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EN인터뷰] 뮤지컬 배우 정원영“게이맘을 둔 장미셀이 어떤 심정일까 생각 많이 해봤어요" ②
[ZEN인터뷰] 뮤지컬 배우 정원영“게이맘을 둔 장미셀이 어떤 심정일까 생각 많이 해봤어요"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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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취재 임유리 기자, 글 김규리 기자] 최근 막을 내린 뮤지컬 ‘구텐버그’에서 더그 역을 맡아 수 많은 인물을 소화해내던 정원영의 신들린 연기와 들으면 들을수록 빠져드는 그의 독보적인 허스키 보이스는 누구라도 반하게 만드는 매력을 갖고 있다.

현재, 공연 중인 뮤지컬 ‘라카지’에서 정원영은 게이 부모 밑에서 자란 철부지 아들, 꼬마왕자 장미셀 역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장미셀에 관한 질문에서 정원영이 한 대답은 단순히 철 없는 아들 ‘장미셀’만 생각하던 사람들의 마음을 확 바꾸어 놓을 수 있을 만큼 신선했다. 넘치는 끼와 재능의 소유자, 뮤지컬 배우 정원영과 함께 한 인터뷰를 통해 그의 연기 철학과 그가 얼마나 맡은 배역에 대해 연구하고 생각하고 이입하는지 알 수 있었다.

- 12월 22일-23일에는 뮤지컬 콘서트 ‘언성(UNSUNG)’ 무대에 오르셨습니다. 아직까지 라이선스/해외 뮤지컬에 비해 창작뮤지컬은 대중들에게 낯선데 어떻게 하면 대중들이 창작뮤지컬에 더 관심을 가질 수 있을까요.

정원영: 제가 ‘여신님이 보고 계셔’ 라는 작품 워크샵을 통해서 처음으로 Creative Mind(크리에이티브 마인드)에 참여를 하게 되었어요. 이런 게 있다는 것부터 사람들이 먼저 많이 알았으면 좋겠어요. 이 문화재단의 가장 좋은 장점은 같이 만들어 가는 것이거든요. 우리 배우들이 오디션을 보는 것처럼 작가나 작곡가들도 오디션에 참가해요. 그래서, 꼭 영향력이 있는 제작사나 배우들에게만 평을 받는 것이 아닌 일반 관객들도 참여를 해서 ‘나중에 이 작품이 실제로 무대로 올라온다면 이런 부분은 수정했으면 좋겠다’ 하는 얘기를 많이 듣죠. 그냥 단순하게 전문가들끼리 모여서 그 공연을 무대에 올리고 평가를 받기 전에 한번 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그런 좋은 자리예요. 우리나라 창작뮤지컬이 많이 발전 하기 위해서는 이런 자리가 많아 졌으면 좋겠고, 그 자리를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는 것이 첫 번째 인 것 같아요.

- 최근에 막을 내린 뮤지컬 ‘구텐버그’에서 정말 다양한 역을 소화해냈다. 아무래도 혼자서 다양한 역을 소화해야 하니까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았을 것 같다.

정원영: 주고받는 대사가 정말 많아요. 그래서 사실 상대방 대사까지 외우고 있어야 하고요. 그런데 온전히 외워지지 않는 순간에 상대방이 틀려버리면 저도 같이 헷갈리는 거에요.(웃음) 2막에 해야 될 대사를 1막에서 한다던지. 그리고 어떠한 인물을 표현하는 것 보다 제일 어려웠던 건‘더그’라는 인물이 되는 거였거든요. 더그라는 인물이 확실하게 머리 속에 ‘나의 이야기’가 있어야지 관객들에게 ‘내 이야기’를 전해줄 수 있는데, 저 역시 그 이야기가 아직 정원영한테 완벽하게 숙지가 되지 않으니까 자꾸 헷갈려지더라고요. 그런데 대사를 헷갈려 하는 모습까지 연기인줄 알고 관객들은 웃고 계시는 거에요.(웃음) 그냥 이들의 인물이 워낙 어수선하고 엉뚱하니까… 그런데 그 웃음 때문에 저는 또 헷갈려지는 거에요.(웃음) 좀 기억 날 듯 하다가도 사람들이 웃으니까, “왜 웃어요.. 웃지 말아요~” 이렇게 되면서. 그래서 한번은 아예 대사가 기억이 안 나서 결국 들어가서 대본을 꺼내야 되는 순간까지 있었어요. “잠시만요!”하고 뒤에 가서 대본보고 ‘아 이거였구나~'(웃음) 아무래도 대사량이 너무 많다 보니까 생긴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네요.

- ‘구테버그’ 무대 중간에 땀에 흥건해지는 모습도 봤는데 체력적으로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한 작품이었던 것 같다. 평소에 체력 관리는 어떻게 하나.

정원영: 가장 좋은 체력관리는 제가 맛있는 거 먹는 것을 좋아해서요! 끼니 거르지 않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제가 끼니를 거르지 않을 수 있는 원동력은 저와 함께 살고 계시는 저희 할머니세요. 할머니가 아침에 제가 너무 졸려서 눈도 안 떠지는데, “치이이익—스테이크 먹어” 하고 스테이크 구워주시고, 삼겹살 구워주시고, 어제는 아침부터 회 먹었습니다.(웃음) 자주 잘 챙겨먹는 게 제일 좋은 체력 관리 인 것 같습니다.

