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해ZU] 디지털 디톡스 ① 1주 차, 이어폰을 빼고 세상의 소음을 받아들였다
[체험해ZU] 디지털 디톡스 ① 1주 차, 이어폰을 빼고 세상의 소음을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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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만 안녕 (사진=오지은 기자)
▲ 잠시만 안녕 (사진=오지은 기자)

[제니스뉴스=오지은 기자] 세계적으로 디지털 중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나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고, 핸드폰이 없으면 불안감이 생길 정도로 강한 중독 증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한 처방으로 등장한 게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다. 

필자는 하루에 약 180번 핸드폰을 깨우고, 6시간 이상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인스타그램과 트위터 등 온갖 SNS를 붙잡고 사는, 일명 디지털 중독이다. 디지털 중독은 처음 핸드폰을 샀던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시작했다. 할 게 없으면 핸드폰을 켜 음악을 들었고, 공부하다가도 핸드폰으로 인터넷 소설을 읽었다.

그렇게 살아온 지 벌써 10년, 그러던 어느 날 이어폰을 꼈을 때 오른쪽 귀에 음악 소리가 안 들리기 시작했다. 마치 내 에어팟이 귀에 꽂혔다는 걸 인식하지 못 한 것처럼 왼쪽만 소리가 들렸다. 문득 귀에 이상이 생긴 게 아닌지 걱정이 됐고, 그날 디지털 디톡스를 결심했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에어팟 오른쪽이 고장 난 거였다. 

아무튼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앓던 디지털 중독에서 벗어나 보려 한다. 그러나 처음부터 핸드폰을 멀리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나름대로 단계를 정해봤다. 앞으로 체험해볼 디지털 디톡스는 총 3단계, 이어폰 없이 살기부터 SNS 끊기, 그리고 핸드폰 사용 시간을 하루 2시간 이내로 줄이기다. 

첫째 주는 이어폰 없이 살기다. 3주간의 핸드폰 멀리하기 프로젝트, 고통의 첫째 주 이야기를 지금 공개한다.

▼ 1일-3일 차, 콩나물이 그리웠다

▲ 체험 첫 날, 출근길을 함께해준 후배와의 대화 (사진=오지은 기자)
▲ 체험 첫날, 출근길을 함께해준 후배와의 대화 (사진=오지은 기자)

지하철을 타고 출근을 하면서 이어폰을 끼지 않은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다. 그들을 보면서 항상 이어폰을 끼지 않는 이유가 궁금했다. 나에게 이어폰은 시끄러운 세상 소음으로부터 지켜줄 소중한 보호막이었다. 특히 이어폰 키 링에 집 문을 열 수 있는 카드 키를 달고 다녔기 때문에 이어폰은 외출 시 꼭 챙겨 다녀야 했다. 디지털 디톡스 체험을 위해 1년 만에 이어폰에서 카드 키를 뗐다. 

아침 7시 40분, 사람들을 가득 싣고 온 지하철에 몸을 구겨 넣었다. 평소 같으면 음악을 크게 틀어 놓고 핸드폰 속 작은 나만의 세계에 빠지려 노력했을 거다. 하지만 이어폰이 없기에 어떤 걸 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던 차에 친한 후배에게서 연락이 왔다. 디지털 디톡스를 시작했다는 말에 “절대 불가능할걸요”라는 후배의 답에 한숨이 푹 쉬어졌다. 

진짜 고통은 이틀 째였다. 지하철을 탔는데 할 게 없었다. SNS를 들어갔더니 온통 소리를 들어야만 하는 영상뿐이었고, 뭘 해도 재미있지가 않았다. 가장 힘들었던 건 지하철의 안내방송이었다. 이어폰을 끼고 있었을 땐 신경 쓰이지 않았던 안내방송이 귀에 쏙쏙 들어왔고, 한 정거장, 또 한 정거장을 지날 때마다 얼마나 남았는지 계산을 하게 됐다. 나의 작고 소중한 콩나물(이어폰)이 그리웠다.

▼ 4일-6일 차, 핸드폰이라는 세계에 갇혀버렸다

▲ 지난 7일부터 13일까지 스트리밍 어플 사용 시간 (사진=핸드폰 화면 캡처)
▲ 지난 7일부터 13일까지 스트리밍 어플 사용 시간 (사진=핸드폰 화면 캡처)

4일 차에 접어드니 이어폰을 두고 다니는 게 적응이 됐다. 어플 사용 시간을 체크해보니 일일 평균 7분으로 줄었다. ‘불금’을 보내며 퇴근 후 집에서 음악을 들은 금요일을 제외하고 모두 5분 이내를 기록했다. 하루에 6시간 이상 음악을 들었던 과거를 생각해보면 엄청난 발전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가 생겼다. 지하철이 멈출 때 나는 소름 끼치는 소리, 자동차 클랙슨 소리, 사람들의 말소리 등 소음으로부터 피하기 위해 집중을 쏟을 매개체가 필요했다. 그래서 선택한 게 SNS와 웹툰, 웹소설이었다. 집중하다 보니 소음은 알아서 차단됐고, 이어폰이 없이도 출근길을 재미있게 만들어줬다. 아이러니하게도 디지털 디톡스를 위해 이어폰을 포기했더니 핸드폰에 갇혀버린 셈이다. 

▼ 7일-8일 차, 적응하기도 전에 새로운 도전 시작

▲ 2주차 도전 시작, SNS에서 모두 로그아웃하는 모습 (사진=오지은 기자)
▲ 2주 차 도전 시작, SNS에서 모두 로그아웃하는 모습 (사진=오지은 기자)

청개구리 심리라는 말이 있다.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걸 뜻한다. 핸드폰을 하면 안 된다는 제약을 두니, 왠지 평소보다 더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첫 단계로 이어폰을 없앴더니 SNS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SNS 친구들의 사진을 보고 '좋아요'를 눌렀고, 댓글을 달았다. 

어느덧 7일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이어폰이 없는 일상에 적응하기도 전에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바로 디지털 디톡스 2단계, NO 이어폰과 SNS 사용 금지다. SNS를 붙잡고 사는 나에게 이 도전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결심했으니 일단 시작해본다.

디지털 디톡스 8일 차인 13일 자정, 회사에서 관리하는 공식 SNS를 제외한 모든 계정에서 로그아웃했다. 몸은 하나지만 개인 계정은 4개씩이나 갖고 있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놀랐다. 거의 한 몸이었던 SNS에서 잠시 이별하려 한다. 패기 넘치게 모두 로그아웃했으나, 과연 이 도전을 해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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