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취재 임유리 기자, 글 김규리 기자] 뮤지컬 팬들은 그를 '햇살'이라고 부른다. 사진촬영부터 인터뷰까지 해맑음을 탑재한 뮤지컬 배우 정원영에게 딱 맞는 별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끊임없이 농담을 하며 분위기를 띄우는 정원영 때문에 웃음보가 터져 사진촬영이 잠시 중단되기도 하는 해프닝까지 생겼다. 자신처럼 귀여운 컵케이크를 들고 앙증맞은 표정과 포즈를 취해 보이는 작고 소중한 이 남자! 주머니에 넣고 다니고 싶은 사랑스러운 남자!
뮤지컬 배우 정원영과 함께한 유쾌하고 진중한 인터뷰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 뮤지컬 배우로써 이제 8년 차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배우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이 언제인가, 그리고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
정원영: 아무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처음으로 주인공을 맡았던 ‘즐거운 인생’인 것 같아요. 앙상블을 할 때는 나도 모르게 맡은 씬에만 집중 했어요. 그런데, 처음 주인공을 맡고 나서 공연 처음부터 끝까지 한 호흡으로 그 공연에 집중해 있던 순간! 그리고 처음으로 커튼콜 때 앙상블로써 인사를 하는 게 아니라, 나 혼자 인사를 했을 때 그… 나에게 주어지는 박수에 대한 무게감을 처음으로 느꼈고, 그 순간이 절대 잊혀지지 않았어요. 그 때, ‘아, 이게 학교에서 수업 받는 그런 과정이 아니라, 이제는 정말 내 직업이 되었구나! 내가 가야 할 내 직업이구나!’ 하고 처음 깨달은 순간이라서 아직까지 잊혀지지 않아요.(웃음)
- 뮤지컬 배우가 된 계기가 무엇인가.
정원영: 사실 뮤지컬 배우라는 직업은 정말 생각해 본적도 없었어요. 원래 초등학생 때 꿈은 가수였거든요.(웃음) 노래 부르는 것도 좋아했고 춤 추는 것에도 되게 흥미를 많이 가지고 있었는데 연기를 전공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누군가에게 배우고 이런 것에 지루함을 느꼈거든요.(웃음) 그래서 학원을 다니지는 않았지만 인터넷을 보면서 내가 잘 춘다고 생각하는 그런 댄서들이나 가수들을 보면 흉내를 많이 냈죠. 그러다가 춤, 노래, 연기 이 세 개가 다 필요로 하는 직업이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길에 대해서 루트를 알지 못했는데 자연스럽게 군대에서 전역하기 전에 국방일보라는 신문을 통해서 ‘대장금’ 뮤지컬 오디션 공고를 보게 되었고요. 그렇게 해서 시작 된 뮤지컬로 지금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좋아했던 가수가 있다면)
정원영: 저는 SM 가수들 다 좋아했어요! 그래서 그때 당시에 강타 씨나 환희 씨, 이런 분들을 최대한으로 똑같이 따라 하려고 바이브레이션 하는 그 속도까지도 알아냈어요. 그 분들이 턱을 뺄 때는 턱도 빼고, 모든 것을 따라 할 정도로 좋아했죠. (환희 모창 하며) 이렇게 따라 부르고.(웃음) 그 정도로 정말 좋아했는데 그러다 보니까 연예인이 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뮤지션이 되고 싶다’는 꿈보다는, 겉으로 보기에 화려한 아이돌이나 연예인이 되는 게 꿈이었던 것 같아요.
(아이돌을 했어도 잘했을 것 같은데)
정원영: 그 때 했었으면(웃음)… 사실 SM 오디션도 봤었어요. 그러다가 저희 아버지하고 얘기를 하는데, 아버지께서 ‘갑작스럽게 생각하지 말고 하고 싶은 음악을 공부해라’라고 말씀하셨어요. 역시나 공부하기 싫었기 때문에 포기하게 되었습니다.(웃음) 공부! 정말 싫었습니다!
- 최근 ‘그때 그 겨울’ 음원을 발매했습니다. 뮤지컬 음악을 할 때와 대중적인 음악을 할 때의 차이점을 느꼈나.
