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포커스] '돼지 같은 여자' 감독이 말한다 '캐릭터부터 영화계 현실까지'
[Z포커스] '돼지 같은 여자' 감독이 말한다 '캐릭터부터 영화계 현실까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영화 ‘돼지 같은 여자’의 언론시사회가 31일 서울 중구 대한극장에서 열렸다. 시사가 끝난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는 장문일 감독을 비롯해 배우 황정음, 이종혁, 최여진, 박진주가 참석했다.

영화 ‘돼지 같은 여자’는 작은 어촌 마을에서 유일한 총각 ‘준섭’(이종혁)을 놓고 세 명의 처녀 ‘재화’(황정음), ‘유자’(최여진), ‘미자’(박진주)가 벌이는 쟁탈전을 그린 영화다. 제39회 몬티리올 국제영화제의 ‘비경쟁 신작’ 부문에 초청됐다. 이번 영화로 장문일 감독은 ‘행복한 장의사’(1999) ‘바람 피기 좋은 날’(2007)에 이어 세 번째로 몬트리올 국제영화제를 찾게 됐다. 8년 만의 복귀작임을 감안하면 장 감독에겐 뜻 깊을 기쁜 소식이다.

사실 영화 ‘돼지 같은 영화’는 크랭크업한지 약 3년 만에 개봉을 하게 됐다. 덕분에 장 감독을 비롯해 배우들의 얼굴엔 웃음이 만발했다. 8년 만에 돌아온 장 감독이 소개하는 영화 ‘돼지 같은 여자’, 그리고 각 캐릭터와 배우, 늦은 개봉에 대한 소감과 현재 한국 영화계에 대한 감독의 생각을 제니스뉴스가 정리해봤다.

“주변에서 겪었던 인물들을 모티브로 했다. 내가 자란 남도의 이웃들의 모습. 우리 누나, 작은 엄마, 삼촌 같은 인물들이다. 굉장히 사실적인 인물이다. 하지만 동화 같은 모습을 담으려 했다. 재미있으면서도 즐거운 캐릭터다. 네 명의 캐릭터에 전부 애정이 간다” 

재화 – 황정음

“억척스러우면서도 자유분방한 인물이다. 황정음은 다들 알다시피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도 자연스럽고 재미있는 연기를 했다. 꼭 같이 하고 싶었다”

준섭 - 이종혁

“영화 ‘바람 피기 좋은 날’에서부터 굉장히 재미있는 친구였다. 어떻게든 한 번 해보려고 맥주병을 들고 계단을 뛰어오르던 친구였다. 이번에 맡은 준섭도 했으면서 '입술만 닿았다’고 거짓말을 한다. 그런데 거짓말을 해도 밉지 않은 인물이다. 본래 근본이 착한 친구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유자 - 최여진

“유자라는 캐릭터는 강렬한 캐릭터다. 시나리오상에서는 뚱뚱하고 힘센 느낌으로 많이 해석됐는데, 동화적인 느낌을 살리고 싶었다. 칼을 들고 뛰어갈 때, 정말 누구라도 죽일 거 같은 인물이다”

미자 – 박진주

"진주는 참 욕을 잘하는 캐릭터다. 더 많은 욕이 있었다. 녹음할 때 욕을 빼는 게 힘들었을 정도다. 제가 자란 남도에서는 친하면 친할수록 욕을 하고 때린다. 그 욕을 맛깔스럽게 살릴 수 있는 사람은 진주 뿐이다. 더 많은 욕을 촬영 했는데 다 나오지 못해서 안타깝다"

“’행복한 장의사’도 그렇고 ‘바람 피기 좋은 날’도 그렇고, 이번 영화까지 같은 맥락에서 생각했다. ‘인간이 어떻게 자연과 같이 갈 수 있나? 인간의 본성은 무어인가?’라는 존재론적인 질문을 ‘행복한 장의사’ 때 경쾌하게 했었다. ‘바람 피기 좋은 날’ 땐 인간의 욕망에 대해서 질문하고 싶었다. 그것도 경쾌하게 풀고 싶었다. ‘돼지 같은 여자’ 또한 한 남자와 세 여자의 멜로 같기도 하고 한 여자의 인생사, 가족사 같기도 하다. 가장 깊이 생각했던 것은 ‘가장 아름다운 것이 무엇인가’ ‘인간이 살수 있게 하는 힘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것은 생명력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영화의 배급이나 산업구조가 낙관적이진 않다. 지난 달만해도 천 만 영화가 둘이나 나왔다. 이에 좋아할 수도 있지만, 예산이 200억~300억짜리도 생기는 반면 작은 영화들은 오히려 설 자리가 줄어가고 있다. 예산이 커진 만큼 배우들도 많이 끌어간다. (한국 영화계가) 점점 피폐해질 것 같다.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한국의 영화 산업의 과도기에 있는 거고, 미래에 대한 불안도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좋아하는 많은 이들이 이 것을 극복해나갈 것이라 생각한다"

장문일 감독의 8년 만의 복귀작 영화 ‘돼지 같은 여자’는 9월 10일 개봉된다.


사진=서예진 기자 syj@zenithnews.com / 영화 '돼지 같은 여자' 스틸

권구현 기자
권구현 기자

kvanz@zenithnews.com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