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EN인터뷰] '국민 여동생'에서 '여자 친구'로, 박보영의 값진 변신
[ZEN인터뷰] '국민 여동생'에서 '여자 친구'로, 박보영의 값진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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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김행은 인턴기자] 오밀조밀 이목구비에 주머니에 넣고 싶은 사랑스러움을 가진 배우 박보영. 박보영은 종영한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에서 '뽀블리'라는 애칭에 걸맞게 남성 뿐 아니라 여성 시청자의 마음마저 사로잡으며 사랑스러움의 끝을 보여줬다. 박보영의 반달 눈웃음과 또랑또랑한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그는 누구든 무장해제시키는 마력을 가진듯하다.   

박보영은 '오 나의 귀신님'에서 '신들린' 연기로 엉큼함과 순수함을 오가며 시청자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았다. 그동안 '여자'라는 느낌보다는 '국민 여동생' 이미지로 교복을 입은 순수한 모습이 어울렸던 박보영이지만 엉큼한 19금 대사 연기로 새롭게 변신에 성공하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다.

음탕녀 연기?

부끄럽고 민망했지만 막상 하니까 재밌었어요.

박보영에게 이번 작품은 특별했다. 생애 첫 음탕녀 연기에 도전하면서 19금 대사와 키스신을 소화했다. 그걸 아버지께 말씀드리는 것이 어려워 미루고 미루다 드라마 방영 전날 아버지께 기습적으로 말씀드렸다. 아버지는 다른 것은 다 모니터 해주시는데 키스신에 대해선 박보영 자신도 아버지도 서로 말이 없었단다.

"처음에 이렇게 대사를 표현했을 때 과연 괜찮을까'하는 생각이 있었지만 '나봉선이라는 캐릭터를 과하지 않게 했다'라고 해주시니 재밌게 촬영했어요" 그의 사랑스러운 애교를 보기 위한 '오 나의 귀신님' 애청자도 많았을 터. 그럼 과연 박보영은 평소에도 애교가 많은 편일까? "할 수 있는 최대치를 넘겼어요"라고 말한다. "평소에 해보지 않았던 것들은 '오 나의 귀신님'에서 다 해봤죠"(웃음)

한 번도 안 해본 것 중에는 키스 신?

"차라리 진지한 키스가 나아요"

모니터 할 때 굉장히 부끄러웠던 것은 바로 키스신이었다. 키스신 모니터는 모든 사람과 헤어지고 집에서 혼자 모니터 했단다. 생애 첫 키스신이자, (놀랍게도)첫 키스가 NG 없이 진행됐다는게 의외다. "공부도 많이 했고 다들 첫 키스인 걸 아니까 오히려 수월하게 넘어갔어요. 그런데 문제는 두 번째 촬영했던 상상 속 주방 키스신. "키스 전까지 소스를 만들다가 뒤에서 안고 돌면서 눈 마주치고 들어 올린다는 지문이었는데 NG가 참 많았어요. 조정석 오빠와 눈 마주치는데 웃음이 나서 키스하기 전까지 NG가 많이 났어요"

세 번째는 더욱 힘들었다는데, "웃으며 장난치 듯하는 키스가 더 어려웠어요"라고 말하며 "키스신은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것 같아요"라고 고백한다. 특히 할 때는 몰랐는데 모니터 하면서 '왜 이렇게 적극적이야' 싶을 정도로 놀라기도 했단다.

조정석, 눈빛으로 얘기하는 배우.

좋아할 때 눈빛, 고백할 때 눈빛 다 달라.

'오나귀'를 관통하는 가장 핵심적인 이야기는 박보영과 조정석의 러브라인이다. 하여 조정석에 대한 이야기가 빠질 수 없었다. 박보영은 조정석에 대해 "눈빛으로 이야기하는 게 있다. 극 중 나봉선을 좋아할 때 눈빛, 고백할 때 눈빛이 미묘하게 다른 것이 느껴졌다. 감독님이 커트하면 바로 보영이 보는 눈빛으로 돌아와 친한 오빠 동생으로 잘 지냈던 거 같아요"

또한 화기애애했던 촬영장의 분위기를 전하며, 몰래카메라에 당했던 에피소드도 털어놨다. 극 중 '수셰프' 역의 강기영과 조정석이 서로 다투는 것 같은 상황을 만들었단다. "다들 장난기가 너무 많아 덕분에 금방 친해진 게 있다"고 말한다.

