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아재파탈의 선두주자!”라고 하니 “아저씨는 맞다. 결혼 했으니까”라고 답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호쾌함을 감추지 않는 남자 조진웅이 그 주인공이다. tvN 드라마 ‘시그널’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중인 조진웅이 영화 ‘사냥’으로 관객과 마주한다. 영화 속에서 그는 형사 형제 동근과 명근 역을 통해 1인 2역을 소화했다.
정말 쉴새 없는 행보다. 힘들 법도 했고 본인 역시 힘든 상황을 감추지 않는다. 체력적인 부분을 떠나 여러 캐릭터의 간극을 오고 가는 것이 쉽지 않을 일이다. “너무 힘들다”며 툴툴거리는데 결국 배우이기에 감수해야 하는 일, 그리고 관객을 위해 당연히 해야 하는 과정으로 말한다. 츤데레도 이런 츤데레가 없다.
“힐링포인트? 그런 건 어려운 말이지만 현장에 있을 때 사람들로부터 힘을 받는다”는 조진웅과 제니스뉴스가 만났다. “천상 배우”라는 말로 포장하면 “그런 표현 하지 마세요!”라 한 마디 할 것이 뻔한 그와의 이야기를 이 자리에 전한다. 이름하여 ‘천상 배우 조진웅과 일문일답’이다.

정말 작품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다작할 팔자인 거 같다. 대학 다닐 때도 그랬다. 1학년 때부터 덩치 있고 서울말 쓸 줄 아니까 정말 많이 불려 다녔다. 부산이 배우 인프라가 부족하다 보니 조금만 열심히 해도 다 “잘 한다”고 칭찬해줬다. 그렇게 공연을 계속 해왔던 거 같다.
다작의 비결이 있을까?
비결이랄 건 없지만 재미있는 작업이 많았다. 사실 꼭 그 역할을 내가 해야한다는 생각은 없다. 내가 안 하는 역할도 어떤 배우가 더 어울릴까 생각하고 그걸 극장에서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런데 묘하게 예전에 약속했던 작품이 맞물릴 때가 있다. 예전에 한다고 약속한 건데 지금 와서 안 한다 하면 이상해지니까, 그러면 가야 한다. 그럼 스케줄이 꼬일 때가 있다. 다른 현장에서 저를 기다려줘야 하는 거다. 그게 참 미안하다.
다작도 건강해야 하는 건데? 건강 비결은 술이라 들었다.
평소 약도 잘 안 챙겨 먹는다. 안 좋아한다. 맛 없으니까. 그런데 술은 참 좋다. 안주가 맛있으니까. 술을 마시며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있는 파이팅과 수다를 떠는 게 좋다. 수다라는 게 흘러가는 게 아닌 알고 보면 나 자신에게 하는 이야기다. 그렇게 나를 다잡는다. 그런데 요즘엔 많이 못 먹겠다.
그만큼 ‘시그널’이 힘든 작업이었단 이야기다.
책을 읽으면서도 정말 괴로웠었다. ‘시그널’ 속에는 피해자가 있다. 피해자의 감정이라는 건 당사자가 아니면 누구나 못 느끼는 감정이다. 그 무게를 읊조려야 한다는 게 참 힘든 일이었다. 그 누구도 겪지 말아야 할 감정이었고, 경각심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부분인 건데 그 감정을 끌어오는 작업이었다. 그래서 배우들이 단명 하는 거 같다.
‘시그널’의 이재한에 대해 '재미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맞다. 재미없다. 그는 너무 정의롭고 직선적이다. 배우가 캐릭터를 입고 작업을 할 땐 많은 생각을 한다. 많이 닮아가려고 한다. 지금은 ‘안투라지’를 통해 매니지먼트 대표 역할을 촬영 중인데, 우리 소속사 대표라는 좋은 교보재가 있으니 따라하려고 노력한다. 이재한 때도 마찬가지였다. 최소한 그 친구의 룰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지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재한의 대사를 통해 시청자들, 지금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는 건 존재했다. 어쩌면 그게 나의 원동력이었다. 마냥 재미로만 할 수 있는 캐릭터는 아니었다. 그리고 그런 캐릭터를 한 번 했으니 세상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할 땐 해야 하는 거 같은데, 개인적인 조진웅은 아직 그렇게 못 산다. 하하하.
그만큼 캐릭터에 다가가는 게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예전 ‘명량’을 촬영하면서 최민식 선배에게 배운 게 많았다. 술 마시면서 서로 이야기하는데 ‘타임머신이 있어서 단 1초만 봤으면 좋겠다. 이순신 장군이 서있는 걸 보고 싶다. 그랬으면 원이 없겠다’라며 정말 괴로워하셨다. 그 때 난 ‘난 저런 거 안 해야지. 죽어도 안 해야지’ 생각했다(웃음). 그런 생각을 하던 나였는데 ‘시그널’의 이재한을 만났다.

그럼 ‘사냥’의 작업은 어땠나?
