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윤여주 기자] <한국 패션계에 편집숍 열풍이 불고 있다. 편집숍은 단순히 패션 제품만 판매하는 것이 아닌 패션&라이프스타일을 소비자에게 제안, 판매하는 새로운 유통형태로, 특히 젊은 소비자층에게 급격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SPA브랜드 유행의 뒤를 이어 점차 그 자리를 메워가는 편집숍들은 패션 핫플레이스에 점점 매장 수를 늘리고 있는 추세이다. 한편 편집숍은 입점 브랜드에게 위탁판매의 대가로 판매 수수료를 받는데, 그 금액이 입점한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에게는 부담이 크다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과연 편집숍과 업체 사이에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한국 패션계에 커다란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는 편집숍에 대해 브랜드와 패션업계 대표자를 만나 관련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지난 2013년에 브랜드를 론칭한 디자이너 A씨는 최근 편집숍의 수수료 때문에 고민이 많다.
현재 여러 오프라인과 온라인 편집숍에 입점되어있는 A씨의 브랜드는 평균적으로 위탁판매의 대가로 제품가의 30%~35%의 수수료를 편집숍에 지불하고 있는데, 보유 자금이 상대적으로 적은 신진 디자이너에게 제품가의 30%는 적지 않은 돈이기 때문이다.
사전에 편집숍 수수료를 계산에 넣지 않고 가격을 책정한 경우, 제품가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생산에 들어가는 비용인 원부자재비와 인건비를 제하고 나면 마진을 남기는 것이 빠듯하다. 하지만 제품가를 정할 때 편집숍 수수료를 사전에 계획하게 되면, 가격이 높아지게 되기 때문에 소비자로부터 제품을 선택받기가 힘들어진다.
물론 패션 핫플레이스에 직접 매장을 오픈하는 것보다 편집숍에 위탁판매하는 방법이 비용이 적게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신진 디자이너의 성장에 어려움을 주는 것 역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A씨는 "현재 대다수의 편집숍은 대기업에서 전개하는 숍들이다"라며, "편집숍에 입점하지 않으면 브랜드로써 인지도 구축과 고객 인프라 형성에 어려움을 겪는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수수료가 부담스럽기는 하나 편집숍에 입점해 패션 핫플레이스에 안정적으로 판매망을 확대시키는 것은 수수료 납부에 대한 정당한 이유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기존의 몇몇 대형 온, 오프라인 편집숍은 수수료를 받고도 입점한 브랜드 제품의 판매 마케팅은 구체적으로 케어하지 않고 단지 편집숍 내 입점 브랜드 숫자를 늘리는 식의 운영을 하고 있다. 위탁판매 수수료를 받은 만큼 입점 브랜드 판매에 적극적으로 임했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이 전문가의 눈에는 어떻게 비춰지고 있을까.
前제일모직 상품기획 본부장과 경남모직 비비엔폴 사업본부장 이사, 신원의 본부장 이사 및 톰보이 총괄 전무이자 현재 KFA(한국패션협회)의 특별회원인 '인터보그 인터내셔널' 대표 컨설턴트 김강화 대표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디자이너 브랜드가 편집숍에 입점할 경우 편집숍의 임대료 및 판매사원 고용비를 생각해보면 제품가의 30%는 부당한 수수료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디자이너 브랜드를 편집숍에 입점시킬 경우, 기존의 디자인과는 차별화된 유니크하고 다양한 디자인 제품이 좁게는 해당 편집숍, 넓게는 한국 패션계에 유통되어 한국 고유의 색다른 패션 아이덴티티를 가질 수 있다"며, "디자이너 브랜드와 편집숍은 공생관계임으로 서로의 메리트를 위해 상호 협조할 수 있는 부분은 협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김강화 대표는 편집샵 붐을 성공적인 비지니스 아이템으로 유지하기 위해서 편집숍 매장의 운영력 향상, VMD(Visual Merchandising)의 실력 향상, 운영의 매뉴얼화로 업무 시스템의 질을 높이는 것과 운영 리테일 인력 충당이 필요한 점을 한국 편집숍 업계의 시급한 문제로 꼽았다.
특히 그는 "최근 소비자들은 단순히 의류 제품만을 보고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중시하는 경향을 갖고 있기 때문에 VMD로 먼저 브랜드 컬처를 소비자에게 보여 주며 판매를 해야 앞으로도 편집숍이 살아남을 수 있다"며 VMD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처럼 디자이너 브랜드의 개성 있는 제품들이 소비자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는 편집숍이 필요하며, 편집숍 또한 타 업체와 차별화된 제품으로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서는 디자이너 브랜드의 제품이 필요하다. 즉, 이 둘은 뗄레야 뗄 수 없는 사이인 것이다.
한국 패션의 미래를 위해서 편집숍과 브랜드가 공생의 길을 갈 수 있도록 서로 협조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한국 편집숍 열풍이 단지 '바람'으로만 끝나지 않고 한국 패션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줄 유통구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그림=윤여주 기자 yyj@zenit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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