 그러면 둘이 함께할 때 긴장감이 덜 할 것 같았다. 관객들에게 무의식적인 긴장감을 전달하고 싶었다. 

대사로 주문을 읊조리기도 하는데 그 성조며, 발음이며 굉장히 특이하다.
산스크리트어로 된 경전의 구절을 따온 거다. 앞뒤 맥락도 모르고, 우리 말도 아니고, 영어도 아니다. 어렸을 때 구구단 외우듯 그냥 달달 외웠다.

사실 다 외우지 못해도 된다. 어차피 관객들이 못 알아듣는 말이다.
그래도 정확하게 가려고 했다. 만든 거면 모르겠는데, 실제로 있는 구절이라 더 그랬다. 사실 불경 같은 건 절에서 스님이나 불자들이 하시는 걸 보면 리듬과 가락이 있다 목탁도 두들 긴다. 하지만 제가 연기하는 상황은 그런 걸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어떻게 외우면 어울릴지를 만들어 내야 했다.
 

▶ 2편에서 계속

권구현 기자
권구현 기자

kvanz@zenit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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