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2015년 개봉했던 영화 ‘소셜포비아’는 작품 자체로도 웰메이드 호평을 받았지만 우리나라 영화계에 또 다른 선물을 안겼다. 바로 변요한, 류준열, 이주승이라는 배우 3인방이다. 그간 크고 작은 독립 영화에서 맹활약을 펼친 세 배우는 ‘소셜포비아’를 통해 재능을 만개했다. 그리고 영화, 드라마, 뮤지컬에서 팔방미인으로 활약 중이다.
그 중 한 명인 이주승이 영화 ‘대결’로 관객과 마주한다. 첫 상업영화 주연작이다. 영화 ‘대결’은 현실 속의 싸움을 통해 피해자가 된 형의 복수를 꿈꾸는 취준생 ‘풍호’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시놉시스만 보면 강렬한 복수가 엿보이는 액션 활극 같지만 ‘대결’은 영화 전체에 큰 웃음을 띄고 있다. 그리고 그 웃음 속에 피어나는 향내는 바로 술 냄새다.
다소 엉뚱한 답이지만 그런 영화를 가지고 돌아온 이주승과 제니스뉴스가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소셜포비아’와 ‘대결’은 장르적으로 상당히 거리가 있는 작품이라 선택의 계기부터 물었다. 영화 ‘대결’ 속에 진동하는 술 냄새의 이유, 바로 '취권'이었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느낌은 ‘조금 이상한 영화’였어요. 하지만 “책을 덮을 땐 ‘재미있는 청춘 영화, 속 시원한 사이다 영화’ 같았죠. 하지만 제가 선택했던 지점은 액션영화라는 것, 그리고 취권을 그린다는 거였어요. 취권과 현대 액션의 조화가 어떨지 상상이 안 됐지만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취권이라는 무술 자체가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부드러움으로 강함을 다스리는 느낌이에요”
다소 왜소한 외형으로 보이지만 이주승은 실제 태권도 4단의 유단자다. “학창 시절 싸움 좀 했냐”는 질문에 “싸움 잘 안 했어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다소 예상했던 답변. 하지만 “그래도 제게 먼저 시비를 걸면 싸우긴 했어요. 다행히도 저랑 동등한 애들과 싸웠을 땐 거의 지진 않았던 것 같아요”라는 말이 덧붙었다. 액션 배우가 될 자질이 충분했던 이주승이다.

그런 이주승이 자신의 첫 액션영화를 위해 배운 권법이 바로 취권이다. 일주일에 네 번 액션스쿨에 나갔고 이틀을 꼬박 취권에 할애했다. 액션스쿨엔 여러 팀이 있었고 주변에선 멋진 권법이 난무했지만 이주승에겐 그저 취권이 최고의 무술이었다.
“취권은 지금도 어느 정도 할 수 있어요. 취권의 매력은 리듬과 템포 같아요. 흐느적거리다가 한 번에 강렬한 파워를 날리는 게 매력이에요. 다른 무술에 절도가 있다면 취권엔 릴렉스와 텐션을 반복하는 동작이 매력 있어요. 전 제가 고무로 만들어진 인간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어요. 탄성과 스냅으로 근육질의 남자와 동등한 파워를 내는 사람처럼 움직였죠”
하지만 생애 첫 액션영화를 소화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었다. 액션을 배울 때 다치지 않으려면 정말 다리가 풀릴 정도로 체력단련을 행해야 한다. 함께 연기한 오지호의 경우 “그게 싫어서 액션스쿨에 안 갔다”고 너스레를 전할 정도. 이주승 또한 “토하고 올 정도로 힘들었다”고 하소연했다. 덕분에 긁힌 것 외에 별다른 부상은 없었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말미를 장식하는 클럽 격투신은 “UFC에서 3 라운드가면 사람들이 왜 느려지고 집에 가고 싶어 하는 표정을 짓는지 공감이 갔다”고 말했다.
영화 ‘대결’은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는 영화다. 특히 각 무술을 선보일 때 동작의 이름을 크게 외치는 것은 남자라면 누구나 어렸을 때 열광했던 대목이다. 이번 작품에선 ‘취팔선’이라 이름 붙은 8명의 취권 선인들을 소개하며 그들의 무술을 실전에서 행한다. 그 중 가장 인상 깊은 기술은 바로 ‘하선고’라는 여자 신선의 기술이다.
“‘취팔선’은 참 재미있는 소재 같아요. 문제의 하선고 동작은 제 애드리브이기도 한데 대본엔 ‘사타구니에 손이 스치면 소름끼쳐 한다’로 나와 있었어요. 하지만 제가 직접 팍! 때리는 게 더 임팩트 있을 거라 생각해서 그렇게 했어요”

‘대결’은 이주승의 첫 상업영화 주연작이다. 부담도 많았을 터다. 그런 이주승을 밀고 당겨준 것은 바로 신동엽 감독과 선배 신정근, 그리고 오지호였다. 혼자 해내야 한다는 부담이 가슴을 답답하게 할 때 의지할 구석이 돼줬다. 담당도 달랐다. 코미디는 신정근이, 액션은 오지호가 큰 힘이 됐다. 신동엽 감독은 긴장했을 주연배우를 최대한 편안하게 대해줬다. 또한 홍일점 손은서와 이정진도 이주승의 주연 데뷔를 거들었다.
“감독님은 정말 편했어요. 뭔가 가벼운 느낌이라 좋았죠. 우리 시나리오에 딱 맞는 감독님이라 생각했어요. 의미 부여보다는 큰 목표를 가지고 나머지는 즐기면서 찍는 감독님이었어요. 사실 만화 같은 시나리오라 제 스타일의 연기는 안 맞을 것 같았는데 제 연기를 해달라고 해줬어요. 캐스팅 이유도 전작들 때문이라고 하셨고요.
오지호 선배님은 그간 액션을 많이 하셨으니 제가 많이 의지했어요. 많이 알려주셨죠. 합이 잘 맞았다기 보다는 제가 거의 배우면서 찍은 셈이에요. 그런데 오지호 선배님은 아이 때문에 술을 안 드셨어요. 신정근 선배님이 스태프와 어울려서 술을 많이 드셨죠.
이정진 선배님은 그렇게 많이 부딪히지 않았지만 편하게 해주셔서 형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잔소리는 별로 없으시더라고요. 끝나고 ‘저에게 관심 없냐’고 물었더니 자신은 특별출연이니 피해가 될까봐 일부러 말을 안 했다고, 믿었다고 하셨어요.
손은서 누나는... 제가 사실 여배우에게 잘 못 다가가요. 다가가면 괜히 찝쩍대는 것 같을까 봐요. 그래서 촬영이 힘든 편인데 누나는 편하게 먼저 다가와주셨어요. 참 고맙죠”
사진=하윤서 기자 hays@
저작권자 © 제니스글로벌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