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신세경 ① '육룡이 나르샤', 여자들 질투 받았던 행복했던 촬영장"
[Z인터뷰] 신세경 ① '육룡이 나르샤', 여자들 질투 받았던 행복했던 촬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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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안하나 기자] 신세경은 지난 1998년 서태지의 컴백 앨범 ‘Take 5’ 포스터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당시 신세경은 어린나이 답지 않은 눈빛과 신비로운 이미지를 풍겼고, 6년 후 배우로 대중들에게 다가왔다.

12년이 흐른 2016년, 신세경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20대 여배우로 우뚝 섰다. 최근 인기리에 막을 내린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 백성을 살려내기 위해 끝까지 살아 견디는 분이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 냈다.

특히 그는 쟁쟁한 남자 배우들 틈에서 꿋꿋하게 자신의 존재감을 어필했고, 팬들에게 ‘분이가 나르샤’라는 말을 듣기까지 했다.

종영 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난 신세경은 극 중 분이가 환생이라도 한 듯 여전히 에너지가 넘쳤다.

길었던 50부작의 ‘육룡이 나르샤’가 끝났다. 지금 기분이 어떤가?

‘육룡이 나르샤’가 끝났다는 것을 실감하지 못했어요. 그러다 인터뷰를 하면서 ‘육룡이 나르샤’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니 ‘이제 끝났구나’라는 기분을 느끼고 있어요.

긴 호흡의 드라마, 힘들지는 않았는지 궁금한데.

체력적으로 힘들 거라고 걱정을 많이 해주셨는데 오히려 미니시리즈보다 편했어요, 편했다고 해서 힘들지 않았던 것은 아니고요, 미니시리즈는 상대적으로 극 주인공들의 분량이 많잖아요, 그런 것에 비해 ‘육룡이 나르샤’는 나오는 인물들도 많고 분량도 골고루 분배됐기에 제가 느꼈을 때는 편했죠. 아! 몇 달간 촬영을 하다 보니 잠을 많이 못 잤는데 이제 푹 쉬면서 재충전하려고요.

‘육룡이 나르샤’에서 가상의 인물 분이 역할을 맡았다. 가상이기에 참고할 자료가 없었을 것 같은데, 어떻게 표현하려고 했는지 궁금하다.

가상의 인물이지만 분이는 하고자 하는 바와 이루고자 하는 목적이 분명한 캐릭터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에 짜잘하게 고민하기 보다는 큰 틀 안에서 대본에 충실하며 연기하려고 생각했어요. 또 분이는 여러 인물들과 두루두루 관계를 맺고 있잖아요. 이 부분에 있어 튀지 않으려고 했고, 최대한 녹아 들으려고 노력했어요. 나름 노력했는데 시청자들은 어떻게 바라봐 줬을지 궁금해요.

분이는 죽음을 맞이한 다른 캐릭터와 달리 마지막까지 등장했다. 이방원과 열린 결말로 막을 내렸는데, 결국 이방원의 편에 선 것으로 해석하면 되려나?

분이는 정치적으로 어떠한 목적을 갖고 행하려는 캐릭터가 아니에요. 마지막에 이방원을 만나기는 했으나, 제가 느꼈을 때 분이는 정도전도 이방원도 아닌 중립을 끝까지 지켰다고 생각해요.

분이하면 초반 검게 칠했던 숯과 분장을 빼놓을 수 없는데, 여배우로서 소화하는데 있어 어려움은 없었나?

전혀 지장 없었어요. 오히려 정도가 과하지 않았기에 좋았고, 캐릭터를 표현하는데 있어서 꼭 필요한 장치라고 생각했어요.

‘육룡’ 중 유일하게 여배우다. 남자배우들과 호흡은 어땠고, 극진하게 여자 대접을 받은 것이 있나?

정말 편하고 좋았어요. 주변 많은 여성분들이 절 부러워했죠. 행복했어요.(웃음) 이상하게 처음부터 불편한 배우가 없을 정도로 다 친했어요. 매너 좋은 분들만 나와서 그런거 같다는 생각도 했고요. 덕분에 원만한 인간관계를 통해 에너지를 듬뿍 얻었어요.

특히 유아인과는 4년 전 SBS 드라마 ‘패션왕’ 이후 다시 만났는데.

아인 오빠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더라고요. 모든 면에서 말이죠. 연기하는 모습은 한 층 더 성장하고 자신만의 스타일이 많이 묻어 나왔어요. 배우로서 이런 점은 본받고 싶어요.

