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여혜란 기자] 휴 그랜트는 그녀를 위해 노란 꽃다발을 들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꽃을 고르고, 손에 든 작은 꽃다발과 함께 사랑하는 사람을 향하는 남자의 발걸음은 가볍다. 영화 '노팅힐(Notting Hill)'의 한 장면이다.
꽃을 든 사람은 아름답다. 초록 잎 사이 자리 잡은 예쁜 색감의 꽃은 주변 공기까지 정화시키는 듯 하다. 가을의 문턱에서 이상하게 꽃이 보고 싶었고, 그래서 꽃집을 찾았다.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인근에 위치한 꽃집 바이조조(BY JOJO)는 매달 크고 작은 디스플레이를 바꾼다. 그래서 근처에 갈 때마다 설레는 마음으로 들르기 좋다. 알록달록한 꽃들은 물론이고, 선인장과 같은 다육식물부터 공기를 맑게 하는 틸란드시아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지만 마치 인테리어 소품 가게에 온 기분도 들었다. 눈금이 있는 투명한 비이커가 초록 식물의 화분이 돼 옹기종기 자리잡고 있었다.


바이조조 조은영 대표는 꽃의 대중화를 바라며 이곳을 시작했다. 5년간 크고 작은 광고와 화보 촬영지에서 플라워 세팅 작업을 했고, 더 많은 사람들이 꽃으로 행복을 느꼈으면 하는 마음에서부터 시작한 게 지금의 꽃집이다. 조 대표는 "단순히 '꽃을 사는' 의미가 아닌, 또 좋은 날에만 많은 꽃을 사는게 아닌 사람들이 편하고 쉽게 접하는 것이 꽃이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열 번의 꽃을 심으시면 '오늘의 꽃'을 드립니다"
이 곳은 꽃을 산다는 표현 대신, '심는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각기 다른 10개의 꽃병 그림에 도장이 찍히면, 'Today's flower(오늘의 꽃)'을 준다고 한다. 특별한 날 누군가를 위한 선물이 아닌, 보통날 온전히 나를 위한 꽃을 예쁘게 손에 들고 걷고 싶다.

꽃은 물을 매일 갈아줘야 한다. 너무나도 예쁜 꽃이 금방 시들어서 슬프다는 한탄에, 계속 시들지 않으면 꽃이 아닐거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시드니까 꽃이라는 것, 맞는 말이다. 시들지 않는다면 그게 어디 꽃이겠는가.


가게 직원에게 들은 실화 하나. 한 중년 남자는 흰 장미와 빨간 장미를 한 송이씩 골랐다. 흰 장미는 아내를 위한 꽃, 빨간 장미를 딸을 위한 선물이라 했다. 그리고 말했다.
"아내에게 흰 머리가 있어도 아름답다는 말을 해주고 싶어서요"
휴 그랜트 같은 로맨티스트가 현실에도 존재하고 있었다.

사진=여혜란 기자, 영화 '노팅힐'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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