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안하나 기자] 세상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은 평범하다. 이에 드라마와 영화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접하면 말 그대로 ‘드라마니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최근 인기리에 막을 내린 tvN 드라마 ‘또 오해영’은 달랐다.
‘또 오해영’은 결혼 전날 파혼하고, 동기들이 승진할 때 혼자만 미끄러지고 집에서도 쫓겨나 쪽방에 굴러들어온 흙 같은 인생을 살고 있는 여주인공 오해영의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짠한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이를 연기한 배우 서현진을 향한 무한한 신뢰와 애정은 작품이 진행될수록 더욱 커졌다. 당초 서현진은 오해영 역 캐스팅 1순위가 아니었다. 다른 배우가 한 번씩 고사한 뒤 서현진에게 간 것이다. 하지만 서현진은 다른 배우가 했으면 안 됐을 것 같은 대체불가 연기력을 과시했다. 그는 망가짐을 불사한 코믹연기부터 리얼한 생활연기와 섬세한 감정연기는 물론, 에릭과 절절한 사랑까지 선보이며 열연했다.
종영 후 만난 인터뷰 차 만난 서현진은 극 중 선보인 ‘보통 오해영’과 다르지 않았다. 드라마에서 보여준 말투와 거침없는 행동 그 자체였다. 이는 왜 그가 드라마의 몰입도를 높이고 사랑을 받게 해줬는지 이유를 알게 하는 부분이 됐다.
이후 서현진은 칭찬과 함께 질문이 쉼 없이 쏟아지자 “지난해까지 직업란에 배우를 쓰지 않았어요. 이렇게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으니 이제는 써도 될 것 같아요”라고 담담하게 고백하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많은 사람의 사랑 속 ‘또 오해영’이 막을 내렸다. 기분이 어떤가?
시청률이 잘 나와서 기분이 좋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으로 알고 경험하게 됐어요. 시청자들께서 함께 울고 웃고 공감해줘 더욱 기분이 좋았던 거 같고요. 이 자리를 빌어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어요.
초반에는 서현진이 돋보였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에릭이 더욱 돋보이기도 했다. 아쉽지는 않았는지?
아쉽지 않았어요. 작가님이 쓰고 싶은 걸 쓴다고 생각했거든요. ‘또 오해영’은 전지적 박도경 시점이에요. 초반 오해영은 시청자들과 친해질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고, 이후 도경의 아빠와 관련된 트라우마가 나오면서 도경에게로 자연스럽게 주도권이 넘어갔다고 생각해요.
연기한 ‘평범한 오해영’ 캐릭터가 2030 여성들의 공감을 많이 받으면서 인기를 더욱 얻게 됐다. 어떻게 연기하려고 했는지 궁금한데?
오해영은 자존감이 낮지만 그걸 이겨내고 어떻게든 사랑을 하려고 해요. 저 역시 평소에 매일매일 제 존재가치를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어요. 이에 늘 생각하고 공감하는 부분들이 시청자들에게 잘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연기에 임했어요.
특히 3회에서 한 ‘난 내가 여전히 애틋하고 잘 됐으면 좋겠다’는 대사는 감정이입이 많이 돼 엄청 울었던 기억이 나요. 사실 이 드라마를 시작할 때 제 연애의 민낯을 다 보여드리자는 생각으로 임했어요. 캐릭터는 오해영이지만 결국 서현진이 연기하고 있기 때문에 내 민낯을 보여줄 용기가 없으면 공감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거든요. 밀착 다큐처럼 느껴졌으면 했어요. 하지만 순간순간 창피한 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 (미소) 그래도 그간 찍었던 작품 중에 가장 거짓 없이 연기해 뿌듯해요.

연기했던 장면 중 가장 공감 갔던 장면을 하나만 꼽아준다면.
12회에 도경이와 전화를 하며 ‘너한테 그렇게 쉬웠던 나를 어떻게 이렇게 쉽게 버리니’라는 대사가 있어요. 저는 그걸 입 밖으로 내뱉어본 적은 없었지만 분명 느꼈던 적이 있어요. 그냥 오해영은 다른 사람들이 속으로 삼키는 말을 용감하게 내뱉기 때문에 좋아해 주시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저도 그 대사는 연습 없이 현장에서 처음 입 밖으로 뱉었는데 정말 많이 울었어요.
