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동주' 강하늘 ① "언젠간 만날 윤동주, 욕 먹지만 않았으면 좋겠어요"
[Z인터뷰] '동주' 강하늘 ① "언젠간 만날 윤동주, 욕 먹지만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니스뉴스=안하나 기자] 배우 강하늘의 2016년은 쉴 틈이 없다. 지난 2014년부터 바쁘기 시작했던 그 기운이 2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강하늘은 올해 2월부터 영화 ‘동주’와 ‘좋아해줘’로 관객들과 만났다. 전혀 다른 내용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자극하고 있기 때문에 큰 상관없다. 허나 강하늘은 같은 날에 개봉한다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 하고 있었다.

개봉 전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강하늘은 “공교롭게 동시에 개봉을 해 부담스럽기도 하고, 함께한 배우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 같아 죄송한 마음뿐입니다”라고 미안한 마음을 표했다.

이후 “지금은 다 잘됐으면 하는 바람뿐입니다. ‘동주를 좋아해줘’”라는 센스 넘치는 말과 함께 영화에 관련한 자신의 생각을 술술 풀어냈다.

공교롭게 같은 날 영화 ‘동주’, ‘좋아해줘’가 개봉한다. 어떤가?

본의 아니게 같은 날 영화가 두 편이나 개봉하네요. 다 잘됐으면 좋겠어요. ‘동주를 좋아해줘’(웃음)

‘동주’부터 먼저 물어 보겠다. 어떻게 참여했고, 실존인물인 윤동주를 어떻게 연기하려고 했나.

최대한 윤동주 선생님의 삶 그대로 표현하려고 했어요. 크게 무엇을 넣기 보다는, 그 분의 삶을 철저하게 고증한다는 의미를 갖고 연기하려고 했어요. 이준익 감독님께서 ‘‘동주’에 의미를 넣으면 폭력”이라고 말씀하셨고, 저도 최대한 제 색을 빼려고 노력했어요.

극 중 대사가 일본어가 대부분이다. 작품에 들어가기 전 따로 공부를 했나? 무척 잘하던데.

전혀 잘하지 않아요.(수정) 대사가 대부분 일본어라 조금 공부했을 뿐이에요. 평소 일본문화를 좋아해요. 영화, 애니메이션을 좋아해서 일본어가 그리 멀게 여겨지지 않았어요. 그 덕분에 수월하게 일본어 공부도 했고, 연기에 자연스럽게 묻어난 것 같아요.

삭발장면 인상적이다. 군대 가려고 미는 것과 달랐을 듯 한데.

아마도 그러겠죠? 아직 군대를 다녀오지 않아서 그 느낌은 잘 모르겠지만, 이번 영화를 통해 미리 경험해 본 건 좋았다고 생각해요.

윤동주 시인에게 쓴 자필 편지가 인상적인데...

훗날 제가 죽어 나중에 윤동주 시인을 만나게 된다면, 욕 듣지 말자는 생각을 갖고 편지를 썼어요. 그 덕분에 촬영에 들어가기 전 부담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번 작품 ‘동주’에서 송몽규 역할을 소화한 박정민을 빼 놓을 수 없다. 호흡은 어땠나.

정민이 형하고는 5년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에요. 원래 친했기에 현장에서는 따로 친해질 시간이 필요하지 않아서 좋았죠. 현장에서도 서로 연기에 대한 조언은 하지 않았어요. 믿었죠. 서로 믿음에 대한 이견도 없었고요. ‘툭하면 툭’, ‘척하면 척’이었어요.

호흡은 말할 것도 없이 좋았죠. 제가 생각했을 때는 호흡을 넘어 전 정민이 형에게 빠졌어요. 사랑에 빠진 남자라고나 할까요.(웃음) 이번 작품을 찍고 나서 많은 생각을 했어요. ‘형하고 다른 작품은 못 하겠구나’라고 말이죠. 그만큼 이번 작품에서 호흡이 좋았다는 말이고요, 사랑하면서 찍었던 것 같아요.

