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스뉴스=최민지 기자] 흔히 김상경(45)을 보고 ‘형사 전문 배우’라고 한다. ‘살인의 추억’ ‘몽타주’에 이어 영화 ‘살인의뢰’(손용호 감독, 미인픽처스, 영화사 진 제작)까지 단 세편. 어떻게 보면 짧은 ‘형사 인생’인데 그렇게 관객들의 머릿속에는 형사의 이미지가 각인됐나보다. 사실 어떤 추상적인 형사의 이미지와도 참 잘 어울리긴 하지만.
김상경은 ‘살인의뢰’에서 여동생을 잃은 형사 태수를 연기했다. 지금까지와 다른 것은 범인으로 인해 여동생을 잃었다는 점이다. 앞서 두 작품에서는 피해자를 바라보기만 하는 방관자였다면, 이번에는 여동생이 묻혀 있는 곳을 밝히기 위해 사건 전면에 나섰다. 늘 뒤에서 피해자들을 어루만져왔던 그가 주인공이 된 것이다.
◆ “지금껏 해왔던 형사와는 달라”
김상경 옆에 있으면 웃음부터 난다. 그 유쾌한 에너지는 널리 널리 전파되며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든다. 이것도 복(福) 아닌 복이요, 아무나 가질 수 없는 능력 아닌가. 이렇게 에너지를 온통 쏟다보면 힘도 빠질 터인데 그래도 열심히 누군가의 활력소가 된다. 촬영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연기를 할 때 에너지가 딸릴 정도로 허비를 하지는 않아요. 다 조절을 하면서 하죠. (웃음) 영화 ‘화려한 휴가’에서 동생이 죽는 장면을 찍을 때는 촬영에 들어갈 때만 차에서 나오기도 했는걸요. 일부러 센 신(scene)은 나중에 찍어요. 이번에는 ‘몽타주’ 스태프가 많아서 처음부터 활기가 넘쳤어요. 요즘 몸이 힘들어 ‘살인의뢰’ VIP 시사회 뒤풀이를 못 갔는데 단체사진을 찍어 보내왔더라고요. 저 보라고. 보여드릴 수는 없어요. 욕을 막 해놔서. (웃음)”
촬영 후에도 영화에서 금방 빠져나오지 못하는 배우들이 있다. 김상경 역시 그랬다. 아직은 태수의 입장에서 살인마를 바라보는 입장이었다. 부모님을 잃고 같은 하늘아래 하나밖에 없는 피붙이가 변을 당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 슬픔을 어찌 표현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이 영화 속 형사는 조금 특별했다.
“‘살인의 추억’과 ‘몽타주’는 제 일이 아니었잖아요. 그런데 이번에는 제가 겪는 일이었어요. 피해자였죠. 15~20년 동안 그냥 원초적인 형사였는데, 그런 사람에게 질문을 던진 거예요. ‘그런데 네 동생이 죽는다면?’이라고. 이때까지 했던 작품과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에요. 감정이 절제가 안되서 눈물을 펑펑 쏟기도 했고, 이 때문에 촬영을 이어나가지 못하기도 했어요. ‘화려한 휴가’에서 동생이 죽은 후 처음 느끼는 감정이었죠.”
◆ “책 읽으며 대화 총알 축적”
김상경도 김상경이지만 조재윤과의 케미스트리가 참 좋다. 이질감 없이 쏙쏙 녹아드는 모습이 그야말로 환상의 커플이다. ‘척’하면 ‘딱’ 하고 받아치는 모습이 유쾌하다. 어쩐지 이상하다 했더니 이미 두 사람은 영화 ‘아빠는 빌려드립니다’에서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사람과 사람은 알면 알수록 더 좋은 궁합이 나온다고 했던가. 그 말이 딱 맞았다.
“첫 촬영이 거의 두 사람이 나오는 첫 신이었죠. 비 오는 날 컵라면을 들고 와서 먹는 장면이요. 늘 보던 사람이라 쉽게 촬영을 할 수 있었어요. 이질감이 있으면 안 되잖아요. 오래 붙어 다녔던 사람인데. 그래서인지 참 좋았어요. 스포일러라서 제대로 말은 못하지만 마지막에 도움을 주는 사람이기도 하잖아요. (웃음)”
KBS2 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와 영화 ‘살인의뢰’를 마친 김상경은 이제 조금 쉬려고 한다. 무척이나 바쁘게 달려왔기에 숨이 가쁘다. 그동안 못했던 것들을 마음껏 해보겠다는 심산이었다. 재미있는 ‘아줌마’ 김상경은 쉬는 시간 무엇을 하면서 보낼까. 참 어울리지 않게도(?) 취미는 조용했다.
“책을 정말 좋아해요. 웹사이트를 통해 신간을 열람하고 재미있어 보이면 그냥 사놓아요. 바쁠 때는 못 읽지만 ‘이것만 끝나면 꼭 읽어야지’ 이런 마음으로 구입을 하죠. 심리학에 대한 책이 99% 이상 되는 것 같아요. 나머지는 인간에 관한 책이고요. 쉴 때 지식을 축적해 놓아야 말을 할 때 총알이 생기는 법. 대화를 이어나가는 것도 다 노력이 필요한거라고요. 하하”
사진=서예진 기자 syj@zenit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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