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구현의 필름시럽] '함정' 걸리면 끝난다, 마동석이 선사하는 육중한 원 펀치
[권구현의 필름시럽] '함정' 걸리면 끝난다, 마동석이 선사하는 육중한 원 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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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요즘 TV에서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는 CF가 ‘배달 어플리케이션’이다. 그들이 자신들의 어플리케이션을 내세우며 주장하는 장점 중 하나는 “먹어본 사람만이 리뷰를 남길 수 있다”는 것. 그만큼 인터넷을 넘어 모바일 시대에 접어든 우리에겐 ‘진실’을 확인할 수 없는 수 많은 정보들이 범람하고 있다. 하여 함부로 신뢰할 수 없지만 우리들은 오늘도 스마트폰을 붙들고 정보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준식’(조한선)과 ‘소연’(김민경)도 그랬다. 한 번의 유산 이후 어딘가 소원해진 부부 사이를 극복해보기 위해 소연은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았다. 그렇게 찾아간 외딴 섬의 한 식당에서 주인 ‘성철’(마동석)과 ‘민희’(지안)을 만난다. 험악한 인상에 커다란 덩치, 말투도 꽤나 거칠고, 폭력적이지만 성철의 호의는 계속 된다. 이른바 “남자에게 참 좋은데”를 연발하며 보양식과 약주를 권하는 성철. 이에 두 사람은 점차 경계를 풀고 식당에서 하룻밤 묵어가기에 이른다. 그 곳이 빠져나올 수 없는 ‘함정’이라는 것도 모른 채 말이다.

본디 함정이란 그렇다. 사람들이 다니는 길목에 덫을 숨겨 놓는다. 아무 것도 모른 채 길을 거닐을 땐 더할나위 없이 평화롭다. 허나 발을 잘못 딛는 순간 그 아찔함은 배가 되어 돌아온다. 권형철 감독은 영화 도입부에 준식-소연 부부의 이야기를 다소 길게 풀어놓는다. 부부의 일상은 다소 특별한 상황일 뿐, 일반적인 사람들의 모습과 다를 것이 없다. 그렇게 평범하게 그들은 배를 타고 섬으로 흘러 든다. 스릴러라는 영화 장르를 생각했을 땐 다소 낯선 모습이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산을 뛰놀던 토끼의 모습이 한 없이 평범하고 즐거워 보이지만, 함정에 빠지는 것은 한 순간이다. 그 뒤엔 곧바로 끔찍한 고통이 몰려들 뿐이다.

준식과 소연도 그랬다. 함정에 빠진 순간 두 사람에겐 고통이 쉴새 없이 휘몰아친다.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영화의 긴장감이 팽배해진다. 이러한 긴장을 이끌어 가는 것은 마동석이라는 배우의 힘이다. 마동석은 사람 좋아 보일 웃음에도 스릴과 긴장을 담아 연기했다. 표정, 눈빛, 대사 무엇 하나도 빠짐이 없다. 강한 인상, 커다란 체구의 소유자이지만 그간 다양한 연기를 펼쳐왔던 마동석이다. 특히 ‘결혼전야’(2013) 이후 최근엔 각종 CF까지 섭렵하며 ‘마요미’ ‘마블리’라는 애칭까지 얻었다. 

하지만 마동석은 그간 쌓아왔던 다양한 이미지를 ‘함정’을 통해 내려놨다. 자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옷을 입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도 그 것을 알고 있었기에, 다시금 ‘쎈’ 역할을 받아들였을 터다. 과거 이종격투기 트레이너로 활동했었던 특이한 이력, 그의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원 펀치’는 한 발 한 발이 육중하게 다가온다. 조한선이 받았을 고통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마동석이 아니고선 해낼 수 없을 액션씬이다. 덕분에 마동석은 이번 영화를 통해 능히 ‘원톱 배우’의 반열에 올랐음을 입증해냈다.

‘호로비츠를 위하여’(2006)로 제44회 대종상 영화제로 신인감독상을 거머쥔 권형진 감독은 이후 ‘트럭’(2007)으로 보여줬던 스릴러에 대한 감각을 이번 작품으로 이어갔다. 마동석을 제외한 세 배우의 연기도 무난했다. 김민경의 연기도 안정적이었으며, 지안의 신비스러운 연기도 좋다. 또한 5년 만에 스크린을 찾은 조한선의 얼굴도 반갑다. 특히 세 배우는 꽤나 수위 높은 노출 연기를 펼쳐 눈길을 끈다.

영화 ‘함정’은 9월 10일 개봉한다.

 

사진=영화 '함정' 스틸

권구현 기자
권구현 기자

kvanz@zenit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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