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MBC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으로 메가 히트를 기록했다. 그게 벌써 2007년 일이니 9년 전 일이다. 그렇게 공유는 슈퍼스타가 됐다. 하지만 이듬해 1월 스타덤을 뒤로 하고 바로 현역으로 군입대를 했다. 그 과정을 오히려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고 연기의 자양분으로 이야기 했던 공유다.
하지만 전역 이후 공유의 행보는 그리 빠르지 않았다. 1년에 작품 , 신중한 발걸음을 했다. '김종욱찾기'(2010)로 로코의 역량을 다시 한 번 어필했고, '도가니'(2011)를 통해 악에 침묵했던 사회에 깊은 울림을 알렸다. 2013년엔 '용의자'로 액션에 도전했다. 공유를 기다렸던 팬들에겐 애타는 행보였다. 심지어 2014년과 2015년을 통째로 비우기도 했다.
2016년 공유가 돌아왔다. 비워뒀던 시간은 촬영에 매진했던 시간이었다. 올해 초 '남과 여'를 통해 전도연과 뜨거운 사랑으로 숨을 막히게 했고, 이젠 관객들을 '부산행' KTX에 태웠다. 그것도 좀비들이 가득한 열차 안에, 국내 관객 뿐만 아닌 칸에 모인 영화인들까지도 모조라 탑승시켰다.
출발 전부터 기대를 모았던 '부산행' KTX의 속도는 가열찼다. 개봉 전부터 천만 영화의 기대를 모았고, 실제로 그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커피프린스' 그리고 커피 CF 이후 히트작에 목말랐을 공유. 그럼에도 차곡차곡 자신의 필모를 쌓아온 공유는 그렇게 천만 배우가 되어가고 있었다. 제니스뉴스와 공유가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나눈 이야기를 이 자리에 전한다.
칸 국제 영화제부터 엄청난 관심이 있었다. 흥행에 대한 기대가 있었나?
높은 관심에 무섭기도 했다. 하지만 흥행에 대한 기대는 없었다. 그저 칸 자체가 제겐 신기한 일이었다. 칸에서 호응이 좋았다 해서 한국에서 이어질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정서가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 비경쟁이었기 때문에 보는 사람들도 즐기고자 하는 마음이 더 많았다.
칸의 반응이 국내와 다르긴 했을 거다.
칸의 경우 장르적인 부분에 기대서 영화를 즐긴 거 같았다. 관객들이 한국 사회에 살지 않기 때문에 메시지를 담아도 정서적인 공감이 적었을 거다. 미드나잇 스크리닝이기도 했으니 동적인 부분에 열광했다.
결국 좀비들의 영화다. 기억에 남는 좀비가 있다면?
초반에 나와서 관객들의 몰입을 도운 몇몇들이 큰 역할을 했다. 첫 좀비였던 심은경 씨도 큰일을 했고, 승무원 좀비(우도임 분)도 그랬다. 참 잘 해주셨다. 열심히 훈련도 했지만 본인들의 끼도 너무 잘 보여준 것 같다. 초반에 보여줬던 좀비 비주얼의 힘이 관객들이 영화에 몰입하는 물길을 터줬다. 너무 고맙다. 심은경 씨 같은 경우는 특별 출연인데도 불구하고 연습할 때부터 너무 열심히 해줬다. 그 연습 영상을 보면서 배우들도 ‘너무 대단하다’고 칭찬했다. 본인이 좀비 연기를 한다는 걸 너무 신나하면서 찍었다고 들었다.
좀비 동작을 따라 해본 적은 있나?
현장에선 저희들과 함께 있다 보니까 저희끼린 장난으로 해봤다. 상당히 어려웠다. 난이도 있는 움직임은 비보이 출신의 안무가가 해줬다. 유연성이 없으면 못할 좀비 캐릭터를 여러 번 해주셨다. 예를 들어 몸을 꺾어서 주인공에게 부딪치는 좀비 역할이 있었는데, 유연성이 있는 비보이 분이 도와주셨다. 저희 영화는 돈으로 할 수 없는 부분을 아날로그스런 개인의 역량으로 해결한 것 같다.
액션신이 많았다. 특히 좁은 공간에서 일어나는 액션이었다.
좀비분들이 눈도 안 보이는 상태에서 서로 뒤 섞여 있는데 그 분들 앞에서 힘들었다 이야기하기 민망하다. '용의자' 때 이미 액션은 많이 경험했었지만 그 때도 좁은 공간에서 합 같은 것이 힘들긴 했다. 그런데 이번엔 제가 때려야 하는 좀비들이 끊임없이 움직였다. 생각지도 못한 복병이었다.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몰랐다. 하지만 액션에서 만큼은 저보다도 마동석 씨가 전문적인 기술이 많았다. 역할상 합도 많아 잔부상이 많았다. 힘들어도 힘들다 말할 수 없는 현장이었다.
영화가 공개된 후 신파 코드를 꼬집는 평도 있었다. 하지만 재난 영화에 신파가 빠진 영화도 드물다.
