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라미란 "'응팔', 처음엔 망했다 생각했는데...인생작 됐네요"
[Z인터뷰] 라미란 "'응팔', 처음엔 망했다 생각했는데...인생작 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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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안하나 기자] 스크린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했던 배우 라미란이 안방극장에서도 어김없이 빛났다.

라미란은 지난달 16일 종영된 tvN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에서 쌍문동 골목을 이끄는 리더 라미란 역을 맡아 열연했다. 그는 맞춤옷을 입은 듯 자신의 매력을 버무린 연기내공으로, 또 한 번의 인생 캐릭터를 완성해냈다.

라미란은 ‘응팔’ 종영 후 가진 인터뷰 겸 기자간담회에 하얀색의 원피스를 입고 등장했다. 이날 라미란은 ‘응팔’ 속 아줌마의 모습이 아닌, 여배우다운 발걸음으로 단상에 올라갔다. 그러던 도중, 라미란은 현장 스태프에게 손을 내밀고 에스코트를 받는 행동을 취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후 라미란은 또박또박 생각을 밝혔고, 때로는 능청스러운 입담을 과시하며 인터뷰 장을 쥐락펴락했다.

올 겨울 대중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특히 ‘응팔’ 속 ‘쌍문동 치타여사’로 큰 인기를 누렸는데, 소감은?

당연히 기분 좋죠.(미소) 솔직히 처음에 ‘응팔’ 시작한다는 이야기 들었을 때 ‘잘 되겠어? 우리 망했구나’라는 생각을 했죠.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주고 시청해줘서 감사했죠. 지금 생각하면 ‘응팔’은 제 인생 작품이 된 것 같네요.

‘내가 떴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는 언제인가.

지금 아닐까요?(웃음) 요즘 절실하게 떴다고 느끼고 있어요. 평소에 마트도 화장하지 않고 잘 돌아다니는데, 누가 뒤에서 부르시더라고요. ‘정봉이 엄마’라고요. 한동안 ‘막돼먹은 영애씨’ 때문에 ‘라과장’이라고 많이 부르셨는데, ‘응팔’ 끝난 후에는 ‘정봉이 엄마’가 됐어요. 특히 나이든 분들께서도 많이 알아봐주셔서 감사하죠.

‘응팔’ 속 쌍문동 치타여사 라미란 역을 맡아 열연했다. 특별하게 준비한 것이 있다면.

감독님과 만나 대화를 많이 나눴어요. 모두들 사투리를 사용하는데, 유일하게 저만 표준어를 구사하더라고요. 그래서 튀지 않게 극에 녹여내려고 최선을 다했어요. 다행히 아이들은 표준어를 써서 묻어갔죠.

쌍문동 치타여사, 누구 아이디어였나?

당연히 감독님과 작가님의 아이디어였죠. 호피무늬 의상도 대본에 다 있었고요. 전 대본에 충실했을 뿐입니다. 어려운 것은 없었고요, 다만 겨울용 호피무늬 의상을 구하기가 어려웠어요. 잘 안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한겨울에 얇은 옷을 입고 촬영을 해야 했죠. 정말 추웠어요.

아줌마 연기를 정말 맛깔스럽게 잘 소화하는 배우다. 특별히 라미란 만의 아줌마 캐릭터를 연기하는 포인트가 있나?

아니요. 전 대본에 충실한 스타일이에요. 오로지 작가님이 써주는 데로 연기하는 거죠. 이번 ‘응팔’에서 제가 내뱉은 대사 중 웃긴 대사는 애드리브라고 생각하시는데, 아니에요. 100% 대본이에요.

라미란에게 있어 이일화, 김선영 ‘쌍문동 태티서’를 빼놓을 수 없는데.

처음 촬영 들어가기 전, 대본 리딩 차 만난 적이 있어요. 당시 ‘이대로 헤어질 수 없다’고 생각하고 셋이서 티타임을 가졌죠. 생각으로는 술 한 잔 했겠지만, 다들 술을 잘 하지 못하는 스타일이라 차 마시면서 몇 시간 수다 떨었던 기억이 나네요. 이후 촬영장에서 만난 이일화 씨, 김선영 씨는 정말 친 자매처럼 편안했어요. 그 덕분인지 자연스럽게 수다 떨고 이야기 하는 모습들을 촬영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함께했던 가족들(김성균, 안재홍, 류준열)도 빼놓을 수 없다. 이들과의 촬영은 어땠나?

아무래도 식구니 가장 밥도 많이 먹었고, 제일 친해졌죠. 특히 지금 생각해도 성균 씨가 혼자 유행어를 하는데 아무도 받아주지 않거든요. 그 점이 제일 미안해요.