김한민 감독님이 오래 전부터 이번 작업에 대한 기획이 있었다. 우리들끼리는 당위성이 분명해야 했다. 산이라는 공간이 인물에게 던지는 것에 대해 굉장히 골이 깊었다. 사실 책으로만 봤을 땐 답이 나와있는 영화였다. 복잡한 철학 같은 게 없었다. 하지만 산이라는 공간에 들어가니 이 디테일을 많이 표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놓친 부분이 많았다. 우리도 산에 홀린 느낌이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느낌일까?
갑자기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내가 왜 이 산에 있지? 우린 왜 이 산에서 뭘 하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많은 계산을 하고 준비를 해서 왔는데 계획대로 돌아가지 않는 상황도 생겼다. 다들 멍하고 있을 때 제가 이야기를 했다. 접자고, 내려가 한 잔 하자고. 그런 결정은 경험이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니었다. 난관에 봉착했기 때문에 촬영이 안 되는 부분이었다. 차라리 내려가서 으쌰으쌰 하고 다음날 더 열심히 찍는 게 더 나았다.
1인2역은 처음이었는데.
맞다. 처음 해봤다. 그래서 기대도 많았지만 그만큼 아쉬운 것도 많았다. 대본 리딩할 때 정말 웃겼다. 나 혼자서 다 읽어야 하니까 상황이 정말 웃긴다. 손현주 형 표정이 ‘저 바보 같은 놈’ 하는 느낌이었다.
안성기 선생님이 칭찬을 많이 했다. 특히 마지막 수중신에 조진웅 씨가 정말 추웠을 거라고.
안성기 선배님이 제일 대단하시다. 산에서 뛰어다니는데 당연히 힘들다. 근데 힘들다고 말 못하는 게 선배님이 지치지도 않으시고 잘 달리셨다. 사실 수중신이 너무 추웠던 건 맞다. 몸이 안 움직이는 느낌이었다. 근데 영화 보면 그렇게 안 춥게 보여서 짜증이 확 났다. 제작진들에게 ‘차라리 제일 덜 추웠을 때, 제일 먼저 이 장면을 찍으면 얼마나 좋았냐’고 투정도 부렸다. 너무 추워서 난 온 몸을 떠는데 그런 걸 티를 안내는 안성기 선배님의 의지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본인의 체력으로 감당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셨을텐데 전혀 흐트러짐이 없으셨다. ‘내가 저 연배 때 연기를 하면, 물론 그렇지는 않겠지만 만약 그렇다면 저렇게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절로 나온다.
왜? 연기를 오래할 생각이 없는 건가?
(손사래를 치며) 에이, 그때까지 무슨 연기를 해. 미래를 뭔가 정해놓고 살면 재미다. 아마 그때 되면 다른 걸 하든가, 연기를 안 하고 있어도 될 상황일 거다.
혹시 부산의 한 야구팬 정도 하고 있는 거 아닐까?
좋다. 야구팬도 나쁘지 않다. 가끔 야구 해설도 하면 좋겠다. 전문적인 해설까진 모르겠지만 옆에서 편파 방송 정도는 가뿐히 할 수 있다.
그렇게 대단하신 안성기 선배님을 눕혀놓고 발로 밟는다. 죄책감이 실로 엄청났을 거 같다.
죄책감이 없을 리 없었다. 하지만 안성기 선배님이 많이 열어주셨다. 선배님이 아닌 동료 배우로 느끼게 해주셨다. 솔직히 말하면 안성기 선배님을 쓰러뜨린다. 선배님 얼굴이 클로즈되면 난 발로 밟는 거니 발만 나오는데, 차마 못하겠었다. ‘네가 해줘’라 해서 대역하는 무술팀이 대신 해줬다. 그게 더 효과적이고 임팩트도 있을 거다. 선배님은 더 세게 해도 된다는데 차라리 맞는 게 낫다. 진심이다.

한 소속사 식구인 한예리, 권율 씨와 함께 했다.
참 남자만 나오는 영화였다. 남자들 많이 나오는 영화 많이 했는데, 이번에도 그랬다. 여배우가 한 명 있는데 팔푼이로 나왔다. 걘 또 안성기 선배님이랑 딱 같이 있었다. 참 여배우가 있으면 잘 해주고 해야하는데 우리 엽사들이 그런 표현을 못했다. 옆집 처녀 보듯 봤다. 예리 씨가 집중력이 참 좋다. 그런 약간 모자란 역할을 할 땐 여러 준비가 필요한데 그냥 척척 해냈다. 작업환경도 열악했다. 여배우, 그리고 여성 스태프에겐 산이라는 환경이 참 힘들다. 화장실만 해도 그렇다. 여자 스태프들은 거의 먹질 않는다. 화장실 한 번 다녀오면 반 나절이 지나간다. 힘든 촬영에 투정도 부릴만 한데 그런 게 전혀 없고 생글생글 웃었다. 쉽지 않은 일이다.
