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나무 위의 군대’, 삶은 끝나지 않는 전쟁이다(종합)
연극 ‘나무 위의 군대’, 삶은 끝나지 않는 전쟁이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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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임유리 기자]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연극 ‘나무 위의 군대’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배우 윤상화 김영민 성두섭 신성민 강애심 유은숙이 참여해 공연의 전막을 시연했고,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강량원 연출도 함께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연극 '나무 위의 군대'는 살기 위해 누군가를 죽여야 하는 전쟁의 모순과 삶에 대한 통찰을 깊이 있게 다룬 작품. '일본의 셰익스피어'라 불리우는 故이노우에 마사시가 미처 완성시키지 못한 희곡을 현재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 겸 연출가 호라이 류타가 완성시켰다. 2013년 쿠리야마 타미야 연출, 후지와라 타츠야 출연으로 올려진 일본 초연은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큰 호평을 얻었다.

작품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오키나와에서 적군의 공격을 피해 거대한 나무 위로 올라가 2년 동안 그 곳에서 지낸 두 군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본토에서 파견된 베테랑 군인 ‘분대장’과 자신이 살고 있는 섬을 지키기 위해 군에 지원한 젊은 병사 ‘신병’이 '전쟁 중, 나무 위'라는 극한의 상황에서 만들어내는 대립과 이해를 그린다.

강량원 연출가는 이번 작품의 연출을 맡게 된 계기에 대해 "작품의 배경이 되는 오키나와는 19세기 말 일본의 식민지가 된 땅이다. 1970년대까지는 일본이 미국에게 양도해서 미국 땅이 됐다가 다시 일본 땅이 됐다”면서, "그런 오키나와의 역사적인 사례를 통해서 전쟁이라고 하는 것이 국민 혹은 개인, 지역을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면, 도대체 왜 전쟁을 하고 있으며, 그때 국가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에 대해 명확하게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라서 이 작품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또한, ‘분대장’ 역을 맡은 배우 김영민은 “분대장은 국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연출님이 많이 강조하셨다. 국가(분대장)가 신병에게 어떻게 영향을 끼치고 있고, 국가가 끝까지 얼마나 이기적일 수 있는가에 대해 생각했다”고 자신이 맡은 역할에 대해 설명했다. 

‘연극열전6’의 첫 번째 작품인 연극 ‘나무 위의 군대’는 개막 전 무엇보다도 무대 위에 구현될 나무, 그리고 그 나무 위에서 펼쳐질 배우들의 연기에 높은 관심이 쏠린 바 있다.

이날 무대 위를 가득 채운 압도적인 비주얼의 뱅골 보리수에 대해 배우 윤상화는 "사실 나는 아주 개인적으로, 대본을 읽고 꽤 이파리도 많고 낭만적인 나무를 생각했었다. 근데 (연출님은) 이런 끔찍한 나무를 생각하셨더라”고 말했다. 

또한 윤상화는 "실제로 나무를 세워놓고 연습할 수가 없어서 합판으로 만들어진 가세트를 놓고 연습했는데 그게 되게 힘들었다. 나무를 계속 머릿 속에 연상하면서 연습을 해야 했다"면서, "실제로 극장에 와서 (설치된 나무에) 이틀 정도만 서보고 공연을 해야 하는 입장이라 어떤 위험 요소도 없어야 했다. 철저하게 연습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배우 입장에서 긴장을 많이 했다. 가세트는 한판으로 만들어져서 가시가 많아 많이 찔렸다”고 연습 당시의 에피소드를 전했다. 강량원 연출가는 "5종류의 신발을 계속 신어보고 바꾸고 해서 결국 이 신발로 결정이 됐다”고 밝혔다. 

작품의 주제를 관통하는 대사가 많은 나무의 정령 ‘여자’ 역의 강애심과 유은숙은 각각 “지켜주고 있는 것이 무섭고, 무서우면서도 거기에 매달리고, 매달리면서도 미워하고, 미워하면서도 믿는다”와 “모순의 전쟁은 끝나지 않는다. 끝나도 계속 이어진다”를 가장 와닿는 대사로 꼽았다. 

이처럼 작품은 등장인물인 ‘분대장’과 ‘신병’ 그리고 ‘여자’를 통해 우리의 삶이 그 자체로 영원히 끝나지 않는 전쟁임을 말하며, 그 모순의 전쟁에서 진정 인간이 지켜가야 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묻는다. 

하지만 "장면장면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는 것 같은데 그리 무겁게 풀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독특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배우 성두섭의 말처럼 작품은 위트 넘치는 분대장과 신병의 상황과 인간미 넘치는 대화로 긴장과 이완을 조절하며 관객들을 몰입시킨다. 

강량원 연출가는 “원작은 오키나와라는 사실이 분명했다. 그것을 좀 탈색시키고 우리 뿐만 아니라 보편적인 지금 시대의 이야기로 보편화 시키는 것을 염두에 뒀다”며 가장 신경을 쓴 연출 포인트를 밝히기도 했다. 

어쩌면 나와는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전쟁, 그리고 그 속에 있는 두 군인의 모습을 통해 관객들은 본능과 신념, 믿음과 변화, 전쟁과 평화, 개인과 국가 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될 것이다. 

연극 ‘나무 위의 군대’는 내년 2월 28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된다. 

 

사진=연극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