- 개인 SNS에‘즐거운 인생 이후 다시 같은 역할로 만나게 될 종혁이형 같이 작품하게돼서 너무 기쁘다’ 라고 올렸던데, 주종혁과 함께 하게 된 차기작에 대해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고 있다.

정원영: ‘아가사’라는 뮤지컬을 하게 되었고요. 레이몬드 역을 맡게 되었습니다! 내년 2월부터 5월까지 공연될 예정이고요. 아직 저도 대본을 끝까지 제대로 읽어본 게 아니라서 작품에 대해서는 할말이 없네요.(웃음)

- 뮤지컬 ‘라카지’에서 배우 서경수와 장미셀 역에 더블 캐스팅 되었는데, 정원영이 생각하는 정원영 장미셀과 서경수 장미셀의 다른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정원영: 경수랑 연습실에서 참 많은 얘기를 하면서 장미셀이 갖고 있는 공통분모들을 많이 찾아냈기 때문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장미셀의 기본적인 성향은 똑같다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미셀 별명이 꼬마왕자인데 아무래도 제가 더 꼬꼬마왕자가 아닌가.(웃음) 그래서 똑같은 것을 표현 하더라도 워낙 외형적으로 다르다 보니까 같은 말을 해도 다르게 표현 되는 것 같아요. 우리는 같은 장미셀을 표현하는데 보는 사람들은 ‘어쩜 이렇게 장미셀 둘이 완전 다를까?’ 하고 말을 하더라고요.

제가 표현하는 장미셀은 좀 성숙한 것 같아요. 좀 더 빨리 어른이 되었다고 해야 할까요? 제가 아까도 말했지만 저는 스물아홉, 그 때쯤 결혼하고 싶었지만 아직 어리다고 생각했었잖아요. 극중에 장미셀이라는 인물은 20살에 결혼을 결심하게 되거든요. 그런데 장미셀은 그냥 엄마 아빠 밑에서 자란 것이 아니라 게이맘에게 자랐잖아요. ‘20살에 왜 가정이 갖고 싶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 ‘버드 케이지’에서 많은 도움을 받기도 했지만, 나는 아빠를 인정했던 것이고 아빠가 사랑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를 인정해서 살았던 마음이 착하고 이해력이 풍부한 아이지만 이 사람을 정말 엄마처럼 대하진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빨리 집을 나갔고, 빨리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결혼을 하려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어서 아빠를 인정했고 그로 인해서 나도 빨리 내 인생을 살고 싶은 아이로 중점을 두었어요. 아마 초연의 장미셀보다 조금 더 엄마한테 냉정하게 보여질 수 있는, 그래서 더 철없어 보이고 더 나빠 보일 수 있는 아이가 된 것 같아요. 근데 마음이 나쁜 건 아니거든요. 정말 감사한 마음, 나를 키워주고 길러준 것에 대한 인간적인 감사함은 항상 있지만 내 인생을 이들 때문에 망치고 싶지는 않은… 그런 마음이 아주 작은 한 켠에 있는 아이 인 것 같아요.

- ‘앨빈’ 역을 해도 굉장히 잘 할 것 같다.

정원영: 제가 이번에 ‘구텐버그’를 하면서 여자 역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여자 목소리도 젊은 여자, 나이 많은 여자 이렇게 해야 했고요. 앨빈을 보면서 저도 언젠가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번에는 또 색깔이 다른 세 명의 앨빈이 참여하잖아요. 저도 언젠가 나이가 좀 더 들어서 누군가의 엄마 역할을 해도 될만한 나이가 된다면 꼭 도전해보고 싶어요.(웃음)

- 관객들이 ‘라카지’를 보고 집에 갈 때 어떤 마음과 기분이면 좋을까.

정원영: ‘라카지’는 사랑하는 가족들의 사랑 이야기 인 것 같아요. 단지 소재가 게이일 뿐이지 어느 누구의 가정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거든요. 그 공감대 속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대사인 “사랑으로 질투도 이겨내고, 사랑으로 모든 것을 감싸주다”라는 말이 있거든요. 좋지 않은 일들이 많은 요즘에 사랑하는 마음이 좀 더 커질 수 있는 뮤지컬이 아닌가 생각해요. 가족, 연인,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이라는 단어가 조금 더 친숙하게 와 닿는 뮤지컬입니다. 가슴 따뜻해지는 것 같아요.

- 마지막으로 제니스 글로벌 독자들에게.

정원영: 저를 알고, 저에게 좋은 관심을 가져주시는 많은 분들! 앞으로도 실망 시키지 않는, 기대했던 것 그 이상, 아니 기대했던 것만큼만이라도 보여줄 수 있는 그런 좋은 배우로 거듭나겠고요. 좋은 배우이기 전에 항상 좋은 사람으로, 또 무대 위에서 무대 밖에서도 항상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많이 지켜봐 주세요. 감사합니다. 파이팅!

 

사진=서예진 기자 syj@zenit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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