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변진희 기자] 누구에게나 모든 게 귀찮고, 무기력해지는 날이 있다. 가수 박경도 그랬다.
음악, 예능, DJ 등으로 바쁘게 달리는 박경이지만 아무것도 하기 싫은 그런 날이 있었다. 일명 '귀차니즘'에 걸린 박경은 자신의 마음을 노래로 만들었다. 제목부터 확 와닿은, 많은 대중의 공감을 자아낼 것으로 기대되는 ‘귀차니스트’다.
제니스뉴스와 박경이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카페에서 새 싱글 ‘귀차니스트’ 발매 기념 인터뷰로 만났다. “조금 더 빨리 신곡을 냈어야 하는데 너무 늦어진 것 같아서 제 자신에게 아쉽지만, 그래도 이렇게 선보일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라는 소감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박경은 23일 오후 6시 새 싱글 ‘귀차니스트’를 발매한다. 이 노래는 재즈와 힙합을 기반으로 리얼 악기들이 만들어내는 경쾌한 멜로디가 인상적일, 이 세상 모든 귀차니스트들을 위한 곡이다. 특히 ‘아무것도 안 할래’, ‘손가락 까딱까딱 거리는 것도 귀찮아’ 등 현실적이며 공감 가는 가사가 돋보인다.
“저처럼 귀차니즘을 느끼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서 노래로 만들면 공감대가 잘 형성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색소폰 소리도 들어가는데요. 곡 분위기에 굉장히 잘 어울려요. 요즘 밴드 사운드에 관심이 많아져서 이번 곡도 그런 성향이 강한 곡으로 만들어봤어요. 공연장에서 들으면 더 좋을 그런 음악이 될 것 같아요”

지난 2011년 그룹 블락비로 데뷔한 박경은 2015년 ‘보통연애’를 시작으로 직접 작사, 작곡한 곡들을 선보이며 솔로 활동을 겸했다. 특히 ‘자격지심’, ‘오글오들’로 이어지는 연애 3부작 시리즈를 완성시켜, 달콤하고 사랑스러운 음악 색깔로 대중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물론 ‘잔상’, ‘너 앞에서 나는’처럼 차분한 무드의 곡도 들려줬고, 지난해에는 펑크 사운드가 돋보이는 ‘인스턴트’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번에도 사랑 노래가 아니에요. 아마도 사랑을 안 하고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웃음). 저는 그때그때 하고 싶은 주제로 음악을 하는데, 지금은 연애세포가 다 죽어서 사랑 노래는 잘 나오지 않아요. 항상 스토리를 만들 수 있는 매력적인 단어를 발견하면 기분이 좋아져요”
박경은 이번 ‘귀차니스트’ 뮤직비디오에 제작비를 전혀 쓰지 않았다. 물론 제작비가 0원이라고 해서 퀄리티가 낮은 것은 아니란다. 신선한 영상물을 만들고 하는 시도에서 비롯돼 박경은 여러 프로덕션, 광고매체들과 협업해 이번 뮤직비디오를 탄생시켰다.
“그간 촬영한 뮤직비디오 중 가장 오래 찍었어요. 친한 형이 광고회사의 대표를 하고 있는데, 만나서 이야기를 하면서 ‘어떻게 하면 앨범을 광고처럼 잘 알릴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 중에 아이디어가 나왔어요. 무려 20개가 넘는 광고매체들과 작업했는데요. 처음 시작은 ‘슈퍼볼’ 광고를 떠올렸어요. 워낙 비싼 광고라 한 영상에 여러 브랜드들이 붙는데, 정말 말도 안 되는 전개로 한 광고 안에 여러 브랜드가 뭉쳐 있거든요. 저도 그런 식으로 표현하면 재밌을 것 같아서 만들어본 뮤직비디오예요. 광고매체에서 저에게 투자를 해주신 덕분에 제가 직접적으로 쓴 비용은 없었던 거예요”
박경은 새 싱글 발표 이후 오는 25일과 26일, 양일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에서 멤버 태일과 함께 콘서트 ‘합주실’을 개최하고 팬들과 만난다. 박경은 이번 콘서트에서 ‘귀차니스트’ 무대를 최초로 공개할 계획이며, 각자의 솔로 무대뿐 아니라 둘만의 케미스트리 역시 보여줄 예정이라고.