저희도 찍으면서 신파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 나온 영화는 처음 시나리오 다이어트가 많이 됐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마지막 씬 뿐만 아니라 기존에 더 신파적인 장면들이 많았다. 연기하는 입장에서 오글거리고 사족이라는 부분을 정말 많이 쳐냈다. 지금에 결과에 대해선 적절했던 수위라고 생각한다. 보편적인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지점 같다. 나이를 먹으면서 모든 사람들이 만족할만한 상업영화를 만들 수는 없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어느 정도 수위가 있었길래 오글거렸을까.
예를 들면 촬영 전부터 감독님한테 "상황 설명이 다 되는데 석우가 굳이 구구절절하게 말을 많이 할 필요가 있나"라는 질문을 하곤 했다. 배우가 연기에 따라 결정나는 거겠지만 대사가 한 마디 더 들어가면 누군가에겐 친절이, 누군가에겐 설명의 과잉이 되는 그런 지점이 많았다. 촬영에 들어가니 같은 생각을 하는 다른 배우들도 많았다. 그런 부분에서 마동석 씨한테 고마웠다. 오글거리는 상황을 위트로 비틀어서 관객들이 담백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게 한다.정말 대단한 장점이다. 그런 게 바로 배우의 힘이다. 마동석 씨가 고민을 많이 한 부분이고 그렇게 우리 영화는 다이어트를 했다.
'남과 여'(2015)에 이어 이번 영화에서도 아버지를 연기했다.
총각인데 부성애를 연기하고 유부남 역할을 맡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부담스러울 일은 아니다. 연기자로서 당연한 일이다. 물론 제가 아이가 없으니 부성애를 표현하는데 있어 스스로 부족함을 느꼈다. 상상력엔 한계가 있다. 그 한계와 기존에 제가 쌓아왔던 이미지까지 뛰어 넘고자 하는 부담감이 있었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제 발전의 연장선이라고 보고 싶다.
막연하게 이런 아버지가 되고 싶다는 '워너비 아버지' 상이 있을까?
전 어리고 철없을 땐 결혼을 일찍 하고 싶었다. 나이 차이가 얼마 안 나는 젊은 아버지 , 세련된 아버지, 한 팔에 안았을 때의 보여지는 그림이 세대차이가 크지 않은 아버지. 그런 판타지가 있었다. 하지만 이미 실패했다. 하하하. 그런 막연한 생각들이 '부산행'을 찍으면서 달라지고 현실적으로 변했다. 결혼이나 육아에 대해 '두렵다'는 생각이 막연히 들었다. 석우를 연기하고 영화에 몰입하니 '난 내 아이에게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됐다. 영화가 가지고 있는 메시지의 연장선이다. '과연 내가 이 아이에게 세상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해줄 건가. 내가 석우의 상황이 된다면 내가 내 아이에게 옳고 그름의 기준을 어떻게 제시해야 할까?'를 고민하는 작업이었다. 내 아이, 예전엔 판타지였다면 지금은 두려움이 먼저 다가오는 것 같다.
영화 초반 석우는 수안이에게 개인주의? 즉 남보다는 자신을 먼저 챙기라는 걸 이야기한다. 개인적인 입장에선 어떠했을까?
저는 석우처럼 이야기할 거 같다. 너무 이해가 됐다. 그러니까 연기할 수 있었다. 마동석 씨가 달려오고 그걸 막고자 문을 닫는 장면도 내 뒤에 있는 수많은 군중심리가 함께 작용했을 거다. 충분히 그 문을 닫을 수 있다고 공감했다. 하지만 영화 후반 다수와 소수가 대결할 때 소수가 무참히 짓밟힌다. 그 상황에선 다수의 입장, 용석(김의성 분)처럼은 안 할 거 같다. (웃음)제가 무려 네 칸을 넘어갔었다. 저는 딱 그저 그 정도의 사람인 것 같다.
그럼에도 '용석' 같은 악역은 잘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더 잘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그냥 호기롭게 이야기한 거다. 김의성 씨는 정말 좋아하는 선배이다. '용의자'에서도 짧게나마 호흡 했다. 우리 영화에서 가장 현실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캐릭터가 석우랑 용석이라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좋았다. 사실 초반에 김의성이라는 배우가 가진 감성을 봤을 때 감독의 디렉션과 부딪힘이 있을 것 같았다. 실제로 그랬다 했다. 김의성 씨는 시간이 지날수록 복잡한 결의 캐릭터를 연기 하고 싶었는데, 감독님이 주문했던 건 1차원 적인 단순한 악역의 전형이었다. 처음엔 어려웠지만 내려놓으니 갈수록 재미있고 통쾌함이 있었다 했다. 그런 지점이 궁금했다. 그래서 용석이라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악역을 안 해봐서 더 그럴 거다.
맞다. 해보고 싶다. 뭔가 복잡한 결을 가진 악역도 있지만 용석처럼 평면적이지만 영화 속에서 큰 기능을 하는 캐릭터도 재미있을 것 같다. 원래는 전자에 힘을 뒀었는데, 작품에 대한 신뢰도가 있다면 평면적인 악역도 괜찮을 것 같다. 감독님에 대한 작품에 대한 신뢰가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밀정'을 함께하신 김지운 감독님이 참 말이 없으시다. 그런데 제가 송강호 선배랑 대치되는 중요한 신을 찍고 나니 '너 악역해도 좋겠다'고 하셨다. 물론 왜 그런 말을 하셨는지는 아직 모르겠다.(웃음)
사진=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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