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TV] '나가수3' 나윤권, 아름다운 탈락에 박수를 보낼게요
[꿀TV] '나가수3' 나윤권, 아름다운 탈락에 박수를 보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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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최민지 기자] 나윤권은 경연 프로그램에서 보기에 참 안타까운 가수입니다. 노래를 잘하는데 뭔가 엄청난 힘을 쏟아서 하는 것처럼 보이지가 않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의 눈에 잘 들어오지 않나 봅니다. 그런데 힘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10일 방송된 MBC ‘나는 가수다 시즌3’(이하 ‘나가수3’)에서 그의 진가가 드러나기 시작했죠. 나윤권은 고(故)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를 선곡했습니다. 미성으로 담담하게 노래를 하는 모습이 정말 감동적이었죠. 나윤권은 담담하게 노래를 부르는 데는 도사입니다. 감정의 요동이 치지도 않아요. 그래도 이상하게 마음속에는 감동이라는 것이 남습니다. 그게 바로 나윤권의 힘이지요.

이날 ‘나가수3’에서는 ‘80년대 명곡’이라는 주제로 5라운드 2차 경연이 진행됐습니다. 다섯 번째 탈락자가 결정되는 순간. 가왕전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이었기에 경연자들의 신경은 더욱 곤두서있었습니다. 많은 무대에 서는 가수들이지만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더욱 힘들었을지도 몰라요. 나윤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지난주에 7위를 했기 때문이죠. 네. 꼴지였습니다. 그래서 그에게 이번 무대는 더욱 중요했습니다. 가왕전으로 가고 싶었으니까요. 나윤권은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무대에 올랐습니다. 제 기량을 마음껏 보여주고 내려올 심산이었죠. 그래서 어떻게 됐냐고요?

나윤권은 박정현의 지목을 받아 세 번째 주자로 무대에 올랐습니다. 나윤권은 그동안 ‘나가수3’에서 줄곧 하위권을 차지해왔습니다. 노래를 잘하는데도 말입니다. 무대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던 걸까요? 아니면 청중평가단이 원하는 무대를 만들지 못했던 걸까요. 나윤권의 무대가 끝나면 청중평가단은 항상 큰 박수와 함께 환호를 보내왔습니다. 하지만 그는 항상 화려한 퍼포먼스와 미친 듯이 올라가는 고음으로 중무장한 가수들의 뒤에 서 있었습니다. 그래서 안타까운 마음이 더욱 컸죠. 듣기에 편안하고, 듣고 있으면 감동이 밀려오는 나윤권의 목소리. 그 진가가 꼭 나타나길 바랐습니다.

나윤권은 어떤 특별한 퍼포먼스 없이 항상 자신의 가창력과 목소리로만 승부를 겁니다. 그래서 음악감상실 멤버들도 걱정이 컸죠. 노래를 잘 부르는데 힘을 들이지 않고 불러서 그가 부르는 노래가 쉬운 줄 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음악감상실 멤버 김연우에게도 통하는 지적입니다. 남자들이 나윤권의 노래를 부르기 위해 노래방에서 선곡을 하지만 이는 완전한 선곡 미스로 남고야 맙니다. 부르다보면 키가 올라가지 않기 때문이죠. 심지어 첫 소절부터 높은 음정도 있습니다. 하지만 나윤권은 편안하게 부르죠. 얼굴에 인상하나 쓰지 않고 자연스럽게 말입니다. 참으로 신기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나윤권은 이날 한층 안정적이었습니다. ‘사랑하기 때문에’라는 노래와 아주 잘 맞았죠. 유재하의 목소리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지만 이 노래는 나윤권의 것이 됐습니다. 한 음, 한 음을 노래하는 나윤권의 목소리는 그야말로 감미로움 그 자체였습니다. 모두가 다 아는 노래이기에 조금은 위험한 선곡이었을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김연우는 “나윤권의 곡 같은 느낌이 들었다. 완성도가 상당히 높았다”고 평가했습니다. 나윤권은 마지막일지도 몰랐던 ‘나가수3’ 무대를 아주 열정적으로 만들어냈습니다. 자신도 그런 이야기를 했죠. 조금 더 감정 이입이 잘 된 것 같다고 말입니다.

나윤권의 목소리는 청중평가단의 마음을 휘어잡았습니다. 하위권만 계속해서 맴돌던 그가 3위로 우뚝 섰습니다. 본인도 놀란 눈치였습니다. 그토록 원했던 상위권이었습니다. 나윤권은 그 자리에서 만세를 불렀습니다. 인정을 받은 것 같아서 홀가분한 느낌이었다고 했습니다. 점점 더 성장해가는 나윤권. 그러나 이제 ‘나가수3’에서 더 이상 나윤권의 무대는 볼 수가 없습니다. 지난 주 7위, 이번 주 3위라는 결과를 얻었지만 점수 합산 결과 그는 탈락이라는 성적표를 받게 됐습니다. 가장 아쉬운 사람은 다름 아닌 나윤권 자신이겠죠. 그래도 짐은 하나 덜 수 있었습니다. 인정을 제대로 받고 떠났기 때문이죠. 다른 곳에서 그의 목소리를 다시 듣고 싶습니다. 그 아름다운 목소리를.

 

사진=MBC ‘나가수3’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