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EN인터뷰] 여진구라는 청춘이, 청춘에게 바치는 이야기
[ZEN인터뷰] 여진구라는 청춘이, 청춘에게 바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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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최민지 기자] 배우 여진구(18)는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이다. 아직 스무 살이 되지 않은, 청춘을 시작하지 않은, 인생을 100으로 쳤을 때 아직 1/5도 채 되지 않은 지점에 서 있다. 그러나 이미 마음만은 다 컸다. 생각을 열어 입으로 꺼내는 그의 말들이 무척이나 익고, 또 익었다. 그래서일까. 영화 ‘내 심장을 쏴라’(문제용 감독, 주피터필름 제작) 속 여진구는 그저 스물다섯 살의 수명이었다.

여진구는 ‘내 심장을 쏴라’에서 정신병원생활 6년차 모범환자 수명을 연기했다. 수명은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인해 정신병원을 수시로 드나드는 인물. 소심한 성격에 가위공포증까지 있어 늘 정리되어 있지 않은 긴 머리카락을 고수한다. 그러던 그의 삶에 시한폭탄 같은 승민(이민기)이 등장하고, 삶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그리고 여진구의 삶에도 조금의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 “수명, 상대하기 힘들어”

여진구는 수명을 만들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초반에는 많이 헤맸단다. 정유정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해 부담감도 컸을 터. 책 속의 캐릭터에 열광했던 팬들이 있었기에 수명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더욱 쉽지 않았단다. 그러나 여진구는 촬영을 거듭하며 서서히 자신도 몰랐던 모습을 발견했다. 그리고 수명이 세상에 마음을 열어가듯이 그도 수명을 이해하게 됐다.

“처음에는 수명을 제대로 상대하지 않았어요. 연기에 대한 자신감도 부족했죠. ‘이게 맞나?’ 싶었어요. 혼자서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게 낯설어 헤맸던 순간도 있었죠. 그러다 깨닫는 어느 순간이 있었어요. 전 마냥 승민이처럼 마음을 먹고 있는 줄 알았는데 제 안에 수명이 있었던 거예요. 그걸 느끼는 순간 당황도 했지만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그 때 이후로 편안하게 연기를 했죠. 저 자체가 수명과 함께 가고 있었어요. 운명의 장난인가 싶기도 하고. 정말 신기했어요.(웃음)”

여진구가 제일 처음 수명을 만났을 때는 공감조차 가지 않았다. 어려웠다. 그게 다였다. 그러나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던 그 순간, 현장의 감정에 충실해도 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두려워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표현을 했다. 수명이 승민으로 인해 점점 자신을 찾아가는 것처럼, 세상에 맞서는 것처럼 말이다.

“승민이라는 배역은 친근했어요. 저와 닮았거든요. 그래서 매력이 있었죠. 제가 잘 알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수명은 답이 안 나왔어요. ‘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게 가장 큰 끌림이자 어려움이었어요. 왜 이렇게 사는지 모르겠는데 그게 궁금한 거 있잖아요. 관객들도 저와 같은 느낌이셨으면 좋겠어요. 아마 제대로 느끼실 겁니다. 하하.”

◆ “이민기 형, 신기할 정도로 잘 맞아”

여진구와 이민기는 띠동갑이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스물다섯 동갑으로 만났다. 하지만 전혀 나이 차이는 느낄 수 없었단다. 현장은 언제나 즐거웠다. 작은 것 하나에도 웃음이 터졌다. 그렇게 화기애애했다. 처음에는 완전히 달랐던 수명과 승민이 생각의 접점을 찾아내며 점점 친해지는 것처럼 여진구와 이민기도 그렇게 친구가 됐다. 두 사람의 투 샷,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훈훈하지 않은가.

“형이라고 했는데 친구 같았어요. 형은 맞는데 친구 같은 느낌이랄까? (이)민기 형이 평소에는 정말 장난기가 많아요. 가만히 있지를 못해요. 정말 장난을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연기에 있어서는 한 없이 진지해져요. 그런 부분이 좋았어요. 신기할 정도로 잘 맞았죠. 정말 면회를 한 번 가야되는데, 가서 깜짝 이벤트라도 해줘야겠어요.(신남)”

청춘을 앞둔 여진구는 고민이 없었다. 연기 10년 차, 어렸을 때부터 꿈꿨던 연기를 꾸준히 해오고 있어서 무척이나 행복하단다. 수능을 앞둔 수험생의 초조함 보다는 그저 순간을 즐기려 하는 모습이 참 예뻤다. 어른이 된다는 기대감, 그래서 더욱 10대를 알차게 보내고 싶은 마음. 이미 여진구의 마음은 푸르른 청춘이었다.

“20대 분들이 영화에서처럼 정신병원에 갇혀 있는 건 아니지만 수많은 틀에 막혀 있잖아요. 제 친구들만 봐도 무표정한 친구들이 많아요. 이게 과연 19세의 표정이 맞나 싶을 정도로요. 감정적으로 질풍노도의 시기인데 아무런 표정이 없다는 게 참 안타까웠어요. 잊고 있었던 꿈, 희망. 그런 것들을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어요. 현실은 바뀌지 않겠지만 가끔은 상상을 하며 웃을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시는 건 어떨까요?”

 

사진=서예진 기자 syj@zenith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