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임유리 기자] 지난 27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명동1가 명동예술극장에서 연극 ‘날 보러와요’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행사에는 OB팀의 배우 이대연 권해효 김뢰하 유연수 류태호 이항나 공상아 차순배, YB팀의 배우 손종학 김준원 이원재 김대종 이현철 우미화 임소라 양택호, 그리고 황석정 이봉련, 작/연출을 맡은 김광림 연출과 변정주 연출이 참석했다.
연극 '날 보러와요'는 5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살인의 추억'(2003)의 원작이 된 작품이다. 영구미제사건으로 남은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1996년 극단 연우무대에 의해 초연됐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이 작품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10여 차례에 이르는 강간사건을 사실적인 자료들을 동원하여 신랄하게 파헤친다.
20주년을 맞이해 작/연출가인 김광림이 10년 만에 다시 돌아와 OB팀을 이끈다. 30대 초반의 나이에 김형사 역을 맡았던 배우 권해효는 20년이 지난 지금 50대의 김형사로 다시 돌아왔다. 권해효는 이에 대해 "어릴 적 외국의 공연단을 볼 때마다 함께 나이 들어가는 배우들이 한 무대에 서서 공연을 펼치고 있는 게 제일 부러웠다. 대학로에서 같이 20여 년을 지내온 배우들이 함께 무대에서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관객들이 따뜻하게 봐주지 않을까 해서 용기를 낼 수 있었다"며 공연의 소감을 전했다.
YB팀은 2006년부터 이 작품의 연출을 맡아온 변정주 연출이 맡았다. OB팀과 YB팀은 같은 공연을 함께 하지만 뒤섞이지 않는다. 같은 무대지만 각기 다른 음향디자인, 조명디자인으로 각 팀에 따라 다른 리듬과 에너지를 발산한다. 변정주 연출은 "하나의 공연을 한 무대에서 두 가지 버전으로 보는 것이 쉽지 않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두 공연을 다 보러 와주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작품의 역사를 함께해 온 제작진과 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이다 보니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행복하다"는 말이 자주 등장했다. 배우 김뢰하는 "MT를 가는 즐거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관객을 만나는 일이라 간단치 않은 MT였다"고 밝혔고, 이대연은 "20년 만에 하는 동창회 같다", 손종학은 "언제 또 이런 무대에서 다시 만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번 공연에 참여하게 된 소감을 전했다.
반면 YB팀의 김준원은 "그라운드의 메시나 호날두를 보는 느낌"이라며 "뒤섞여서 연기를 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그냥 호흡을 하면서 무대에 계시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엄청 영광이었다. 정말 이상한 묘한 느낌이었다"고 전해 대선배들과 함께 하는 이번 공연의 의미를 더했다.

초연 직후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이 작품이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한 것은 어쩌면 화성연쇄살인사건이 영구미제사건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김광림 연출은 "이 작품을 취재하고 현장조사할 때 억울하게 죽은 희생자들, 희생자 주변에 많은 피해자들을 봤다. 경찰, 형사들도 사실은 피해자다. 이런 억울한 죽음, 희생이 어떻게 하면 개선될까 하는 생각을 늘 해왔다. 20년이 지났는데도 이런 상황이 별로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이 참 가슴이 아프다"며 "이런 희생에 과연 누가 책임을 져야할 것인가. 기본적으로는 국가, 국가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이 아직도 가슴이 아프다"라고 20주년을 맞이한 공연의 특별한 소감을 전했다.
또한 김광림 연출은 "범인을 잡자든지 국가 시스템의 문제를 드러내는 것은 부차적인 거다"라며 "기본적으로는 범인을 잡지 못한 것을 진실을 찾는 과정으로 생각했다. '진실을 찾기 어렵다'라는 얘기를 하고 싶어서 이 작품을 쓰게 됐다"고 작품의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진실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는 점은 씁쓸하지만, 그때와 다름없이 무대에서 활약하는 배우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커다란 매력으로 다가온다. 뿐만 아니라 같은 공연, 같은 무대에서 두 가지 버전을 볼 수 있다는 것 또한 특별하다. 연극 ‘날 보러와요’는 오는 2월 21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사진=프로스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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