율이는 말이 필요 없다. 참 친한 동생이고 평상시에도 자주 만난다. 정말 재미있는 재간둥이다. 말도 참 잘하는데, 연기만 잘 하면 좋을 거 같다. 우리가 그런 식으로 놀리고 지낸다. 내가 ‘율아 넌 참 대단해’ 그러면 ‘그렇죠. 알아요’ 한다. 정말 해피 바이러스다. 또 휴머니즘이 있다. 힘들어 하는 스태프가 있으면 정말 가슴 아파한다. 자기가 도와주려 한다. 하지만 그게 진심인지는 모르겠다. 하하. 얼마 전에도 네팔로 봉사활동 간다는데 카메라도 함께 간다고 했다. 그래서 ‘안약 준비했다가 적절할 때 흘려’ 했더니 ‘네. 그럴려고요’ 라더라. 서로 농담한 거지만 그렇게 봉사활동도 많이 하는 친구다. 제가 위로 누님 한 분이 계셔서 그런지 누나가 지긋지긋하다. 형이나 동생이 좋다.

요즘엔 몸매를 항상 슬림하게 유지 중이라 일부러 살을 뺐다기 보다는 다른 때 일부러 찌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아니다. 몸매 유지하느라 원만한 대인 관계 – 술자리- 를 가지지 못한다. 요즘엔 사람들 만나고다닌다고 5kg~7kg 정도 찐 것 같다. 사실 배역의 의상들을 이 몸매에 다 맞춰놔서 이 이상 찌면 옷이 안 맞는다. 배우들이 몸매를 유지하는 거, 특히 잘생긴 배우들이 그렇게 하는데 정말 엄청난 노력을 하는 거다.
맞다. 배우라는 거 쉬운 직업 아니다.
재미있으니까 하는 거다. 재미없으면 연기 그만 해야 한다. 그게 배우들의 숙명이다. 난 연기 작업이 흥미롭고 재미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하겠다는 걸 가늠하진 않는다. 매 작품마다 골이 깊고. 괴로울 때가 많다. 힘들고 잠도 안 오고 죽을 것 같을 때도 있다. 현장에 나가서 캐릭터와 싸우고 있는 게 너무 공포스럽다. ‘사냥’의 카피를 보면 ‘그 산에 오르지 말았어야 했어’라 하는데 나도 그것처럼 ‘배우를 하지 말았어야 했어’ 같다. 하하. 하지만 이미 나와의 약속이니 네가 죽든 내가 죽든 해보는 거다.
예전에 나쁜 생각도 많이 했다. 한강 다리에 차가 막혀서 조금 머물다 보면 ‘여기서 뛰어내려서 죽어도 되나?’라는 생각 같은 것들. 나쁜 생각인 건 아는데 연기라는 게 멀쩡한 사람을 죽이는 연기도 해야하는 거다. 그러다 보면 조울증도 온다. 일반 사람들은 아로마향 같은 힐링 테라피 하면서 스트레스를 날리고는 하는데, 우린 그 안 좋은 감정들을 계속 재생산 한다. 안 힘든 직업이 없다는 것도 안다. 그래서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매 순간 감당하기 버겁다는 생각을 하는 거다. ‘언제 그만두고 싶냐’고 묻는다면 ‘매일 매순간’이지만, 남들과 마찬가지로 그걸 실행할 수는 없다.
와이프가 “당신 옆에 있으면 어쩔 땐 같이 있기 너무 힘들어서 도망갈까? 부산으로 갈까? 라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그런데 왜 안 갔어?”라고 물으면 “당신은 도망갈 곳이 없잖아. 당신은 못 가잖아”란다. 우린 그렇게 지내고 있다.
그래도 힐링 포인트는 있겠지. 그러니까 계속 연기를 하는 거 아닐까?
현장에 가면 우리 편이 있다. 7~80 명에서 많게는 120 명까지 있다. 소위 말하는 우리 팀이다. 다들 집에 가면 귀한 아들 딸이다. 그런데 그 영화 한 커트 만들자고 부모형제 다 팽개치고 와서 작업을 한다. 힐링 포인트라는 말은 어렵게 다가온다. 하지만 현장의 그들이 바로 그 지점인 거 같다. 지금도 빨리 ‘안투라지’ 현장에 가고 싶다.
현장에서 힐링을 느낀다니, 다작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이다. 오래 연기할 수 밖에 없는 팔자고. ‘안투라지’ 현장이 그렇게 재미있나?
재미있다. 굉장히 가지고 놀 수 있는 캐릭터다. 이런 캐릭터를 만난 것도 정말 오랜만이다. 캐릭터가 갓 잡아 올린 고등어 같다. 아주 파닥거리고 그런 느낌이랄까? 사실 대사 중에 우리 대표가 했던 말들도 많이 담겨있다. 대사를 치다 보니 ‘그때 한 이야기가 이런 뜻이었구나’ 하는 중이다. 현장에서 제 위로 최명길 선배님이 계신다. 조선의 국모인데 욕 대사가 있다. 정말 웃긴다. “욕을 해본 적이 없어서 힘들다”고 하시는데 막상 슛 들어가면 너무 잘하신다. 작품에 섹드립도 많고, 정말 재미있게 촬영 중이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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