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걷기왕' 심은경 ② "'밀정'에 이병헌 있다면, 우린 안재홍"
[Z인터뷰] '걷기왕' 심은경 ② "'밀정'에 이병헌 있다면, 우린 안재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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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올해 천만 관객 영화 ‘부산행’의 시작을 알렸던 좀비를 기억할 것이다. 기차에 올라타 많은 사람들이 전염되는 시발점을 안겼던 좀비, 바로 심은경이었다. 정말 가열하게 달려 사람들을 물어뜯던 광경이 아직 눈에 선한데 이번엔 그 템포를 죽여도 너무 죽였다. 영화 제목부터 ‘걷기왕’이다.

심은경이 ‘걷기왕’에서 연기한 ‘만복이’는 KTX에 올라타는 건 꿈도 못 꿀 여고생이다. 선천적인 멀미 증후군이기에 무얼 탄다는 것 자체가 무리다. 하여 인생의 목표도, 꿈도 없는 지루한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경보를 하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희망을 찾는다. 그 희망의 끝이 1등이던 꼴등이던 중요치 않다. 걷는 동안 그는 분명 ‘걷기왕’이다.

시원한 바람이 부는 가을날,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심은경과 제니스뉴스가 만났다. 아역으로 데뷔해 흥행 배우로 자리매김한 심은경 역시 어쩌면 자기 꿈을 이루기 위해 오랜 시간 노력해온 소녀다. 그래서 고민도 많았을 것이고 힘에 부친 시간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걷기왕’은 심은경의 인생 영화처럼 느껴진다. 공감도 많이 됐고 힐링도 많이 받았다고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시간이었다.

▶ 1편에서 이어

평소에 쉴 때 뭘 하나?
산책하는 걸 좋아해요. 친구들과 노래방도 가고요. 카페에서 혼자 멍 때리고 오는 것도 좋아해요. 아무것도 안 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것 자체로도 행복이에요. 중학교 때부터 함께 한 10년 지기가 있어요. 같은 동네에 사는데, “친구가 걔 밖에 없니?”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친해요. 서로 말을 하지 않아도 잘 안다고 해야 하나? 만나서 특별한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같이 멍 때려요. 그런 게 참 편해요. 그래서 더 제 친구 같고요. 우울할 때 티를 내며 걱정해 주는 친구가 아닌 가만히 내버려 둬 주는 친구, 그게 더 챙겨준다는 느낌이에요. 서로가 서로에게 “고맙다”는 이야기를 한 적은 없지만 친구라고 말할 수 있는, 주위에 저를 위해주는 사람이 많다는 게 너무 행복한 것 같아요.

연기적인 고민을 나눌 수 있는 또래 연기자는 없는지?
사실 제가 또래와 작품을 많이 한 적이 없어요. 오히려 감독님, PD님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편이에요.

안재홍 씨는 어때요? 이번에 소순이 목소리로 안재홍 씨를 추천했다고 했다던데.
감독님께서 소순이 목소리에 고민이 많았어요. 문득 ‘안재홍 오빠는 어떨까’ 싶어서 넌지시 던졌다. 그런데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인물이었다면서도 “어? 괜찮을 거 같은데요”라고 하셨어요. 이후 제가 우연한 기회에 안재홍 오빠를 사석에서 만날 일이 있었어요. 서로 친하거든요. 그래서 소순이를 건넸어요. “우리 영화에 소순이가 나오는데, 영화의 내레이션을 담당하는 나름의 반전이 있는 귀여운 캐릭터다. 오빠랑 잘 어울릴 것 같다. 아마 오빠가 나오면 신드롬이 일어날 것 같다. 나도 로봇 목소리 했으니 오빠도 한 번 해보자”라고 말했어요. 이후 시나리오를 보냈는데 흔쾌히 받아줬고, 저희 영화에 대한 애정도 많이 보여주고 있어요. 안 그래도 시사 끝나고 “오빠 덕분에 재미있다. 목소리를 들으면 오빠가 아른거린다. 고맙다”고 문자 했어요. 송강호 선배님이 ‘밀정’에서 이병헌 선배님을 두고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라고 했는데 저희는 안재홍 배우 덕분에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에요.