극 중 아들 류준열이 혜리와 연결되지 않았는데...

안타까웠죠, 막판에 애가 자꾸 사천에 내려가더라고요. ‘운전 조심하라’는 대사를 하는데 너무 짠해서 눈물이 났어요. 그랬더니 네티즌들이 댓글에 ‘정환(류준열 분)이가 가다가 교통사고로 죽는 거 아니냐. 복선 아니냐’는 반응이 있었죠. 솔직히 혼자 속앓이 하다가 끝난 거니까 안타까웠어요.

실제 남편감으로 쌍문동 친구들 중 고른다면?

택이(박보검 분)는 바둑 밖에 모르고 매일 약도 먹고(웃음), 남편감으로는 그다지 좋은 거 같지 않아요. 결혼을 한다면 정환이가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실제로 보검이도 예뻐하지만 우리 아들이니까, 내 손가락이니까 남편이 안 돼 서운해요.

실제로 9살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류준열과 모자로 호흡을 맞췄다. 어땠나?

감독님이 저와 미팅을 할 때, 아들이 둘이라고 했는데 기대하지 말라고 했어요. 진짜 못생겼다고요.(웃음) 감독님의 말을 듣고 큰 기대를 안 하고 봤어요. 못생긴 건 못생긴 건데 나랑 닮았으니 할 말은 아닌 거 같은 느낌이 들었죠. 사실 그런 친구들이 더 매력 있어요. 준열이와 재홍이는 계속 보면 볼수록 괜찮은 면이 보여요. 간혹 못생긴 남자에 빠지면 답도 없다고 하잖아요, 많은 분들이 지금 그런 거 같아요. 당분간은 정환이에게 헤어 나오기 힘들 거예요.

실제로 아들과 딸 삶고 싶은 사람은?

덕선(혜리 분)이 같은 딸이 있었으면 좋겠네요. 잘 웃고 밝은 면이 좋아요. 아들은 정봉(안재홍 분)이죠. 소라빵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잖아요.(미소)

‘응팔’ 촬영 중 가장 기억 남는 것과, 힘든 것은.

크게 힘든 장면은 없었어요. 기억에 남는 촬영은 일화 씨, 선영 씨와 함께 전국노래자랑에 출연한 장면이요. 셋의 케미를 가장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서요.

‘응팔’이란?

근래에 보기 드문 드라마라고 생각해요. 보통 드라마가 가족 중심이라고 해도, 작품 후반부로 가면 뒤로 빠지는데, 정면으로 끝까지 나온다는 것이 신기했죠. 또 가족마다 에피소드를 다 다뤄줬다는 점도 좋았고요. 배우로서 이런 작품을 만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생각을 해요. 그러 면에서 이런 드라마들이 앞으로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네요.

혹, 응답시리즈가 또 제작하게 된다면 출연할 의향은?

감독님이 안 불러줄거 같은데요.(웃음)

다작을 하는 것 같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은 행복한 일이니깐요. 일하는 것이 쉬는 것 보다 좋아요. 일을 계속 해야 ‘배우로 살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스스로 배우로서 입지를 평가한다면?

평가한다는 자체가 어렵네요.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오게 된 것도 전부 제 능력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모든 사람이 함께 잘 했으니 지금의 위치까지 왔다고 생각하고요. 솔직히 제가 톱스타가 얼마나 되겠어요. 가늘고 길게 가고 싶어요.

앞으로 배우 라미란이 되고 싶은 배우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가늘고 길게 오래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연기를 하면서 대리만족을 할 수 있고, 돈도 벌 수 있고 이보다 좋은 직업이 있을까요?(웃음) 지금까지 웬만한 캐릭터들은 다 연기를 해봤어요. 단 멜로는 아직 해보지 못해서 아쉬워요. 아직까지 불러주시지 않더라고요. 항상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어요. 감독님들! 언제든 불러만 주세요.

끝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전하며 마무리 해 달라.

2015년 저는 잘 숨어 지냈다고 생각했어요. 숨 고르는 해라고 생각했죠. 막판에 봇물 터지듯이 작품들이 잘 되어서 바쁜 사람이 됐네요.(웃음) 관심과 사랑이 뻥튀기처럼 불어난 한 해 였던 것 같아요. 그래도 좋게 봐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죠. 다음 작품은 재미있거나 많이 뛰는 역할은 아니에요. 라미란이 아닌, 작품 안에서 캐릭터로 보일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하려고요. 지켜봐 주세요.

 

사진=김문희 인턴기자 moonhee@zenith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