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리뷰] 로이킴의 일기장, 오로라 같은 음악과 함께 감상하기(로이킴 콘서트)
[Z-리뷰] 로이킴의 일기장, 오로라 같은 음악과 함께 감상하기(로이킴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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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이소희 기자] 가수 로이킴이 겨울밤을 아름답게 수놓았다.

지난 18일 오후 8시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백양콘서트홀에서 로이킴 연말 콘서트 ‘북두칠성’이 개최됐다. 이 공연은 오는 20일까지 이어지며, 이날 로이킴은 120여 분간 총 21곡을 부르며 관객과 호흡했다.

시작부터 깜짝 놀랐다. 검은색 코트와 흰 와이셔츠를 걸쳐 깔끔한 스타일링을 하고 온 로이킴이 갑자기 무대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가만히 눈을 감고 앉아 있던 로이킴은 철썩이는 파도의 효과음을 배경으로 ‘파도’를 부르며 공연의 시작을 알렸다. 이어 ‘바람에 날려본다’ ‘나도 사랑하고 싶다’ ‘떠나지 마라’를 불렀다.

‘리멤버 미(Remember Me)’를 부를 때 팬들의 환호성은 더욱 커졌다. 무대를 마친 로이킴은 ”3집에 너무 만족한다. 오래 삭혀둔 오모리가 더 맛있듯이 시간을 두면 맛있고 멋지게 삭혀질 것 같다”고 정규 3집 앨범 ‘북두칠성’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3집 앨범에서 가장 아끼는 곡”이라며 ‘남기고 떠나죠’를 열창했고, ‘눈물 한 방울’까지 불렀다. 새 앨범 개최 기념 콘서트이기도 한 만큼, 공연의 초반부에서 정규 3집 앨범 수록곡 대부분을 들을 수 있었다. 특히 로이킴은 신곡을 부를 때마다, 일기장에 쓰여진, 당시의 생각과 고민을 풀어놓으며 관객들과 소통했다.

특히 이날 공연에서는 무대의 다채로운 조명이 로이킴의 일기를 돋보이게 만들어줘 눈길을 끌었다. 파랑과 분홍, 초록과 빨강색 등 조명이 위아래로 쏘아져 그라데이션 효과를 준 것. 이는 작은 규모의 공연장에 울려 퍼지는 로이킴의 부드럽고 감미로운 목소리와 맞닿아, 마치 오로라 속에 들어와 있는 착각을 들게 했다. 또한 무대의 검은 배경에 하얀 조명을 촘촘히 놓아 밤하늘의 별 같은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차분한 분위기를 이어 ‘홈(HOME)’과 ‘영원한 건 없지만’ 무대를 꾸민 로이킴은 잠시 퇴장했다. VCR영상을 통해 밴드 세션을 소개하는 시간을 잠깐 가진 뒤, 로이킴의 ‘끼 발산 타임’이 마련됐다. 앞선 무대들이 로이킴의 음악을 음미하는 시간이었다면, 이제는 다 함께 즐길 시간이 온 것이다.

무대는 붉은 조명으로 물들었고, 로이킴은 마이클 잭슨의 슈트 의상과 장갑을 그대로 재현한 채 등장했다. 로이킴은 무대에서 내려와 계단 사이 통로를 오가며 ‘러브 네버 펠트 소 굿(Love Never Felt So Good)’을 커버했다. 관객과 코 앞에서 뜨거운 호흡을 나눈 로이킴은 팬들의 손을 잡고 눈을 바라보며 노래를 부르는 등 잊지 못할 팬 서비스를 선사했다.

또한 자이언티의 ‘꺼내 먹어요’를 부를 때는 자이언티를 표현하는 동그란 선글라스를 착용했다. 그러곤 자이언티 특유의 목소리를 따라하며 웃음을 줬다. 평소 개그감 넘치는 로이킴의 모습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랩 파트까지 어려움 없이 소화하는 다채로운 로이킴의 매력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피노키오’ ‘날 사랑하지 않는다’까지 부른 로이킴은 “리허설 때 그랬다. 내가 무대 위에서 재미있으면 관객 한 두 명은 재미있겠지. (웃음) 집처럼 편하게, 라이브 들으면서 쉬다 가라”고 말했다. 로이킴의 달콤한 색깔을 만들어준 ‘러브 러브 러브(Love Love Love)’와 ‘봄봄봄’을 부를 때는 모두가 하나되는 무대였다. 팬들은 각 노래에 맞는 응원법을 외쳤는가 하면, 후렴구를 따라 부르며 적극적으로 호흡했다.

로이킴은 무대 위에서 주섬주섬 산타클로스 의상을 갈아 입으며 끝까지 웃음을 선사했다. 환복을 마친 로이킴은 선물 보따리를 들고 객석을 향해 인형 등 선물을 던졌다. 또한 갑자기 스트레칭을 하더니 “손해배상청구하지 말라”며 2층 객석까지 선물을 던져줬다. 유머러스하면서도 공연을 보러 온 관객 모두를 챙기는 세심한 배려가 느껴진 순간이었다.

이날 로이킴은 “고맙다”는 말을 많이 했다. 그는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없었다면 나를 도와주시는 분들은 다른 일을 했을 것이다. 반대로 연예인도 그 분들이 없었다면 빛나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같이 즐겁게 일하는 게 신기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로이킴은 이듬해 1월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밝혀 팬들의 아쉬움을 자아냈다. 이에 로이킴은 “무대에 오르기 전 떨리지 않으면 너무 불안하다. 그런 날이 올까봐 두렵다. 그 떨림이 없으면 못할 것 같다”고 음악과 무대를 향한 진솔한 마음을 전하며 팬들을 달랬다.

새 앨범을 만들기 전, 가수로서의 삶에 대한 여러 생각을 했었다는 로이킴의 말이 떠올랐다. 로이킴은 자신이 겪은 방황과 고민을 새 앨범 ‘북두칠성’에 일기처럼 써내려 갔고, 이를 관객에게 들려주며 다시 또 한번 음악을 향한 열정을 얻었다. 이제 로이킴은 그 마음을 간직한 채 학업에 열중한 뒤 새로운 일기장을 들고 찾아올 것이다. 로이킴이 돌아오는 그 날까지, 이날 공연을 회상하며 그가 두고 간 일기장을 곱씹어 보는 것은 어떨까.

 

사진=CJ 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