하늘 씨는 정민 씨를 사랑했다고 했지만, 정민 씨는 ‘애늙은이’라고 칭하며 놀렸다는데

형이 말은 그렇게 해도 저를 사랑하는 마음은 가슴 속에 있었을 꺼라 믿어요.(미소)

박정민-민진웅 두 사람과 함께 선보이는 남남케미가 ‘동주’를 보는 또 하나의 재미였다. 영화를 보는 동안 유일하게 웃음을 유발시키는데, 촬영은 어땠나?

촬영하면서도 즐거웠어요. 시간가는 줄도 몰랐고요. 감독님께서도 영화가 묵직하게 흘러가다가 중간에 ‘탁’하고 웃음을 유발시키는 장면을 넣는 것을 좋아하시더라고요. 저희 셋이서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특히 박정민 씨가 저에게 ‘너 빨리 나가라’라고 말하는 모습 등 웃음을 유발시키는 장면들이 있었어요. 영화를 보면서 웃음유발 장면들을 찾아보는 것도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네요.

극 중 내레이션을 통해 윤동주의 시를 전달했다. 보는 사람은 가슴이 먹먹하고 절절했다. 연기를 한 하늘 씨의 소감은 어떤가.

저는 정말 부담돼 잠을 못 잘 정도였어요. 감독님께 영화 속에서 윤동주 선생님의 시를 제가 내레이션으로 읽어야 한다는 소식을 듣고 ‘도망갈까?’라는 생각까지 했었어요. 허나 제가 그 분께 누를 끼치지 말고 최선을 다해서 연기하자고 마음을 다잡고 촬영에 들어갔어요. 정말 종이로 안 된 몇 장 이었지만 제게는 천근만근의 무게였죠.

특히 마지막에 선보인 ‘서시’가 애절하다 못해 절절하다. 그때 감정이 어땠는지 말해준다면.

정말 ‘서시’ 내레이션은 저도 연기하면서 가장 힘들게 촬영했던 장면이에요. 처음 대본리딩날 ‘서시’를 읽는 순간 눈물을 보였는데, 본 촬영에 들어가서도 울고 있더라고요. 그 순간은 윤동주 선생님이 되어 감정을 이입해서 비롯된 결과인 것 같아요. ‘죽자’ 한 마디를 내뱉는 것이 어찌나 어렵던지...

어렵게 촬영한 ‘동주’, 마지막 ‘컷’ 소리가 들리고 난 뒤에는 느낌이 남달랐을 것 같다. 당시 기억을 회상해 본다면?

마지막 촬영이 끝나고 정민이 형과 동시에 시나리오를 하늘 위로 던져버렸어요. 잘 끝냈다는 안도감과 부담감이 동시에 밀려와서 그랬죠. 이후 얼싸안고 울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요.

이번 영화에서 흑백이 ‘신의 한 수’ 였던 것 같다. 흑백으로 된 영화를 본 기분은?

정말 좋았어요. 제가 평소에도 일부러 찾아볼 만큼 흑백 영화를 좋아하거든요. 어느 날 감독님께 여쭤봤어요. ‘왜 흑백영화에요?’라고 말이죠. 감독님께서 ‘윤동주 시인 사진 컬러로 본 적 있어? 없지?’라고 물어보셨어요. 그 순간 번쩍였죠. 역시 이준익 감독님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어요.

흑백영화가 작품으로 좋을지 몰라도 배우들의 감정연기나 얼굴 표정 등이 자세하게 보여 부담될 수도 있었을 탠데.

부담이요? 생각의 차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전혀 부담되지 않았어요. 오히려 배우의 얼굴이 잘 보이는 것을 역이용하면 효과가 극대화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강하늘이 꼽는 명장면은?

모든 것이 명장면이라서 하나를 꼽기가 어려워요. 다 좋았습니다.(미소)

이번 영화는 강하늘 배우 필모그래피에 어떻게 작용할 것 같나?

저는 영화라는 장르에 대해 늘 환상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랬기에 꼭 개봉을 하면 ‘몇 만 관객이 들까?’, ‘대박이 날까?’라는 생각이 강했죠. 허나 이번 ‘동주’를 만나고 나서는 싹 사라졌어요. 그냥 영화를 찍는 자체만으로도 좋았고, 앞으로 이런 작품을 만나지 못할거 같아 더욱 애정이 가요.

 

김문희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