안재홍 씨를 떠올린 건? 외모에서 오는 동질감일까 아님 목소리에서 오는 동질감일까?
둘 다인 것 같아요. 둥그런 얼굴에 맹한 표정도 어울리고요. 목소리도 남다른 연기톤이 있어요. 

‘걷기왕’에는 재기 발랄한 장면이 참 많다. 추천해주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타이타닉’의 OST가 리코더로 연주되는 부분요. 정말 너무 재미있는 거 같아요. 그 음악소리만 생각하면 다른 장면에 집중을 못할 정도였어요. 영화의 분위기를 정말 확 띄워준 역할이었던 것 같아요. 감독님의 아이디어였어요. 정말 재기 발랄한 감독님이세요.

하니와 나예리가 나오는 장면도 웃겼다.
그게 세대가 나뉜다고 하더라고요. 어린 친구들이 보면 그냥 스쳐 지나가는 장면이고요. 하니를 아는 분들은 빵 터지는 부분이라고 한다.

이런, 그 장면에서 터지면 아재 인증인 건가.
하하하.

OST 이야기를 하니 요즘도 음악을 많이 듣는지 궁금하다. 예전엔 참 록부심(록+자부심)도 있었는데.
끊임없이 관심 있는 부분이 음악인 거 같아요. 하루 시작을 음악으로 시작하고 하루 마무리를 음악으로 할 정도로 끼고 살아요. 음악을 찾아 듣고 음반 사서 듣는 게 제겐 작지만 큰 행복이에요. 요즘도 록은 좋아해요. 어릴 땐 “록이 전부다”라는 생각도 했는데 ‘내가 많이 어렸구나’라는 생각이 들고요. 요즘엔 다양하게 들어요. 팝도 듣고요. 재즈도 들어보려고 해요. 음악뿐만 아니라 살아가는 부분에 있어서 다양하게 접근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걷기왕’의 엔딩 크레디트에 직접 노래도 했다.
감독님께서 직접 작사를 하셨는데 ‘은경 씨가 불러줬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셔서 고민을 좀 했어요. ‘수상한 그녀’ 때도 노래를 했기 때문에 ‘노래 부르는 이미지가 박히는 건 아닐까’라는 걱정이 잠깐 들었거든요. 하지만 데모를 들어보니 가사가 너무 귀여워서 불러봤어요.

‘부산행’ 이야기도 하고 싶다. 천만 배우가 됐다.
천만 관객이 넘었을 때 “은경아, 천만 넘은 거 축하해” 같은 문자가 많이 왔어요. 하지만 전 잠깐 나왔잖아요. 하하. 하지만 생각 외로 제 역할에 대해 많이 관심도 가져주시고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참 감사했어요. 정말 예상도 못 했어요. 못 알아보실 거라 생각했거든요.

어쩌면 ‘걷기왕’에서 느낀 점과 일맥상통할 수 있는데 ‘내가 이렇게 재미있게 찍으니까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고 좋아해 주시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즐기면서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부산행’은 비록 잠깐 나왔지만 제 영화 같은 느낌이 있어요. 연상호 감독님이 역할을 잘 만들어주셔서 감사하고요.

연상호 감독의 차기작 ‘염력’에서도 함께 하게 됐다. 연상호의 뮤즈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뮤즈’라기엔 정유미 언니도 있고, 수안 양도 있으니까요. 하하. 안소희 씨도 있고요. 그냥 ‘염력’에서 감독님이 생각하신 캐릭터와 제가 맞아떨어진 부분이 있었던 것 같아요. 감사한 기회죠. 개인적으로 연상호 감독님의 팬이니까요.

 

사진=하윤서 기자 hays@

권구현 기자
권구현 기자

kvanz@zenit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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