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이소희 기자] 그룹 라붐은 홍차 같은 느낌이다. 우선 예쁜 찻잔에 은근히 뜨거운 물을 넣고 티백을 천천히 우려낸다. 시간이 흐르고, 어느새 혀 끝에 닿는 자극적인 맛 없이도 향긋한 내음이 담긴다. 때로는 꽃 향기로, 때로는 바닐라 향기로 혹은 상큼한 과일 향기로 감싼다. 한 번 마셨을 때 취향에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자꾸 생각나는 것이 매력적이다.
지난해 8월 데뷔한 라붐은 자신들만의 정체성을 담은 음악으로 은근히 대중의 마음 속에 스며들고 있다. 지난 6일 세 번째 싱글앨범 ‘아로아로’를 들고 찾아온 라붐은 귀여움과 발랄함을 강조했던 이전 무대보다, 훨씬 더 여성스러워진 모습이다.
이 같은 변화가 급작스럽지는 않다. 다채로운 변화 속 라붐만의 티백을 우려냈기 때문이다. 최근 인터뷰를 위해 만난 라붐의 실제 모습에서도 이런 매력은 존재했다. ‘라붐스러운’ 홍차 한 잔, 과연 어떤 맛일까?
- 이하는 라붐의 일문일답.
지난 앨범 ‘슈가슈가’ 이후 약 8개월 만의 컴백이다.
솔빈: 데뷔 때보다 더 설레요. 원래 항상 그렇긴 했지만, 오래 준비하고 나와서 그런지 매 순간 무대가 소중하다는 것을 느껴요. 무대가 너무 그리웠어요.
소연: 데뷔를 하듯 새로운 각오로 다시 하게 됐어요. ‘슈가슈가’ 때가지는 쭉 이어서 달려온 거잖아요. '이번에는 더 단단하게 뭉쳐서 좋은 곡으로 나가보자’ 했어요.
공백기 동안 어떤 것에 중점을 두고 연습했는지.
해인: 이전 활동에서 잘 했던 점은 더 잘하려고 했고, 아쉬웠던 점은 보완하려고 했어요. 좋았던 점은 ‘다양한 표정’ 같아요. 대신 자연스럽지는 못했는데, 그걸 좀 신경썼어요.
유정: 개인 역량을 많이 키우려고 했어요. 보컬이나 안무 등 자기계발을 하는 시간을 가졌죠.

가장 많이 발전한 멤버가 있다면.
소연: 율희가 원래 래퍼잖아요. 그런데 이번에 후렴구 보컬에 도전했어요. 많이 늘은 것 같아요.
율희: 처음에 파트 받고 깜짝 놀랐어요. 걱정도 됐는데 중요한 파트인 후렴구를 주시니까 ‘연습을 많이 해야겠다’ 생각했어요. 감사하죠.
해인: 솔빈이는 연극영화과 입학을 준비하면서 연기 연습을 많이 했는데요. 이번에 표정이 좋아진 것 같아요.
컴백 준비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없는지.
소연: 타이틀곡이 계속 바뀌었어요. 힙합 곡도 있고 러블리한 곡도 있어서, 결정하느라 힘들었어요.
지엔: 후보곡마다 안무까지 정해진 것도 있었거든요.
소연: 녹음도 워낙 많이 해놨어요. 한 10곡도 넘게?
해인: 노래를 많이 듣다 보니 감을 잃은 것 같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공백기는 길었지만 연습 기간은 짧았어요. 두 달 동안 더 열심히 연습했죠.
‘아로아로’는 복고풍의 느낌인데 그렇게 촌스럽게 다가오지 않는다
소연: 노래가 처음 나왔을 때는 신스팝 요소, 신비로운 분위기가 강했어요. 그러다 80년대 복고풍 작업을 한 뒤 노래를 하다 보니, 라붐의 색깔로 입혀졌어요.
멤버들: 의상도 무대 마다 다양해요. 각국의 복고 의상인데, 영국 학생 같은 옷도 있고 마릴린 먼로, 오드리 헵번 콘셉트도 있어요.
세 번의 앨범 모두 작곡 팀 어벤전승과 함께 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해인: 저희는 작곡가가 누군지 모르고 곡을 선택했어요. 혜성처럼 갑자기 나타났죠.
소연: 다른 작곡가의 후보 곡들도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아로아로’가 사람이 좋은데 이유 없듯, 그렇게 다가왔어요. (웃음)
솔빈: 연습생 때부터 알고 지내던 작곡 팀이에요. 그래서 멤버 별 보컬 특색도 잘 아시고, 곡도 라붐에 맞춰 써주신 것 같아요.
이전 앨범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솔빈: 아무래도 저번 앨범에서는 성숙한 면모보다, 통통 튀는 말괄량이 같은 소녀들이었어요. 이제는 좀 더 성숙해졌죠. 얼굴과 머리 색깔, 보컬까지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여자의 향기를 내려고 노력했어요.
유정: 이전에는 ‘청소년’이었다면, 지금은 새내기 같은 느낌이에요.

