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EN포커스] 비스트, 그들의 성숙에는 '뷰티'가 필요하다(2015 뷰티풀 쇼)
[ZEN포커스] 비스트, 그들의 성숙에는 '뷰티'가 필요하다(2015 뷰티풀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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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이소희 기자] 가수들의 단골 공연장이지만 아무나 쉽게 채울 수 없는 약 2만 객석의 위엄이 자리하고 있는 곳. 바로 지난 29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는 그룹 비스트의 단독 콘서트 2015 뷰티풀 쇼(Beautiful Show)가 개최됐다. 이 공연은 29, 30일 양일간 개최되는 것으로, 비스트가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을 찾은 것은 약 2년 만이다.

비스트는 이번 공연을 위해 데뷔 때와 다름 없이 피땀을 흘려가며 준비를 해왔다. 또한 팬들에게 보다 더 색다른 무대를 선사하기 위해 신경썼다. 이날 공연 전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윤두준이 미공개곡 공개를 예고했는가 하면, 양요섭은 앙코르 무대에서 팬들이 감동을 눈물을 흘릴 것이라며 포부를 밝히기도. 그만큼 이번 공연에 자신이 있었던 모양이다. 막내 손동운이 고민 끝에 이번 공연을 반전매력의 ‘드라이 아이스’라고 표현했듯, 쿨하고도 뜨거운 뷰티풀 쇼 현장을 공개한다.

◆ 촉촉한 감성+화려한 조명=탁월한 강약조절
약 2시간 40분 남짓한 시간 동안 총 24개의 무대가 펼쳐진 이번 공연은 비스트의 실물을 꽤 오랫동안 볼 수 있는 구성이었다. VCR 영상을 최소화하고 멘트 타임을 여러 번 가진 것. 이에 맞게 대형 LED 배경 역시 큰 변화 없이 심플하고 세련된 이미지들로 구성했으며, 대신 화려한 조명에 더욱 신경을 썼다. 각 무대 별로 다른 스포트라이트와 다채로운 LED 컬러 및 디자인으로 무대를 꾸며 더욱 풍성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특히 ‘섀도우(Shadow)’ 무대에서는 각양각색의 스포트라이트가 쉴 새 없이 깜빡이는데, 이번 공연의 무대 조명 중 가장 시선을 빼앗기기에 충분했다.

지난달 발매한 신곡 ‘예이(YeY)’로 공연의 포문을 연 비스트는 ‘위 업(We Up)’ ‘댄스 위드 유(Dance With U)’ ‘일하러 가야 돼’ 등으로 초반부를 장식했다. 특히 ‘미드나잇(Midnight)’과 ‘비가 오는 날엔’ 무대에서는 멤버들이 어두운 도시를 배경으로 공중 그네에 매달려, 차분하고 촉촉한 감성을 선사했다. 이 분위기는 멤버들의 솔로 무대와 새로이 편곡된 ‘픽션(Fiction)’ 그리고 ‘드림 걸(Dream Girl)’을 거쳐, ‘쇼크(Shock)’ ‘섀도우’ ‘굿 럭(Good Luck)’ 등 무대의 뜨거운 열정으로까지 이어졌다. 특히 ‘아름다운 밤이야’ 무대부터는 현장 열기가 절정에 다다랐고, 멤버들과 팬들은 하나되어 뛰놀며 공연을 즐겼다.

◆ 장현승-손동운, 보는 재미도 더했다
가장 먼저 이어진 솔로 무대는 장현승의 ‘걔랑 헤어져’와 ‘니가 처음이야’. 그의 솔로 미니앨범 ‘마이(My)’에 수록되어 있는 이 두 곡은 섹시한 무대를 완성시키기에 충분했다. 이날 공연에서 장현승은 새빨간 헤어 스타일로 시선을 사로잡기도 했는데, 그의 붉은 옷과 조명 그리고 야릇한 목소리까지 더해져 완벽한 하모니를 만들어냈다. 특히 ‘니가 처음이야’ 무대 중간에 펼쳐진 독무 브레이크 타임에서는 강렬한 카리스마까지 느낄 수 있었다.

이어진 순서는 손동운의 ‘아이 윌 기브 유 마이 올(I’ll Give You My All)’ 솔로 무대. 일본 솔로앨범에 수록된 곡으로 국내 팬들에게는 무척 희귀한 무대여서 그 가치를 더했다. 손동운은 방을 형상화한 세트로 눈길을 끌었을 뿐만 아니라, 옷을 갈아입는 퍼포먼스를 펼쳐 호응을 얻었다. 특히 한 명의 여성 댄서와 춤을 추며 마치 한 편의 연극 혹은 무용을 보는 듯한 연출을 통해 보는 재미를 더욱 배가시켰다.

◆ 용준형-양요섭-이기광 윤두준, 비스트의 익살꾸러기들
분위기는 점점 무르익어가고, 용준형은 커다란 곰 인형과 무대에 등장해 팬들의 우렁찬 환호를 받았다. 이 곰 인형은 노래 가사에 맞춰 눈썹을 위 아래로 움직여 표정을 바꾸며 섬세한 디테일로 재치를 더했다. 용준형 또한 동그란 안경을 쓰고 등장, 뒤의 LED 배경에는 용준형의 얼굴을 딴 스티커에 ‘하트 눈’이 붙여져 움직이는 등 귀여운 매력을 더했다.

