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스뉴스=안하나 기자] 그동안 대중이 배우 채정안을 떠올리는 이미지는 뻔했다. 도도하고 차갑고 차도녀 같다는 생각이 대부분이다. 조각같이 예쁜 얼굴과 큰 키, 그리고 그가 연기했던 캐릭터들이 그 이미지를 굳히는데 한 몫했다.

어쩌면 그런 이미지가 배우 채정안을 더 빠르게 대중에게 어필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필모가 많아지고 경력과 나이가 쌓여가니 오히려 단점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다. 작품의 선택 폭이 좁아졌다는 흠이다.

얼마전 SBS ‘딴따라’에서 '여민주'로 열연한 채정안을 제니스뉴스가 만났다. 실제로 만난 채정안에게 '시크'와 '도도'는 찾아볼 수 없었다. 너무도 털털하여 옆집 언니 같고, 그래서 선망하고 따를 수 밖에 없는 어쩌면 다른 의미의 '걸크러쉬'였다.

‘딴따라’가 따뜻한 드라마라는 호평 속 막을 내렸다. 기분이 어떤가?

홀가분해요. 아쉬움이 남는다는 사람도 있는데 저는 아쉬움이 남는다면 그 작품에 온전히 쏟아내지 않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면에서 이번 작품은 온전히 쏟아냈기에 아쉽기보다는 뿌듯해요.

이번 작품 속에서 맡았던 여민주 캐릭터가 그 동안 선보였던 모습과 달랐다. 어떻게 연기 하려고 했는지 궁금한데.

솔직히 그동안 제가 연기했던 캐릭터는 ‘차도녀’가 대부분이었어요. 늘 새로운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었는데 잘 안 들어오더라고요. (미소) 이번에는 힘을 빼고 차분한 모습을 자주 보여줄 수 있어서 기뻤어요. 물론 친구들과 함께 작업해 더할 나위 없이 좋았고요.

여민주 캐릭터 성격이 요즘 유행하는 ‘걸크러쉬’ 그 자체였다. 이 부분에 대한 생각은?

어느 정도는 맞는 것 같아요. 친구들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힘들 때는 위로해주고, 후배가 고민 상담을 하면 조언해주는 사람이었죠. 드라마를 찍으면서 매회 ‘실제 나에게도 여민주 같은 캐릭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같은 여자가 봐도 멋졌거든요.

실제 모습과 여민주와 같은 점이 있을까?

이번에 연기한 여민주 역할이 저와 가장 비슷해요. 성격도, 외적인 부분도 전부 다요. 대중들은 제 겉모습을 보고 드라마 ‘커피프린스’ 때 모습을 많이 생각하는데 전혀 아니에요.

전작 ‘용팔이’도 그렇고 이번 작품에서도 의상이 많은 이슈를 얻었다. 특별히 준비했나?

매회 대본이 나오면 스타일리스트하고 상의해서 결정했어요. 이번에 여민주 같은 경우는 너무 정장스럽지 않게 편안하면서도 세련됨을 추구했어요. 패턴이 있는 셔츠나 점프슈트 같은 옷을 많이 입었어요. 러블리함은 최대한 자제했고요. 이번에 입었던 옷은 대부분 제 옷이 많았어요. 그러다 보니 입고 연기하는 데 편했어요. ‘용팔이’ 때는 남의 옷을 입은 것처럼 불편했거든요. 실제로도 여민주 룩을 많이 좋아해요.

결말은 마음에 드는지, 여민주가 고백을 받고 열린 결말로 끝났는데.

당연히 기분 좋았어요. 처음에 생각하지 않았던 멜로 라인이라 어색할까 걱정을 했는데 예쁘게 그려져서 더 좋았던 거 같아요.

실제로 고백을 한 이태선 같은 남자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실제라... 그때 가봐야 알 것 같아요. (미소) 다행히 시청자들께서 저와 이태선과 나이 차이가 많이 남에도 불구하고 욕하지 않아서 감사했죠. 배우로서는 정말 크게 성장할 것 같은 친구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번에 드라마 작품이 처음임에도 불구하고 어색함이 없더라고요. 배우로서 가져야 할 자세나 덕목도 속속 보였고요. 잘 됐으면 좋겠어요.

연하를 만나본 적은 있는지?

연하를 만난 적은 없어요. 그동안 만났던 남자친구들은 동갑이나 오빠가 전부였어요. 앞으로도 누군가를 만나게 된다면 동갑이나 오빠들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잠시 고민 후) 생각해보니 오빠들은 안 되겠어요. 저보다 오빠면 이제 한 번 갔다가 돌아올 나이 아니겠어요? 하하하.

연하남과의 만남은 작품에서 이루면 좋을 것 같은데.

작품에서 만나는 건 저야 무조건 땡큐죠. 알콩달콩한 멜로면 더더욱 좋고요.

‘딴따라’에서는 친구였던 지성을 좋아하는 역할이었다. 나이대가 유일하게 같아 더욱 의지했을 것 같은데 어땠나?

정말 지성 씨와 연기할 때는 동기와 연기하는 기분이었어요. 서로에게 힘을 주고 힘이 되어주는 친구 같은 존재였죠. 특히 지성 씨의 모습을 보면서 많이 배우기도 했고 ‘더 열심히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지성이 현장에서 선생님으로 불렸다는데.

연기 선생님이었어요. ‘딴따라’ 밴드 멤버들은 물론 혜리까지 꼼꼼하게 지도해 주고 물어보는 것들은 세세하게 설명해주는 선배였죠. 본인 연기도 완벽하게 했고요.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저를 반성하게 했어요. 솔직히 저는 적당히 하면 넘어가는데 지성 씨는 꼼꼼하게 한 줄도 버리지 않고 다 중요하게 생각하더라고요. 지금 생각해도 놀라울 따름이에요.

채정안은 후배들에게 어떤 선배였나?

저는 좋은 선배도 아니고 안 좋은 선배도 아니었어요. 그저 어린 친구들이 저와 함께 있기를 불편해하지 않고 피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어요. 오히려 제가 먼저 다가갔어요.

모든 젊은 배우들을 향해 애틋하고 챙겨주고 싶었을 것 같다. 특히 홍일점 혜리를 향한 마음은 더 애틋했을 것 같은데.

저도 ‘딴따라’ 밴드에서 혼자만 여자여서 힘들면 어쩔까 생각을 많이 했는데 전혀 힘들어하지 않더라고요. 오히려 씩씩해서 제가 더 놀랐어요. (미소) 한동안 감기몸살에 걸려서 걱정했는데 회복도 금방 하더라고요. 젊은 게 좋더라고요.

이번 작품을 통해 느낀 것이 있다면?

무대에 섰던 시절이 생각났어요. 그 당시 저를 서포터 해줬던 사람들이 속속 생각이 나면서 그립기도 하고 ‘그때는 이랬구나’라는 것을 많이 느꼈어요.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무대에 서는 가수가 아닌 무대 아래서 가수를 바라보는 역할이었기에 주변 사람들의 입장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던 시간도 됐고요. 지금도 부모님께서 방송을 보면 다 찍어놓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다를까 조마조마해 하시거든요. 그 마음을 이해 못 했는데 ‘딴따라’를 찍고 나니 부모님의 마음도 알게 됐어요.

 

사진=더좋은이엔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