유아인과의 오랜만에 만남, 유독 ‘육룡이 나르샤’의 결말을 아쉬워하는 팬이 많았다. 두 사람이 이뤄지길 바랐는데.

저는 방송에서 보인 정도가 적당했다고 생각해요. 저희 드라마가 멜로드라마가 아니기 때문이죠. 아마 분이와 방원(유아인 분)이의 멜로가 강화됐으면 다른 부분이 적어졌겠죠? 여러 가지 종합적으로 놓고 봤을 때는 최선의 결과가 그려졌다고 생각해요.

분이는 씩씩하고 추진력이 뛰어난 캐릭터다. 심지어 많은 사람을 통솔하고 이끌어 가는 성격의 소유자인데, 신세경의 실제 성격은?

분이랑 전혀 달라요.(웃음) 모험을 싫어하고 안정적인 것을 좋아해요. 한 마디로 익숙한 것을 좋아한다는 말이죠. 쓰던 물건만 계속 쓰고, 가던 길로만 가는 스타일이라고 생각하면 될 거 같아요. 그래서 분이의 성격을 닮고 싶었고 애착이 갔죠.

‘육룡이 나르샤’는 ‘뿌리깊은 나무’ 프리퀄 버전이다. 유일하게 두 편 연속 다 나온 배우인데, 감회도 궁금하고 마지막에 잠깐 비춰진 한글창제에 대한 생각은 어떤지 궁금하다.

우선은 감독님과 작가님이 저를 연속으로 선택해주셔서 감사해요. 저를 믿고 캐스팅했다고 생각했고 더 열심히 했어요. 결말은 아마도 제가 출연한 작품이니 객관적으로 말하기는 어렵고 주관적인 생각을 밝혀야 할 거 같아요. 주관적인 입장에서는 정말 마음에 들어요. 분이가 희망을 마주했잖아요. 분이가 난세를 이기지 못했더라면 속상하고 안타까웠을거 같거든요.

‘육룡이 나르샤’ 속 명장면과 명대사를 꼽아준다면?

너무 많아서 어려워요.(잠시 생각 후) 분이가 마지막까지 내뱉었던 명대사 ‘살아있으면 뭐라도 해야 한다’와 방원이를 구하기 위해 홍인방(전노민 분)을 찾아가 ‘어떤 귀족은 우릴 죽이는데 도련님은 저에게 신발을 사주더이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이번 작품을 찍으면서 가장 보람됐던 것과 가장 힘들었던 것을 꼽는다면?

분이라는 캐릭터가 극 중반부터 능동적이기 보다 함축적인 의미를 지닌 성격으로 변해요. 자칫 캐릭터의 정체성에 대해 의아해 하며 이해를 못할 수 있는데, 시청자들이 분이가 담고 있는 의미를 이해해주고 응원해줘서 감동받았어요. 힘들었던 것은 추위 말고는 없었어요.

추위가 나와서 묻는데, 한 겨울에 짚신을 신고 촬영했다. 정말 추웠을 것 같은데.

정말 겨울에는 생존하려는 의지가 강해 어떻게든 따뜻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어요. 특히 짚신의 경우도 팬들께서 많이 걱정하는데 비밀이 있어요. 방송에서 보이는 것은 짚신이지만, 사실 그 안에 패딩 신발을 신었거든요. 거기 위에 짚신을 덧신었던 거죠. 그런데 막상 신고 보니 발이 너무 커졌더라고요. 혹여나 방송에서 왕발로 나와 ‘극의 흐름을 깨버리면 어떡하지?’라고 고민을 많이 했어요. 다행이도 주변에서 아무런 말이 나오지 않아 속으로 뿌듯했죠.(미소)

열연에도 불구하고 ‘육룡이 나르샤’ 시청률의 아쉬움이 많이 남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저는 아쉽지 않았어요. 처음부터 시청률을 생각하지 않고 촬영에 들어갔거든요. 단지 완벽한 작품에 누가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어요.

‘육룡이 나르샤’를 통해 지난해 연기대상에서 상도 받았고, 지금까지 대중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배우 신세경의 필모그래피에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를 할 때 명확하게 나서야 할 때와 뒤를 돌아봐야 할 때를 정확히 알게 해준거 같아요. 또 어떻게 해야 조화롭게 버물어져야 되는지를 알려준 도움이 많이 된 작품으로 남을꺼 같아요.

또 다시 이런 사극 출연 제의가 온다면?

50부작이라... 생각을 해보겠지만 기쁜 마음으로 할 것 같아요.(미소)

 

사진=나무엑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