혹 연기하면서 이해하기 어려웠던 부분이 있었다면.
없었어요. 다만 마지막 회에서 도경과 동거를 허락해달라고 떼쓰는 부분은 주책없다고 생각했어요. 하하. 현장에 있는 스태프들도 씁쓸하고 배신감이 느껴진다고 하더라고요. 다들 ‘딸자식 키워봤자 소용없다’고 하시면서요. 저 역시도 이 부분은 한심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그만큼 그 남자가 너무 좋고 아무것도 안 보였던 것 같아요.
오해영은 적극적인 여자였다. 바닷가에서 대리기사를 부르는 도경에게 삐치고, 먼저 ‘쉬운 여자’라고 공표하기도 한다.
저는 솔직하게 말하는 오해영이 너무 좋았어요. 처음에 대리기사를 부른다는 말에 나 역시 ‘어? 왜!’라고 했어요.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속 시원하고 귀여웠죠. 솔직하게 뭘 하고 싶다고 얘기하는 여자가 좋은 것 같아요. 저는 ‘내가 생각하는 걸 맞춰봐’라고 말하는 것보다 제 생각을 말해주는 것이 남녀관계에서는 더 좋은 듯해요.
서현진의 실제 연애 스타일은 어떤지?
실제로는 좋아하는 남자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고백도 못 해요.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먼저 저를 좋아해 주기만을 바라는 스타일이에요.
알콩달콩한 장면을 찍다 보면 연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 같은 데 없었는지.
계기가 됐던 신은 없지만 자연스럽게 설레었던 거 같아요. 도경과 옆방에 살게 되면서 더 정이 든 거 같아요. 특히 제일 설레었던 장면은 도경과 바닷가에서 데이트하는 장면이에요. 본방송 모니터링을 하는데 제가 봐도 엄청 웃고 있더라고요. 되게 좋았나 봐요. (미소)

스킨십 장면은 굉장히 자연스러웠다. 비결은 무엇인가?
비결이라... 모든 키스 장면, 스킨십 장면을 찍을 때 저와 에릭 씨는 액션 합을 짜듯 합을 짜고 했어요. 걸음이랑 동작을 모두 맞춰서 했고요. 애드리브는 거의 없다고 보시면 돼요. 진상이가 숨는 신에서는 안고, 의자에 내려놓고 하는 모습은 에릭 오빠의 아이디어였어요. 움직이는 게 많으면 진상이가 도망 다니기 좋겠다고요.
특히 스킨십 중 ‘벽 키스’는 크게 화제가 됐었다. 어땠는지 궁금한데?
벽 키스도 합을 맞춰 촬영했던 장면이에요. 지금 생각해 보면 저희가 벽 키스를 첫 키스신으로 찍으면서 약간 거침없어진 것도 있는 것 같아요. 그때 워낙 세게 했어 서요. (웃음) 그 후로는 키스하는 데 불편함이 없었어요.
극에서는 에릭과 이재윤 중 에릭을 선택했다. 실제 서현진이라면?
당연히 에릭이죠. 이재윤에게는 차였으니깐요. 다시 관계가 회복 덜 것이라 생각을 하지 않아요.
마지막 몇 분을 남겨두지 않고 도경의 교통사고 장면이 전파를 탔는데, 새드엔딩을 생각했던 팬들이 많다.
저는 교통사고가 날 것은 예상했었어요. 다만 새드엔딩일까봐 걱정은 됐죠. 다행히 작가님께서 잘 마무리 지어주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번 작품이 배우 서현진의 인생작으로 남을 것 같다. 좋을 수도 있고, 앞으로 연기하는 데 있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을 텐데?
평생 못 만날 수도 있는 인생작품이기 때문에 대중이 기억해 주시는 캐릭터가 있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수식어를 극복하는 것 또한 제가 헤쳐 나가야 할 문제죠. 앞으로는 이 수식어를 깰 수 있도록 더 열심히 노력하는 배우 서현진이 될게요.
사진=점프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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