또한 종방연 때는 "모든 스태프와 배우들끼리 서로 '너여서 고맙다'고 했다"면서 "이렇게까지 한 작품은 처음"이라며, "'오나귀'는 여운이 많이 남는 드라마"라고 전했다.

아직도 "순애에 빙의한 봉선이의 밝은 모습이 박보영에게 느껴진다"라고 전하니 "조금씩 봉선이를 떠나보내는 중"이라고 아쉬워했다. 박보영이 '나봉선'이라는 캐릭터를 정말 사랑했고 행복하게 촬영했던 것이 시청자들의 사랑으로 이어지진 않았을까. 

밝은 역을 맡은 적이 별로 없었어요.

병약하거나 우울하거나 미혼모 역 그동안 맡아왔죠.

이렇게 착하고 사랑스러운 박보영에게 밝은 역할이 처음이었다는 것이 의외다. 평소 인터뷰를 통해 "저도 밝은 역할을 한번 해보고 싶어요" 했던 적이 있단다. '혹시 드라마를 하게 된다면 밝은 느낌 한번 보여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생각이 현실로 이뤄졌다. 그리고 결과는 대박이었다. "특히 드라마 하면서 남자 꼬시는 노하우를 많이 터득한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떤다.

"'처음에(여자가) 많이 들이대면 남자들이 싫어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런데 극 중 봉선이 '한 번만 해요'라는 대사를 하며 셰프(조정석)에게 눈을 맞추는데 조정석 씨가 눈을 피하며 대사를 했어요. 괜히 더 앞으로 가서 눈을 마주치자 감독님과 조정석이 너무 좋아하더라고. '장난 치는 게 예뻐 보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박보영은 아직도 모르는 것 같았다. 다른 여자가 아닌 본인이 했기에 예쁘게 보인다는 걸.

 

배우라는 직업, 항상 좋을 수만은 없잖아요.

박보영은 자신의 직업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배우다. 스물여섯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성숙한 모습이다. 하지만 "촬영 중 너무 장난치고 신나하기만 하는걸요"라며 "철이 없다"고 고백한다.

"'과속스캔들'(2008)에서 멋모르고 많은 사랑을 받았다가 바닥에 떨어졌다는 생각 있었어요. 그 때 많이 내려놓았기 때문에 '갑자기 준비되지 않았을 때 관심을 받으면 이런 일도 있을 수 있구나. 욕심 내지 말고 천천히 차근차근 밟아가자'라고 생각했어요"

그녀에게 배우로서 애환을 물으니 "배우와 아닌 경우의 박보영을 나눠서 사는 편"이라고 답한다. 본인의 삶 속에서 배우 박보영과 배우가 아닌 본연의 박보영을 잘 균형 잡아 생활하는 듯 보였다. 쉴 때는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편이라고도 한다. 그렇게 돌아다니는데 어떻게 사람들이 못 알아 보는 걸까.

"사람들이 많은 서점에 가기도 하는데 모자를 쓰면 아무도 못 알아봐요" 눈을 마주치지 않으면 사람들이 잘 모른다며 팁을 알려준다. "포인트 적립을 할 때만 '박보영'이란 이름이 떠서 계산원분들만 알아본다"고 웃으며 말한다. '이렇게 소탈하고 사랑스러운 여배우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인터뷰하는 내내 미소를 짓게 했던 그녀다.

신인 박보영 이후 9년,

지금의 박보영은 무엇이 다를까.

처음 연기했을 때와 많이 달라진 것이라면 "처음에는 재미있기만 하고 잘하고 있는지 잘 몰랐다"라며 "지금은 책임감이 생겼다"라고 말한다. "예전에는 스태프들을 챙길 줄도 몰랐고 작품 하나를 할 때 끌고 갈 부분들이 있다는 것을 잘 몰랐는데 연기 캐릭터에 대한 생각도 깊어지고 많아진 것 같아요"

누구보다 자신의 일에 많은 고민과 생각을 해왔던 그녀만의 내공을 느낄 수 있었다. 매일 일기도 꼬박꼬박 쓰고 기사들도 모니터링한다는 박보영. 꼼꼼하고 세심한 그의 생활태도를 엿볼 수 있었다.

박보영은 "'오 나의 귀신님' 유제원 감독님이 나봉선 역을 제의해 주신 것. 작품 시기와 할 수 있는 때가 맞아떨어진 것. 함께 호흡했던 배우들. 모두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박보영이 지금까지 늘 그래왔던 것처럼 일희일비하지 않고 성장하며 나아갈 수 있는 배우가 되길 앞으로도 기대해 본다.

 

사진=서예진 기자  syj@zenith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