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최민지 기자] 유하(52) 감독하면 단 번에 떠오르는 게 있다.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 그리고 ‘비열한 거리’다. 여기에 하나가 더 얹어졌다. 신작 ‘강남 1970’(유하 감독, 모베라픽처스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이다. 이렇게 일명 ‘거리 3부작’이 완성 됐다. 무려 10년 만이다. 이 얼마나 기다렸던 순간인가. 이 자체만으로도 영화 팬들은 무척이나 설렌다.
지난 21일 개봉된 ‘강남 1970’은 1970년대 강남땅을 향한 위험한 욕망을 그려냈다. 호적도 제대로 없는 고아로 넝마주이 생활을 하며 살던 종대(이민호)와 용기(김래원)가 무허가촌의 작은 판잣집을 빼앗기며 건달의 세계로 들어가게 되고, 강남땅을 놓고 이야기가 벌어진다. 이민호 김래원의 조합, 여기에 느와르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유하까지. 어쩌면 그 긴 기다림이 영화 팬들에게는 이득이었을지도 모르겠다.
◆ “이민호 김래원 조합, 반대 많아”
관객들 앞에 영화를 내놓은 유하의 마음은 시원섭섭했다. 길고 긴 10년간의 여행이 종료되는 시점이었기에. 그 마음은 충분이 이해할 수 있었다. 2004년 ‘말죽거리 잔혹사’ 개봉 후 2년 뒤인 2006년 ‘비열한 거리’를 내놓았던 유하. 이후 그는 많은 사람들에게 마지막 편의 압박을 받아왔다. 물론, 자기 스스로도 말이다. 약 7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한 곳에 숙제처럼 깊숙이 박혀 있던 3편. 드디어 세상 밖으로 나와 장렬하게 관객들과 만났다.
“‘비열한 거리’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사실 관객이 만이 들지는 않았어요. 개봉 했을 때가 아직도 생각나네요.(웃음) 그 때가 월드컵 토고 전을 할 때였거든요. 무대 인사를 갔는데 객석이 반 밖에 안 찬 거죠. 붉은 악마들 때문에. 그 기억이 강해서 아팠어요. 사실, 어쩌면 그래서 더 압박감이 심했는지도 모르겠네요. 하하.”
3편이 출발할 때 즈음 남자 배우에 대한 관심은 최고조에 달했다. 전 편에 출연했던 권상우 조인성이 톱의 자리에 올랐기 때문이다. 그렇게 선택된 사람은 바로 이민호였다. 앞서 두 배우를 선택할 때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 ‘신선함’이었다는 유하. 그에게 이민호 역시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이민호에게서 조인성과 비슷한 점도 읽었단다. 그렇게 적중하고야 말았다.
“이민호 김래원의 조합 참 좋죠. 그런데 두 사람의 이미지가 비슷해서 우려를 했던 사람들이 있었어요. 같은 저음에 형제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닮았잖아요. 하지만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두 사람은 피만 섞이지 않았지 형제인데, 종대와 용기는 한 몸인데 다르게 보여주면 안 되겠다 싶은 마음 말이에요. 그렇게 설득을 했어요. 결과는 참 좋죠? 하하.”

◆ “진흙탕 싸움, 주인공은 일기예보”
가장 강렬하게 다가오는 이미지는 진흙탕 싸움이었다. 유하가 강조하고 싶었던 전체적인 분위기 역시 황토였다. 카오스의 느낌을 주고 싶었던 그는 “현장 자체가 지옥이었다”고 말하며 웃었다. 유하가 말한 촬영장은 그야말로 혼돈 그 자체였다. 장대비를 맞으며 계속되는 촬영에 변수도 많았다. 듣고보니 ‘아...’라는 말이 절로 나왔던 현장. 그래서 그런 명장면이 탄생 됐으리라.
“흙탕물에서 싸우는 장면을 찍는데 정말 힘들었어요. 모든 배우들이 폭염 때문에 고생을 했죠. 이탈자도 많았어요. 전날 촬영을 했던 엑스트라가 없어지기도 했어요. 5일 만에 끝날 장면인데 비가 내려야 되니까 톤을 맞추는 데 애먹었어요. 날씨는 왜 그렇게 또 안 따라주는지. 쨍쨍해서 찍을 수가 없었죠. 정말 이 영화의 주인공은 일기예보였어요.(웃음)”
시작부터 청소년관람불가였던 ‘강남 1970’은 그렇게 더욱 강해졌다. 도끼와 삽 등 생활에서 쓸 수 있는 제품을 무기로 가져와 공포감을 더했고, 옷을 다리는 줄만 알았던 다리미는 더욱 놀라운 장면을 연출해냈다. 잔인함으로 눈을 가리게되지만 이상하게 ‘대놓고 19금’이 왜 반가운걸까.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세탁소를 하는데 그게 또 무기가 되고. 참 아이러니 하죠. 잔인하게 하려고 한 건 아닌데 김래원 씨 표정 때문에 더 그렇게 보였어요. 진짜 용기가 돼서 다리미를 무기로 쓰니 더욱 잔인해보였던 거죠. 액션이 돋보였던 것도 배우들의 힘이에요. 이민호 씨는 워낙 운동 신경이 조금의 훈련에도 커버를 할 수 있었죠. 대역 아니에요. 본인이 다 했죠. 참 대단했어요. 하하.”

사진=서예진 기자 syj@zenit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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