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리뷰] '뷰티풀한' 연출과 배우가 공존하는 창작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
[Z리뷰] '뷰티풀한' 연출과 배우가 공존하는 창작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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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여지윤 기자] 무용과 넘버, 연기의 삼박자가 잘 맞아 떨어진다. 무대 위 주연 배우들은 힘을 모아 개성 넘치는 칼군무를 보여주며 앙상블을 이룬다.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가 지난 3일 정식 개막했다. 이번 작품은 '인 더 하이츠',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등 다양한 작품들을 만든 이지나 연출이 직접 가사를 썼다.

여기에 '레베카', '황태자 루돌프', '레미제라블' 등 대형 뮤지컬 넘버들을 탄생시킨 김문정 음악감독이 투입됐다. 이 둘의 조합과 함께 김준수, 박은태, 최재웅 등 쟁쟁한 배우들이 작품에 캐스팅 되면서 제작 단계부터 기대를 모았다.

‘도리안 그레이’의 원작 소설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은 도리안, 헨리, 그리고 배질을 통해 심미주의와 쾌락주의, 그리고 영원한 아름다움에 대한 철학을 담은 작품이다. 다소 무거운 주제를 뮤지컬 무대로 어떻게 풀어낼 지가 관건이었다.

이에 이지나 연출은 색다른 도전을 감행했다. 국내 뮤지컬 최초로 체코 로케이션으로 진행된 실사 영상을 배경으로 연출했다. 이는 주인공들이 내면의 갈등을 겪을 때 다양한 방향에서 캐릭터를 비추며 배경과 무대, 그리고 배우의 동선을 유기적으로 엮어냈다. 관객들이 '도리안 그레이'가 던지는 철학적 고뇌에 공감하는 순간이다.

또한 극이 진행될 때마다 원작가 오스카 와일드가 즐겨 들었다던 쇼팽 음악을 곳곳에 배치했다. 철학적 주제가 리듬을 타면서 지루함에서 벗어날 때, 이지나 연출과 김문적 음악감독의 선택이 신의 한 수로 빛난다.

하지만 아쉬움도 있다. 원작의 방대함이 결국 발목을 잡는다. 도리안과 시빌이 왜 사랑에 빠졌는지, 도리안의 영혼이 왜 초상화에 갇히게 됐는지 등 관객의 이해를 도울 설명이 부족하다. 제한된 러닝타임, '도리안 그레이'가 창작극으로서 롱런하기 위해 풀어야할 숙제다.

'도리안 그레이'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라인업이다. '데스노트', '디셈버' 등 매 작품마다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6년째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김준수가 '도리안'으로 중심에 섰다.

김준수는 '도리안 그레이'의 명과 암을 정확히 표현했다. 순수한 '아도니스'는 물론 타락한 '루시퍼'까지 능수능란하게 연기한다. 변화의 과도기가 없기에 더욱 극명했어야 했던 이미지의 대립을 훌륭히 해냈다. 이미지 변신에 특화된 아이돌 출신이라는 게 오히려 그의 매력을 돋보이게 만들었다. 또한 특유의 목소리는 타이틀 넘버와 절묘하게 잘 이루어져 극의 완성도를 높인다. 

박은태는 "절대 악역이 아니다"라고 주장하지만, 극 중 도리안을 쾌락주의로 이끄는 장본인 헨리 역을 맡았다. 특히 대부분의 작품에선 자신의 특기인 고음을 강조했었다면, 이번 작품에선 저음이 강조된 넘버들을 선보이며 극에 새로운 느낌을 불어 넣는다.

헨리와 정반대로 '착한 성격'의 배질 역을 맡은 최재웅은 극 중 도리안을 향한 '순애보적 사랑'을 그대로 보여주며 극의 짜임새를 탄탄하게 만든다. 또한 높은 경쟁률을 뚫고 '도리안 그레이'의 첫사랑 시빌 역을 맡게 된 홍서영은 신예 답지 않은 탄탄한 연기력을 자랑한다. 

기존 뮤지컬에선 볼 수 없었던 신선한 무대 연출과 스타성을 지닌 배우들이 절묘하게 결합돼 색다른 작품이 탄생했다. 이번 초연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뻗어 나갈 수 있는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는 10월 29일까지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된다.

 

사진=씨제스컬쳐, 하윤서 기자 hay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