피아노를 연주하며 리프트로 등장한 양요섭 역시 핑크색 모자와 멜빵바지를 착용, 팬들을 무장해제시킬 만한 깜찍함을 발산했다. 무대 말미, 그는 사탕을 던지는 퍼포먼스를 통해 팬들을 열광케 했으며, 여기 저기서는 "어떡해 귀여워!"라는 감탄사가 수시로 튀어나왔다. (사탕은 돌출 무대에서 잠깐 뿌리다가 퇴장을 해 아쉬움이 남긴 했다.) 나머지 멤버들, 이기광과 윤두준은 이기광의 자작곡 ‘위드아웃 유(Without You)’로 무대를 꾸몄다.

사이드 리프트를 타고 등장한 두 사람은 스탠딩 마이크를 핸드 마이크처럼 이용하는가 하면, 이기광은 레게 머리 가발을 쓰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이들의 무대는 그야말로 비스트다운 익살스러움과 재치가 잔뜩 묻어나는 무대였다. 더불어 더욱 길어지고 재미있는 멘트들과 황홀한 무대매너로 솔로 무대 순서 마지막을 흥겹게 마무리 지었다. 특히 전체적으로 비스트의 솔로 무대들은 그 사이사이 멘트 없이, 쉴 틈 없이 펼쳐져 집중도를 높인 것에 눈에 띄었다.

◆ 아이돌의 '미침'? 가수와 팬의 환상호흡
본격적인 2015 뷰티풀 쇼의 막이 오르기 전, 비스트는 기자회견을 통해 감성적인 무대를 펼칠 것을 그리고 감동을 줄 것을 선언했다. 이들은 약속을 지키는 사람들이었다. 촉촉한 감성과 뛰노는 흥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 이번 공연은 팬들을 들었다 놨다 하며 마음을 몰아치기에 충분했다. 특히 비스트의 공연 무대는 비스트 특유의 느낌답게 깔끔하고 세련된 느낌이 강했다. 너무 마초 느낌이 들거나 각이 딱딱 맞는 칼군무가 아니라, 자유롭고 다양한 감성 그리고 센스를 느낄 수 있었다. 캐주얼한 무대 의상들과 솔직하고 위트 있는 멘트 마저 비스트를 고스란히 표현하고 있는 듯 했다.

다만 공연 중반부가 지날 때까지만 하더라도 T자형 돌출 무대와 사이드 무대를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걱정도 기우, 비스트는 마지막 4곡을 남겨두고 무대에서 남아있는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붓듯 폭발적인 동선과 팬서비스를 보여줬다. 또한 비단 아이돌 공연은 ‘미치는 구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번 공연은 비스트의 파워풀한 무대 장악력과 비스트 팬클럽 뷰티의 소름 끼치는 떼창이 더해져 그 ‘미침’이 완성되었다. 7년 차 가수와 그 팬의 호흡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 비스트를 뛰어 넘는 비스트, 그 끝에는 진심이
비스트는 이번 공연에서 강약조절이 확실한 무대를 통해 팬들을 ‘조련’할 줄 아는 모습을 보였는데, 가장 돋보였던 점은 진심이 담긴 눈빛과 목소리 그리고 사랑이었다. 앙코르 첫 곡인 ‘유(You)’의 뭉클한 무대를 마친 뒤 손동운은 “팬들은 우리에게 많이 표현을 해주지만 우리는 전할 기회가 많이 없다”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양요섭과 장현승은 “우리는 가수니까 음악으로 표현하는 것이 가장 큰 보답이 아닐까 생각한다”라며 가장 궁극적인 사실을 던졌다. 이들이 했던 말이 비록 대본이었을지언정, 이 말을 했을 때 멤버들의 마음 그리고 팬들을 지그시 쳐다보는 눈빛에는 그 진실됨이 느껴졌다.

특히 '유'와 '그곳에서', 감동적이고 훈훈한 두 곡으로 꾸며진 앙코르 무대에서는 ‘아이돌이 팬들의 사랑을 먹고 산다’는 사실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비스트는 항상 모자람이 없는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이에 기운을 얻어 수많은 앨범들을 발매하며 다양한 활동과 공연을 펼쳐왔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데뷔 7년 차. 이쯤이면 새삼 팬들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는 시기다.

실제로 비스트는 “지금 이렇게 팬들과 계속 함께할 수 있을지 불안해질 때가 있다. 앞으로 계속 옆에 있어달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 공연을 통해 성숙해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럼 됐다. 이렇게 다 같이 호흡하고 성숙에 성숙을 거듭하다 보면 어느새 딱 옆에 있는 가족이 되어가는 것. 이번 2015 뷰티풀 쇼 역시 이러한 과정 중의 하나일 뿐, 비스트를 뛰어 넘는 비스트가 되는 그날까지 끊임없이 '함께' 전진하길 바란다.

 

사진=서예진 기자 syj@zenith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