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2015년 개봉했던 영화 ‘소셜포비아’는 작품 자체로도 웰메이드 호평을 받았지만 우리나라 영화계에 또 다른 선물을 안겼다. 바로 변요한, 류준열, 이주승이라는 배우 3인방이다. 그간 크고 작은 독립 영화에서 맹활약을 펼친 세 배우는 ‘소셜포비아’를 통해 재능을 만개했다. 그리고 영화, 드라마, 뮤지컬에서 팔방미인으로 활약 중이다.
그 중 한 명인 이주승이 영화 ‘대결’로 관객과 마주한다. 첫 상업영화 주연작이다. 영화 ‘대결’은 현실 속의 싸움을 통해 피해자가 된 형의 복수를 꿈꾸는 취준생 ‘풍호’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시놉시스만 보면 강렬한 복수가 엿보이는 액션 활극 같지만 ‘대결’은 영화 전체에 큰 웃음을 띄고 있다. 그리고 그 웃음 속에 피어나는 향내는 바로 술 냄새다.
다소 엉뚱한 답이지만 그런 영화를 가지고 돌아온 이주승과 제니스뉴스가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소셜포비아’와 ‘대결’은 장르적으로 상당히 거리가 있는 작품이라 선택의 계기부터 물었다. 영화 ‘대결’ 속에 진동하는 술 냄새의 이유, 바로 '취권'이었다.
취권이 영화의 큰 줄기이기에 그를 받치고 있는 뿌리가 있었다. 바로 술이다. 영화 ‘대결’ 속엔 정말 다양한 종류의 술이 나온다. 소주, 맥주, 막걸리, 양주 등 주종을 가리지 않는다. 부러움을 반만 섞어 물었다. “정말 술이 끊이지 않는 현장이었을 것 같다”고.
맞아요. 현장에 술이 끊일 일이 없었어요. 신기한 게 모든 스태프가 술을 좋아했어요. 체력이 방전된 상태에서 술을 마시고 다음날 멀쩡히 일하고 있어요. 술 협찬도 몇 박스 오면 고깃집 빌려서 술을 마시고 몇 시간이면 다 없어져요.
영화 들어가기 전에 회식을 했는데 다들 정말 죽을 듯이 마시는 거예요. ‘과연 저런 사람들이 일을 잘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다들 즐기면서 하시고 체력도 좋으시더라고요. 취권에 딱 맞는 거 같아요”
술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으니 이주승의 주량도 궁금했다. 영화 속의 풍호는 술을 한 모금만 마시면 바로 기절을 하는 스타일. 허나 맹훈련을 통해 막걸리에 밥을 말아 먹는 수준까지 발전한다.
“막걸리에 밥 말아 먹는 장면은 사실 막걸리가 아니라 두유였어요. 그게 참... 두유인데도 그 맛이 정말 역겨웠어요. 제 주량은 한 병 반? 두 병 정도 마시죠. 저도 풍호랑 비슷한 게 있어요. 저도 예전에는 한 잔 마시면 기절하는 스타일이었거든요. 그런데 확실히 술을 마셔 버릇하니 늘더라고요”

술도 자주 마시면 주량이 늘어가는데, 자신의 본업인 연기는 안 그랬을까. 2007년 데뷔 이후 인상적인 필모그래피를 만들어 가고 있는 이주승이다. 본인은 “운이 좋았다”고 말하더니 ‘너무나도 겸손함’을 지적할까봐 미리 선을 긋는다.
“작품이 두 개가 들어오면 둘 중 하나만 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전 한 작품이 끝날 때 쯤 다른 한 작품이 찾아왔어요. 운이 좋은 거죠. 덕분에 군대 빼고는 쉰 적이 없어요. 열심히 살았다는 생각도 많이 하고, 뿌듯해요”
끊임없이 일을 하는 게 운이 좋다니, 때론 쉬고 싶지 않았을까? 하지만 이주승이 말하는 자신의 20대를 보내는 방법은 달랐다. ‘다양한 역할을 많이 해서 많은 실패를 하자’는 생각이었다. “어울리는 옷을 최대한 많이 입어보고 그에 따른 실패가 용서되는 때가 20대”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사연 깊고 우울한 옷을 입어왔다면 이번 작품으로 성격을 드러내고 속이 보이는 투명한 옷을 입었다. 하지만 아직도 입고 싶은 옷이 많아보였다. 그 중 하나가 사극이었다.
‘소셜포비아’에 함께 나왔던 배우들이 전부 잘 나가고 있기에 더 욕심나는 구석도 있을 법 했다. 시기나 질투가 아닌 선의의 경쟁이다. 여전히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는 변요한과 류준열이었다.
“이번 영화로 ‘축하한다’고 연락 왔고요. 저도 형들 작품에 축하 전화를 하기도 했고요. 시사회도 와줬고, 정말 많이 힘을 줘요. 준열이 형은 버스에 ‘대결’ 홍보사진 있으면 사진으로 찍어서 보내주기도 했어요. ‘소셜포비아’는 정이 쌓일 수밖에 없는 작품이었어요. 오래 준비했고 오래 찍었고요. 그 작품이 잘 돼서 관객이 많이 모였고요. 왜 사람이 뜨고 나면 변한다잖아요. 하지만 변하지 않고 열심히 사는 형들이라 많이 자극이 되는 것 같아요”
끝으로 “요즘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냐”고 물었다. 인기 드라마 ‘프로듀사’까지 출연했으니 알아보는 사람이 상당할 터였다.
“요즘도 이용해요. 사실 사람들이 절 알아봐도 선뜻 말을 안 걸던데요? '이주승 아냐?'라는 대화 내용이 들리긴 하는데 그게 불편하진 않은 것 같아요. 다만 고등학생들 만나면 난감해요. 그들은 소리를 질러요. 지하철에서 ‘이주승 맞죠’라며 소리치면 다 쳐다보니깐 그때는 참...”
이 어찌 매력적인 배우가 아닐 수 있을까? 그의 앞날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사진=하윤서 기자 h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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