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사실 이미 쿡방은 포화 상태다. 최고의 인기 쿡방으로 자리매김한 JTBC ‘냉장고를 부탁해’부터 tvN ‘집밥 백선생’ 올리브TV ‘신동엽, 성시경은 오늘 뭘 먹지?’까지, 시청자들의 요리 본능을 자극하는 프로그램이 부지기수다.
어디 쿡방 뿐일까, 먹방도 마찬가지. 맛집을 소개하며 음식을 먹고 “국물이, 국물이 끝내줘요!”라 감탄하는 프로그램은 이루 셀 수 없을 정도다. 여기에 요리 오디션 프로그램까지 더하면, TV에서 음식 향기가 전해질 것 같은 착각도 불어 일으킨다.
이 와중에 쿡방 대세의 중심에 서있는 백종원이 또 하나의 출사표를 던졌다. 바로 SBS 새 예능 프로그램 ‘백종원의 3대천왕’이다. ‘3대천왕’은 대한민국 각지에 숨어 있는 맛집을 찾아다니며 선정한 3명의 명인이 출연해 요리 대결을 벌이는 프로그램이다. 백종원을 비롯 이휘재와 김준현이 MC를 맡았다.
지난 27일 SBS ‘백종원의 3대천왕’ 기자간담회가 서울 목동 SBS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는 이창태 예능국장을 비롯해 최영인 CP, 유윤재 PD가 참석했다. 제작진은 첫 마디를 “어제 시사회를 했는데,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재미있다’다”라 꺼내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과연 제작진이 보인 자신감의 근원은 무엇인지, 쿡방의 홍수 속에 왜 ‘백종원의 3대천왕’의 음식이 더 맛있는지, 제니스뉴스가 짚어봤다.
음식은 아는 만큼 더 맛있다

‘3대천왕’은 쿡방과 먹방을 섞은 퓨전 요리다. 여기에 기존의 맛집 기행 프로그램의 양념을 더했다. 어디선가 봤던 포맷들이 ‘3대천왕’에 모두 모였다. 이에 대해 이창태 예능국장은 “가장 원시적인 형태의 프로그램이다. 어찌 보면 올드하다”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이를 “정공법”이라고 달리 표현했다.
정공법의 취약점은 ‘식상하다’는 점이다. 이미 시청자가 알고 있는 포맷이라면 크게 어필하기 힘들다. 하지만 성공만 한다면 그 울림은 상당하다. ‘3대천왕’ 제작진이 가지고 있는 자신감의 바탕이다.
‘3대천왕’은 일부러 대중적인 음식을 선택할 것을 예고했다. 시청자들이 맛을 상상할 수 있는 음식, 많이 해 먹었지만 무심코 먹었던 음식을 소개하며 명인들의 레시피를 덧댄다. ‘아 이렇게 하면 더 맛있을 수 있구나’라는 걸 알린다.
하여 ‘3대천왕’은 다른 방송에서 볼 수 없는 디테일에 접근한다. 한 여름에 800도 까지 올라가는 연탄불 앞에서 맨손으로 8~9시간씩 고기 굽는 모습을 전한다. 그렇기에 제작진은 “아는 만큼 맛있다”는 말로 ‘3대천왕’이 시청자들에게 전하고픈 의미를 정의한다. “아는 만큼 맛있고, 맛있는 만큼 볼 것이며, 본 만큼 시청률은 오른다” 우스갯소리지만 이는 진리다.
음식은 경쟁을 떠나야 더 맛있다
최근 쿡방의 흐름에 ‘대결 구도’를 빼놓을 수 없다. 본래 요리란 먹거리를 만드는 생존의 수단이지만, 엄연히 프로의 영역이 있는 분야다. 때문에 자신들의 자존심을 내세우고 펼치는 요리의 향연은 시청자들에겐 하나의 스포츠를 보는 듯한 재미를 선사한다.
‘3대천왕’ 또한 엄연히 대결의 구도를 띄고 있다. 첫 회 메뉴인 ‘돼지 불고기’의 맛집 후보에 오른 곳이 무려 18곳이었다. 이를 스태프들이 모두 찾아가보고 맛을 본 후 5곳을 선별했다. 이 5곳을 백종원이 돌아보고 3곳의 명인이 스튜디오에 출연한다. 그리고 그 중 한 명을 뽑아 상을 전달한다.
하지만 유 PD는 이에 대해 선을 정확하게 그었다. 이미 후보로 물망에 오른 이상 “생업을 빼 먹고 방송에 출연한다는 걸 이해를 못 하는 분들”이라는 이유였다. 전국에 내놓으라 하는 맛집인 이상 틀린 말은 아닐 터. 덕분에 스태프는 섭외를 위해 많은 고생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3대천왕’은 스튜디오에서 요리를 해 1등이 아닌, 인기상을 뽑는다. 대결 구도를 탈피하겠다는 훌륭한 설정이다. “만약 1등을 뽑고자 했다면 다른 과정으로 접근했을 것, 경쟁은 그저 최고의 맛을 전해드리는 과정”이라는 제작진의 설명은 ‘3대천왕’이 가고자 하는 방향을 정확히 전달한다.
음식은 다같이 즐겁게 먹어야 더 맛있다

‘백종원의 3대천왕’라는 제목만 봐도 백종원은 프로그램의 중심에 서 있다. 사실 백종원이 맡고 있는 요리 프로그램은 꽤 있다. 집에서 만들 수 있는 요리의 레시피를 공개하거나, 인터넷을 통해 네티즌과 소통하며 자취생도 쉽게 할 수 있는 요리도 하고 있다. 나아가 심사위원으로 출연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그래도 제작진의 선택은 백종원이었다. ‘요리’라는 영역에 있어 그에 대한 대중들의 신뢰도는 ‘3대천왕’이 오롯하게 나갈 수 있는 무게 중심이다. 더불어 특유의 위트와 푸근한 인상, 그리고 출연진과 맞춰가는 호흡은 일반 MC와 견주어 손색이 없다.
자신의 이름을 내 건 만큼 백종원이 프로그램을 마주하는 자세는 진지하다. 최영인 CP의 말에 따르면 그는 1주일에 3일을 ‘3대천왕’에 할애한다. 전국의 맛집을 돌아다니며 음식을 맛본다. 방송 편의를 위해 몰아서 먹는 꼼수는 부리지 않는다. 최고의 맛을 느끼기 위해 끼니 때에 맞춰 음식을 먹는다. 이에 최 CP는 “맛에 대한 탐구정신이 대단하다”며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백종원과 함께하는 이휘재와 김준현의 호흡도 중요한데 세 사람은 각자의 역할을 스포츠 중계에 맞췄다. 이른바 ‘캐스터 리’ ‘백 설명’ ‘먹 선수’다. 전문 MC인 이휘재가 프로그램을 이끌며 중계를 하고, 백종원은 해설자의 역할을 한다. 먹는 리액션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김준현이 요리 중간 중간에 음식을 맛 보며 그 맛을 리얼하게 전한다.
이미 세 사람의 호흡은 찰떡궁합이라는 후문이다. 사실 맛있는 음식 앞에 분위기가 좋지 아니할 수 있을까? 게다가 김준현이 의외로 음식에 대한 지식이 해박해 백종원과 많은 대화를 나눈다고 한다. 방송 끝나고도 세 사림이 형제처럼 지내고 있단다. 세 사람이 어우러지는 '3대천왕'이라는 요리에서 맛있는 향이 풍기는 이유다.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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