정원영: 일단은 뮤지컬 노래는 사실 대사에 음이 붙은 거잖아요. 그래서 기교적으로 부르진 않고, 온전히 진실되게 ‘말하듯이’ 부르는 것에 중점을 뒀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가사가 안 들리면 매력을 못 느끼거든요. 그런데 에이브 형이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대중가수의 노래 중에는 가사를 듣지 않고 멜로디만 듣는 사람들도 많아.’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으로 그런 부분에 있어서 표현하는 길이 다르구나 배웠죠.(웃음) 바이브레이션이나 그런 보컬적인 기술들도 뮤지컬이랑 다르게 쓰이더라고요. 새로운, 어려운 장르구나 생각했어요.
- 뮤지컬로 이미 연기력은 인정을 받았는데 같은 소속사의 배우 한지상 씨가 드라마 ‘장미빛 연인들’ 에 출연하는 것처럼 영화나 드라마 같은 뮤지컬이 아닌 분야에 도전해 볼 계획이 있나.
정원영: 지금 이 기사를 보시는 모든 관계자분들! 제~발 연락 좀 주시면 좋겠습니다. 항상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는 기다림의 달인, 웨이터, 입니다.(웃음) 저는 계속 기다리고 있습니다. 평생 기다릴 거고요.(웃음)
(기회가 온다면 어떤 역할 맡고 싶은가)
정원영: 아이~그런 것 조차도 경계선을 긋는 것 같아서 싫습니다. 정말 어떤 역할이든 단역이어도 감사히 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사실 그런 준비 과정을 닦기 위해서 카메라 연기 수업을 받았었거든요. 정말 어렵더라고요.(웃음) 무대 위에서는 온전히 내 몸 전체로 표현해야 된다면, 카메라 연기는 눈빛과 손짓만으로도 표현이 되야 하더라고요. 감독님이 지금 어디를 찍는지, 감독님이 원하는 대로 연기를 할 수 있어야 되기 때문에 ‘아, 정말 어렵구나. 정말 많은 과정을 또 거쳐야겠구나’하는 생각을 했어요. 뮤지컬을 8년 동안 하면서 지금의 제가 된 것처럼, 다시 배울 마음이 항상 준비 되어 있기 때문에 ‘이런 역할을 하고 싶다’ 하는 욕심은 없습니다.
-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구텐버그’에서 같이 연기한 배우들이 ‘구텐버그’를 하면서 결혼을 했다고 하며 ‘나도 빨리 결혼하고 싶다’ 라고 말했었는데, 결혼은 언제쯤할 생각인가.
정원영: 29살쯤에 결혼 하는 게 꿈이었는데, 군대를 다녀 와서 일을 하다 보니까 제 자신이 아직 성숙해지지 않아 있더라고요. 지금도 성숙한 건 아니지만(웃음) 이제는 그래도 결혼이라는 단어가 나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온 시기 인 것 같아요.

- 거의 쉴 틈 없이 다음 작품들을 계속해서 하고 있는데, 쉬는 날에는 보통 무엇을 하며 보내나.
정원영: 저는 사우나를 좋아합니다! 오늘도 이따 끝나고 갈건대요.(웃음) 온천에 몸을 담근 순간이 제 인생에서 가장 적은 돈으로 가장 큰 가치를 창출하는 순간인 것 같아요.(웃음) 나는 그냥 뭐 물에 몸을 담갔을 뿐인데… 왜 그렇게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이 편하고 옷 하나 필요 없는… 물이 옷이 되는!(웃음) 정말 사우나가 제일 좋은 것 같아요!
(만약 일주일의 휴가를 받는다면 무엇을 하고 싶나)
정원영: 아까 말했듯이 맛있는 거 많이 먹고 그냥 커피숍에 멍하니 앉아 있는 것도 좋아하고요. 사실 배우들이 제일 작품 볼 시간이 없잖아요. 뮤지컬이든 영화든 많이 보러 다니고 그렇게 보내고 싶습니다.
사진='그때 그 겨울' 재킷 사진, 서예진 기자 syj@zenit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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