이번 무대를 꾸미면서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유정: 영화 ‘라붐’에서 남자가 여자한테 헤드셋을 씌우는 장면이 있는데 그걸 모티브로 한 안무가 포인트에요.
유정: 남자 댄서와 처음으로 무대를 같이 하는데, 표정 연기도 하고 감정을 표현하려고 하다보니 뮤지컬 같기도 해요.
소연: ‘갈까 말까 춤’이라고 포인트 안무가 있는데, 팬들이 ‘호랑나비 춤’이라고 이름을 새로 지어줬어요.
무대에서 각자 어떤 매력을 보여주고자 하는지.
지엔: 여성스러움과 청순함이요.
소연: 솔빈처럼 청량함도 있고, 사랑스러움을 보여주려고 해요.
솔빈: 도도함과 시크함이요. ‘내가 짱이야’ 그런 느낌. (웃음) 제 파트 가사가 이런 여자 없으니 생각해보라는 식이거든요.
해인: 깍쟁이와 새침데기 같은 느낌을 맡았는데, 페르시안 고양이처럼 하라고 하시더라고요. 실제로도 그런 이미지가 있는 것 같아요.
율희: 전 갓 대학생이 된 새내기, 신입생 있잖아요. 3월 2일 입학식에서 엄청 들뜬 느낌!
‘아로아로’ 가사를 보면 여성이 적극적으로 대시하는 모습이다. 실제로도 그런지.
소연: 제 파트에 ‘널 좋아한단 말야’라고 이야기 하는 부분이 있는데, 실제로는 그렇게 말 못하는 성격이에요. 억지로 감정 이입했어요. (웃음)
지엔: 쑥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파트인데, 도도한 척 해야 하는 것 안 맡아서 잘 됐어요. 고등학생 때는 당돌했던 것 같은데 20살 되고 나서는 잘 표현을 못해요.
솔빈: 감정을 잊어버린 지 오래 돼서 잘 모르겠어요…(웃음) 전 다 달랐어요. 어떤 애한테는 일부러 장난치고, 어떤 애한테는 무뚝뚝하고.
유정: 관심 있는 사람이 생기면 시간을 두고 고백하게 만들어요. 서로 확신이 들면 적극적으로 대시할 수 있어요.
해인: 적극적인 스타일을 노래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솔직한 편이거든요.
율희: 연애 경험이 그렇게 많지가 않아서 그런지, ‘너를 느낄 수 있게’ 가사 부분에서 감이 안오더라고요. 무대 모니터 하면서 언니들이 저한테 감정을 더 실으라고 하는데, 전 음식을 생각하면서 하고 있어요. 족발, 치킨, 떡볶이, 찜닭…

라붐의 무대를 두고, 노래만 들어보면 유별나지 않은 느낌이 든다. 큰 임팩트가 있다기 보다 부드럽고 잔잔하면서도 그 안에 다 들어 있는 그런 느낌. 본인들 생각은?
율희: 라붐의 색깔은 ‘슈가슈가’ ‘두근두근’처럼 털털하고 꾸밈없이 노는 걸 생각했는데, ‘아로아로’를 통해서 한 단계 점프한 것 같아요. 그게 오히려 저희의 색깔이 될 것 같아요.
지엔: 항상 고민해요. 라붐의 색깔은 뭘까. 그런데 그냥 ‘라붐스럽다’고 해요.
솔빈: 저희 팀 명이 ‘파티’의 뜻이잖아요. ‘파티스러운’ 것 같아요. 무대에서 파티처럼 즐겁게 다양한 콘셉트를 시도하니까요.
율희: 파티도 분위기가 다 다르잖아요. 파자마 파티, 가면 무도회장 등처럼. 다른 콘셉트를 해도 라붐만의 느낌이 잘 묻어날 것 같아요.
특별히 해보고 싶은 장르나 퍼포먼스가 있다면.
지엔: 에너지 있는, 칼군무 같은 춤을 춰보고 싶어요.
소연: 이번 후보 곡 중 어반 팝 같은 장르 곡도 있었거든요. 섹시한 느낌이었는데, 그 노래가 개인적으로 좋았어요. 저희가 불렀을 때 잘 맞았던 것 같기도 해요.
유정: 대학교 3학년쯤(?) 되는 느낌도 내보고 싶어요. 또 소연이 말처럼 묘한 섹시한 느낌도 해보고 싶어요.
율희: 한 번쯤은 의자에 앉아서 노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보컬을 강조할 수 있는 잔잔한 힐링송이요.
올해가 지나면 벌써 데뷔 3년 차인데, 아직 대중에게 더 다가가야 한다. 내년에는 어땠으면 좋겠는지?
지엔: 3년 차라고 하기엔 조금 억울해요. 저희가 8월에 데뷔해서…(웃음) 조급한 마음도 드는 것 같아요.
소연: 회사에서 첫 여자 아이돌이다 보니 지원도 많이 해주세요. 우리만 잘하면 돼요!
유정: 내년에는 라붐이 좀 더 많은 대중에게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각자 기량을 펼쳐서 개인활동도 하고 싶어요.
율희: 진심으로 무대에 서면 언젠가는 우리의 마음이 통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모든 사람을 사랑에 빠지게 하라는 팀의 좌우명처럼, 하나만 보고 열심히 달리면 잘 될 거라고 생각해요.
사진=NH미디어
저작권자 © 제니스글로벌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