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오만석 ② "팔방미인? 얇게 고만고만 할 뿐, 특출난 게 없어요"
[Z인터뷰] 오만석 ② "팔방미인? 얇게 고만고만 할 뿐, 특출난 게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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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안하나 기자] 영화, 뮤지컬, 연극, 드라마, 예능까지 배우 오만석의 필모그래피는 한 장르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 오히려 몸이 10개라도 부족할 만큼 다양한 장르에서 강행군을 소화해 내고 있다.

최근에는 연극 ‘트루웨스트’, 뮤지컬 ‘그날들’ 무대에 올라 관객들과 호흡하고 있다. 그런 그가 무려 5년 만에 영화 ‘올레’로 스크린에 복귀했다. ‘올레’에서는 무대 위에서 선보인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과 달리 허당 매력을 발산하는 방송국 간판 아나운서 은동으로 분했다.

인터뷰 차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오만석은 환한 미소로 기자를 마주했다. “너무 피곤해 보인다. 괜찮나”라고 묻자 “괜찮습니다. 오히려 ‘소’만석으로 일하는 요즘이 좋습니다”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특히 그는 한동안 뮤지컬과 연극 무대 위에서만 있어 스크린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던 찰나에 ‘올레’를 만나게 됐고 물 만난 고기처럼 하고 싶은 연기를 원없이 쏟아냈다고 밝혔다.

▶1편에 이어

오만석이라는 배우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분야에 상관없이 꾸준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조금은 내려놓고 쉬고 싶을 법한데.

요즘 그런 생각을 종종 하곤 해요. 가끔 ‘다 내려놓고 훌쩍 떠나도 괜찮을까?’라는 생각들이요. 물론 생각일 뿐이지 만요. 그러던 찰나에 영화 ‘올레’ 덕분에 제주도에서 3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쉴 수 있어서 좋았어요. 제주도에 지인들이 거주해서 살고 있어요. 촬영이 없는 날 종종 만났는데 너무 좋아 보이더라고요.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저도 내려가서 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어요. 혹시나 해서 집을 알아봤는데 너무 비싸서... 금방 마음 접었어요. (미소)

원래 꿈이 배우였나? 아니면 뮤지컬 배우?

사실 운동 선수를 하고 싶었어요. 어렸을 때는 운동을 너무 좋아해 야구선수나 축구선수를 하고 싶었어요. 허나 부모님의 반대가 심해서 금방 마음을 접었어요.

배우의 길은 어떻게 걷게 됐나? 특별한 동기가 있었는지 궁금한데.

고등학교 때 연극반에 들어가게 된 후부터 연기에 대해 취미를 갖기 시작한 거 같아요. 연극반에서 연기할 때마다 선생님에게 칭찬을 받고 자연스럽게 칭찬을 받으니 더 열심히 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이 길이 내 길이다’라는 생각이 들어 열심히 하게 됐죠.

늘 칭찬을 받았으면 배우의 길이 탄탄대로였을 것 같은데?

솔직히 고등학교 때까지는 제가 제일 연기를 잘하는 줄 알았어요. 그러다 보니 자신감이 넘쳤죠. 대학교도 좋은 성적으로 입학했어요. 하지만 제 오만한 생각이 저를 좌절감에 시달리게 했어요. 대학교에 함께 입학한 친구들이 너무나 잘하더라고요. 자연스럽게 저는 대학교 1학년을 방황하다가 그냥 시간을 흘려보냈어요. 바보 같았죠. 그러다 2학년 2학기 연말평가 때 연기평가에서 D학점을 맞았어요. 이후 좌절에 빠졌고 영장이 나왔죠. 영장이 나오자마자 고민 없이 바로 군대에 들어갔어요.

방황했던 시기에 군대에 가서 더 힘들었을 것 같다. 군대는 오만석 인생에 어떻게 작용했나.

오히려 군대가 제 연기 인생의 전환점이 됐어요. 군대에서 안 읽던 책도 열심히 읽었고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됐죠. 전역 후에는 정말 ‘10년만 열심히 연기 해보자. 이후 아니면 그때 그만두자’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했어요. 그 결과 전역 후 딱 10년 뒤에 뮤지컬 ‘헤드윅’으로 남우주연상을 받았어요. 그 순간 연기를 계속해도 되겠다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하고 있어요. (미소)

오만석만의 연기관이 있을까?

아니요. 저는 대본에 충실해요. 특별하게 연기관이 있기보다는 작가 선생님이 써준 지문 그대로 표현하려고 노력하는 스타일이에요. 오히려 ‘이 대사가 왜 지금 쓰였지?’라는 의문을 갖고 해답을 찾아가는 것이 재미있어요. 그러다 의도를 찾으면 속으로 유레카를 외쳐요.

드라마와 영화 보다는 무대에 더 많이 선다는 느낌이 강하다.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비교적 긴 드라마를 하고 나면 공연과 연극을 한편은 꼭 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그러다 공연을 오래 하면 드라마나 영화를 해야겠다고 생각하죠. 최근에는 연극과 뮤지컬 무대에 많이 서긴 했으나 의도했던 것은 아니에요. 중간에 드라마 출연을 하려고 했는데 공연과 맞물리는 바람에... 그래도 후회는 없어요. 조만간 또 좋은 작품으로 찾아뵈면 되니깐요.

오만석을 떠올리면 연극, 뮤지컬, 노래, 연기 등 다방면에서 뛰어난 실력을 뽐내는 배우라는 생각이 강하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한데.

아니에요. 저 정말 얇게 고만고만해요. 결정적으로 특출나게 잘하지 못해요. 하하하.

앞으로 오만석이 펼칠 배우로서의 모습이 기대된다. 끝으로 2016년 하반기 계획에 대해 언급해 달라.

뮤지컬 ‘그날들’에 집중할 예정이고요, 끝나면 일부러라도 스케줄 덜 잡으려고 생각 중이에요. ‘그날들’ 끝나면 조금 쉬려고요. 그전까지는 열심히 해야겠죠? 공연 많이 보러와 주시고 영화 ‘올레’도 많이 사랑해 주세요.

한편 오만석 주연의 ‘올레’는 퇴직 위기에 놓인 대기업 과장 중필(신하균 분), 13년째 사법고시 패스 임박 수탁(박희순 분) 그리고 겉만 멀쩡한 방송국 메인 앵커 은동(오만석 분), 인생에 쉼표가 필요한 때, 제주도에서 펼쳐지는 세 남자의 뜻밖의 일탈을 그린 작품이다.

 

사진=하윤서 기자 hay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