“이번 콘서트에서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부분은 밴드 사운드예요. 눈이 즐겁고, 귀가 즐거운 공연이 될 거라 자신하고 있어요. 전곡 밴드 편곡을 포티(40) 선배가 해주셨고요. 이미 팬분들은 잘 알고 계시겠지만, 저와 태일 형의 케미스트리가 정말 좋아요. 7년 정도 숙소생활을 같이 했고, 워낙 잘 맞아서 이번 공연도 같이 하면 좋을 것 같았죠. 제 노래에서 태일 형과의 목소리 합을 찾을 수 있을 거고요. 블락비 노래에서 다른 멤버 파트도 둘이서 함께 부를 거예요”

약 11개월 만의 신곡이다. 준비 기간이 길었던 만큼 미니앨범이나 정규앨범을 준비할 수도 있었을 텐데, 박경표 음악을 1곡밖에 들을 수 없어 아쉽기도 하다. 향후 음반 단위로 발매 계획이 있는지 궁금해 물었다.
“저도 그렇게 낼 수 있으면 너무 좋죠. 하지만 타이틀곡도 잘 안 들어보는 시대가 된 것 같아서요. 수록곡도 정말 열심히 작업할 텐데, 그게 잘 알려지지 못하면 너무 속상할 것 같았어요. 싱글로 곡을 하나씩 내고, 묶어서 미니앨범을 내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제가 낸 곡들이 하나하나 다 알려질 수 있었으면 하거든요. 아직 발표하지 않은 곡이 4곡 정도 있는데요. 올해는 자주 신곡을 들려드릴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올해는 블락비 완전체 활동이 어려워진 만큼 각자 개인 활동에 주력할 계획이다. 입대를 앞둔 멤버고 있고, 멤버 피오는 ‘예능계의 블루칩’으로 떠올라 맹활약 중이다. 지코는 세븐시즌스를 떠나 독자적인 회사를 설립해 새로운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올해 군대를 가야 하는 멤버들은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고요. 피오는 예능으로 굉장히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것 같아서 보기 좋아요. 이제야 정말 빛을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피오는 연기도 전공하고, 워낙 끼가 많은 친구라 잘 될 것 같았어요. 밝고 에너지도 좋은 멤버예요. 저희가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다들 열심히 잘 지내고 있어요”
박경은 지난 4월부터 MBC FM4U ‘박경의 꿈꾸는 라디오’ 정식 DJ로 발탁돼 매일 청취자들과 만나고 있다. 일명 ‘끙디’라는 귀여운 애칭을 얻으며 탁월한 진행으로 호평을 얻고 있으며, 출연하는 여러 게스트들과 좋은 케미스트리를 보여주고 있다.
“DJ를 하면서 배우는 것도 많고 되게 즐거워요. 예전만큼 많은 분들이 라디오를 듣진 않지만, 라디오만의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저 역시 많은 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얻어가는 게 많고요. 새로운 게스트분들이 오시는데, 제가 언제 그런 분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겠어요. 게스트분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제 삶에 대한 생각이 바뀌기도 하고요. ‘문제적 남자’ 이후로 만난 저의 세 번째 행운이 아닐까 생각해요. 첫 번째는 블락비고요”
박경은 이번 본인의 작업물에 대한 높은 만족도를 드러냈다. 그는 “제 취향으로 만든 곡이라 저도 굉장히 즐겨 듣는다. 편안하게 작업한 곡이라 더욱 만족스럽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대중에겐 어떤 평가를 얻고 싶을까.
“’귀차니스트’는 차트를 노리고 만든 노래는 아니에요. 뭐 노린다고 해서 쉽게 오를 수 있는 것도 아니겠지만요. 이 노래로 얻고 싶은 반응은 ‘박경이 음악을 진지하게 하는구나’라는 거예요. 그런 생각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꾸준히 저의 음악을 들려드리면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생기지 않을까 싶어요.
또 같은 업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인정 받는 게 정말 기분이 좋거든요. 음악하는 사람들이 저를 많이 알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아이돌 멤버고, 차트에 올랐던 말랑말랑한 곡을 하는 이미지만 기억하실 수도 있는데, 깊이 있는 곡들도 많이 하고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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