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이혜린 기자] "1957년부터 연기를 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게 영화고, 현장이고, 그것이 저의 행복이에요"
'사자'는 격투기 챔피언 ‘용후’(박서준 분)와 구마 사제 ‘안신부’(안성기 분)가 세상을 혼란에 빠뜨린 악, 부마자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그린다. 오랜만에 스크린 복귀한 안성기는 특유의 푸근한 목소리와 미소를 드러내는가 하면, 라틴어를 구사하는 강력한 액션 연기로 안신부 그 자체의 모습을 연기했다. 또한 박서준과의 코믹한 호흡으로 의외의 웃음을 자아내 눈길을 끌었다.
안성기는 지난 1957년, 5살의 나이로 영화 '황혼열차'로 연기를 접해 올해 데뷔 62주년을 맞이했다. 100주년을 맞이한 한국 영화계의 산증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안성기에겐 연기에 대한 갈증이 가득했다. 지금까지 130여 편이 넘는 작품에 참여했음에도 새로운 것에 목말랐고, 그것이 '사자' 속 안신부가 된 계기로 이어졌다.
제니스뉴스와 안성기가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사자' 인터뷰로 만났다. 올곧은 연기관이 느껴지는 답변을 통해 스크린에 대한 애정을 넘어 열정을 쏟아내던 안성기와의 시간을 이 자리에 전한다.

Q. '사자'에서 안신부는 굉장히 신앙심이 강한 인물이며, 그 힘을 토대로 부마자를 제압한다. 실제 안성기가 생각했을 때 사람은 어떤 힘으로 강해지는 거 같은가?
남을 배려하고 스스로 겸손한 마음가짐이 오히려 자신을 단단하게 하는 거 같다. 그런 것들이 인간답게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Q. 배우의 시선으로 봤을 때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하는지?
모든 것을 고맙게 생각한다. 저 같은 경우는 좋아하는 영화로 인정받으며, 오랜 시간할 수 있다는 것을 너무나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초심을 잃지 않고 변함없이 한결같은 모습으로 살아야 한다'는 생각도 있다. 배려에 대한 생각은 배우로서도 인간으로서도 해야 한다.
Q. 올해 데뷔 62년을 맞이했다. 5살에 데뷔해 오랫동안 배우라는 직업으로 살아왔다.
1957년부터 연기를 했다. 일제시대 빼고 한국전쟁 끝나고 본격적으로 영화 제작이 시작된 건 1955년이다. 개인적으로 행복한 배우 생활을 하고 있다. '앞으로 얼마나 더 할 수 있을까?'라는 부분에 대한 예는 우리나라에 없는 것 같다. '준비를 잘해서 열심히 한다면 앞으로도 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한다. 그것이 앞으로 배우를 해나가면서의 목표다. 제가 좋아하는 게 영화고, 현장이고, 그것이 저의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쭉 이뤄나갔으면 좋겠고, 그런 부분을 본보기로 삼는 사람도 있을 거 같다.
Q. 6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 가지 일을 오래 해왔는데, 흔들리는 순간도 있지 않았을까?
큰 고충은 없었지만, 중간마다 다른 이들이 보기엔 슬럼프 같은 것이 있었다. 그런데 저는 오히려 그런 시간을 좋아했다. 오랜만에 자신을 다시 돌아보며 충전하는 좋은 시간이라고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했다. 그리고 틀림없이 그 시간을 잘 보냈을 때는 좋은 결과를 나타낼 거라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보면 슬럼프가 없었던 거다.
또한 정답을 알며 시작했다. 물론 제가 성인이 되고 휘둘릴 일들도 많았다. "벌 때 벌어"라고 악마적인 말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연기를 했기 때문에 유명한 분들을 보며 변화가 많다는 걸 알았다. '왜 그렇게 됐을까'를 보니 다 이유가 있었고, 가장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 인기라는 것이 허망하다는 걸 알게 됐다. 중요한 건 촬영 현장에서 일하는 순간이다. 한눈팔면 반드시 결과가 좋지 않은 거 같다.

Q. 그런 시간을 이길 수 있었던 안성기만의 팁이 있다면?
바쁜 것보다는 여유 있는 게 중요한 거 같다. 소모되는 일을 벌이지 않고, 자신을 단단하게 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내야 한다. 지난 몇 년 동안 다른 이들이 보기엔 제가 슬럼프였을 수 있는데, 저로선 해마다 한 편씩 했다. 물론 성적은 안 좋았지만, 그건 큰 실망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언제든지 현장에 부름을 받았을 때 제가 쓸모가 있고, 요구하는 그대로를 표현하는 배우의 모습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으로 가득했다.
때문에 김주환 감독도 제 눈이 초롱초롱하다는 걸 봤을 거다. 오래돼 분위기 잡는 게 아니라 단단히 만든 느낌을 받았을 거고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제게 그런 시간은 '언제든지 영화를 하겠다'는 준비의 시간이었다.
Q. '꽃보다 할배'와 같은 새로운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예능도 최근 늘고 있다. 출연 계획은 없을까?
예능은 배우에게 독 같은 부분이 있는 거 같다. 잔상이 많이 남아 나중에 영화 캐릭터로 들어가기 어려울 거 같다. 또한 인기가 있으면 있는 만큼 타격을 준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몇 번 제안이 오긴 했지만 '못 한다'고 했다. 하하.
Q. 한국 영화 100주년을 맞이했고, 반 년 이상을 함께한 산증인이다. 또한 현재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위원장을 역임하고 있다. 한국 영화계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분위기가 오락적으로 몰아가지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한다. 오랫동안 영화를 한 입장에서는 아쉽기도, 두렵기도 하다. 영화가 근본적으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고, 감동이 있고, 카타르시스가 있어야 하는데, '양쪽이 아닌 관객들의 요구로 만들어진다'는 생각이 든다. 현실감 없을 수도 있겠지만 조금 더 차분해졌으면 좋겠다. '영화도 영화의 본연의 모습을 갖춰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독립영화를 끌어올리려는 노력이 필요할 거 같다. 독립영화는 관객과의 만남을 없을 수 있지만, 영화적인 부분, 영화 본연의 모습이 많다. 거기에 조금 더 자본이 들어가면 훨씬 더 볼만한 영화, 생명을 길게 할 수 있을 거 같다. 정답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사업하는 입장에서는 이익이 나야 한다고 하니 그 지점이 참 어렵다. 큰 숙제인 것 같다.
Q. 연출을 해보겠다는 욕심을 없을까?
연출 제작은 그릇이 다르다. 배우와 연출자의 생각은 출발점부터 다른 부분이 많다. 그래서 혹시 제가 연출을 한다면, 진짜 죽기 살기로 해야 할 거 같다. '대충 해 봐?'가 아니라 '이거 아니면 죽는다'는 마음으로 해야 한다. 하하.
Q. 앞으로의 계획은?
좋은 영화를 계속할 수 있는 것. 현장에서 계속 있는 것. 그런 거다. 스크린이 제가 있을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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